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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운동장으로 가는 이유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

by 햇님이반짝


일곱 시 퇴근 후 집에 오니 아이 둘은 침대에 붙어있었다. 새 학기에 적응하랴 공부하랴 피곤했는가 보다. 저녁은 아빠랑 먹으라 하고 가방만 거실에 벗어던지고 집 근처 운동장에 왔다. 어제도 그저께도 걷지도 뛰지도 못했다. 글 쓴다고. 수업 듣는다는 이유로. 오늘 아홉 시에 [자이언트 북컨설팅] 정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저녁 먹고 잠시만 앉아있다 보면 두 시간은 그냥 지난다. 근 전에 손가락 두 개만 한 고구마와 천혜향 두 조각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바로 운동장에 올 수 있었다.




뛰기 시작했다. 가 부르지 않으니 몸이 가벼웠다. 속력은 내지 않았지만 날이 춥지 않아 이내 열이 올랐다. 집에 들른 김에 가벼운 점퍼로 갈아입고 올걸 그랬다. 근 후 바로 운동장에 올 생각으로 급하게 나왔다. 패딩 안에 반팔을 입었는데 결국 벗어서 허리에 묶었다.

[하와이 대저택] 영상을 듣고 있었다. '여러분은 성공합니다. 여러분이 그걸 원했기 때문이죠'이 말을 들으면서 달리면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먹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고 글을 쓸 때만큼은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읽어야 하고 야 한다. 뛰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때는 조급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잡생각이 나고 걱정을 한다.

글쓰기와 운동.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을 때가 있다. 하고 나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나에게 힘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도깨비방망이로 바닥 한번 쳐서 뚝딱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뭐든 힘이 든다. 머리를 쓰거나 몸을 움직여야 한다. 글을 쓰거나 달리기를 하면 금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진다. 내 몸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나에게 잘하고 있다 이렇게만 하자고 한다.




걷고 달리면서 생각나는 문장을 끄적이면 현재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련도 불안도 없다. 괜히 뛰었다는 후회도 없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긍정만 남아있다.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이다.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만 한다. 의심 없고, 능동적이며, 갈등 없는 이 상황이 나의 하루에, 삶에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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