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고 해서 빨리 오는 날이 아니다. 오지 마란다고 늦게 오는 월요일도 아니다. 그냥 온다. 월요일이. 출근에 익숙해진 몸은 자동으로 움직여진다. 힘이 없어도 힘이 나도 준비해야 한다. 의지가 아닌 의무다. 끝난 게 아니니까. 점심시간 산책은 반자동이다. 다시 오후 근무가 시작되었다. 항상 기운이 나는 건 아니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는다. 몸이 무거울 때도 있다. 이유 없이 짜증이 밀려오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이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대단한 운동을 결심하지 않는다. 큰 목표를 잡지 않고 그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선 나를 칭찬한다. 걸었고, 뛰었고, 버텼다. 이렇다 할 성과보다는 지금처럼 조금씩 움직여보자라는 마음으로 나를 설득한다. 하기 싫은 날에도 움직였다. 오늘 '했다'면 내일은 쉴 수 있는 특권도 가져본다. 나의 하루는 내가 조절한다.
첫째, 밥 먹고 앉아있지 않기
식사 후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 혈당이 가장 높게 올라간다. 언제부턴가 뇌리에 꽂혔다. 벌써부터 혈당관리 할 나이란 게 믿기지 않지만 미리 움직이는 습관을 들인다. 무기력은 움직이지 않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식후 눌러앉다 보면 더 일어나기나 싫어진다. 운동화만 신으면 된다. 가볍게 걷기만 해도 몸이 깨어난다. 딱 5분만 걷겠다고 생각하고 문 밖으로 나선다. 5분, 10분이 지나면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둘째, 반 장만 읽자고 책을 편다
'읽자'보다 '펴보자'가 먼저다. 시작이 의지를 만든다. 대신 내가 평소 좋아하는 책이어야 한다. '읽어야만' 하는 책 아닌 '읽고 싶은' 책을 펼친다. 술술 읽혀야 다음으로 이어진다. 반 장이 한 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오늘 내 몫은 다 했다.
셋째, 한 문장이라도 쓴다
감정이든 기록이든, 짧은 글 한 줄이 생각의 뚜껑을 열어준다. 무의미한 하루에 의미를 새긴다. '오늘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잠만 솔솔 온다. 빨리 저녁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 흐름을 끊고 싶다. 일단 걸어야지.'라고 생각나는 대로 썼다. 쓰다 보니 나와 같이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넷째, 물을 한 컵 마신다. 또는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다.
물 한 컵으로 몸 안에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른다. 신체가 깨어나면 마음도 따라 움직인다. 카페 라테를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를 마시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다섯째, 자책 말고 책임지기
'아, 해야 할 일 또 미뤘네. 오늘까지 하기로 했는데. 역시 안되네.'라고는 하지 말자. 부정적인 생각은 파고들수록 해롭다. 남는 건 죄책감뿐. 오늘 못한 일은 오늘로 끝. 미련두지 말고 앞으로 할 일만 생각한다. 과거에 하지 않은 일 물고 늘어져봤자 내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여섯째, 아무것도 하지 않기, 일찍 자기
겨우 힘을 내어 움직였지만 마음까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땐 적극적으로 쉬어준다. 마냥 일주일 내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쉼은 다르다. 쉼 뒤엔 '다시'가 존재한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나만 아는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 놓는다. 무엇보다 무기력한 나를 알아주는 것이 먼저다. 잘하려고 힘주다 보면 오히려 놓게 된다.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만큼은 부지런해져야겠다. 아주 작은 시도와 실행으로 나를 일으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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