brunch

엄마는 언제나 자식 걱정

25.2.11.

by 햇님이반짝


저녁 먹고 한 시간 뒤에 운동장에 나왔다. 걷다가 문득 내일 둘째 초등학교 졸업식날 친정 부모님 오려나 싶어서 전화를 다. 받자마자 엄마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게 느껴졌다. 몸이 안 좋아서 오늘 병원 세 군데를 다녔단다. CT도 찍고 주사 맞고 약도 5일 처방받았단다. 전화 안 했으면 모르고 지났다. 그 와중에 나의 안부를 걱정하는 팔순이 된 엄마.

"콧물 훌쩍 거리네. 감기 걸리겠다 얼른 들어가라"

"나는 괜찮다. 어머니 몸이나 걱정하이소"

그 뒤에도 몇 차례나 밤에 위험한데 혼자 운동장에 있다고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한다. 바로 들어갈 건 아니지만 알겠다며 안심시켰다.

나도 이제 마흔 중반인데 어련 이 알아서 할까.

세월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건지. 내가 나이를 먹고 있으면 부모님은 나이를 마시는 것 같다. 부모님의 몸이 하나씩 고장 나기 시작한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아프면 바로 병원 데려다주고 죽도 끓여주었다. 친정엄마는 크게 아프지 않은 이상 먼저 얘기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마치고 간 곳은 대학병원이었다. 엄마가 수술을 한 날이었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엄마가 유방암이라는 것을.

오늘도 병원 세 군데 다녀왔다는 것도 목소리를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내 자식이 아프면 매일 같이 있으니 걱정도 하고 병원도 데려간다. 정엄마가 아파도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당장 어떻게 해드릴 방법이 없다. 일단 내일 졸업식 끝나고 내가 근무하는 한의원으로 가자했다. 전에는 무조건 괜찮다고 하시더니 진짜 안 좋은지 크게 마다하지 않는다. 마음은 아파도 몸은 같이 아플 수가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나는 건강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나중에 어지간히 아픈 거 아니고는 자식에게 연락 안 해야지. 서로 살기 바쁜데. 지금 우리 엄마한테 잘해야 되는데. 나 살기 바쁘다고 자주 전화 못 드렸다. 지금 글을 쓰니까 또 생각나지. 일상에 파묻히다 보면 엄마보다 나와 내 자식이 먼저가 된다. 지난 설에 엄마와 같이 산책하면서 바람 쐬었는데 그동안 많이 앓으셨나 보다.






둘째 졸업식 날 대구에 기적처럼 눈이 펑펑 내렸다. 평생 잊지 못할 졸업식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잠시 부모님 모시고 갈 생각에 눈이 쌓이는 만큼 걱정도 쌓였다. 남편이 차로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다행히 이날 엄마의 몸은 전날보다는 편해지셨단다. 그새 한의원에 안 가도 된다며 고집을 부려 답답했다.

그 뒤로 통화를 하거나 친정에 가면 아픈 곳은 없는지 묻는다. 나 편하라고 괜찮다고 하는지 진짜로 안 아픈 건지 얼굴은 밝아 보여 우선 안심은 해본다. 조금만 불편해도 한의원에 오라고 연거푸 잔소리라도 날려야겠다.



나도 엄마처럼 내 몸보다 우리 딸들 걱정하겠지.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딸들이 날 걱정하지 않도록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하며 내 몸 보살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근 후 운동장으로 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