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다시 한 걸음부터

by 햇님이반짝


일요일 새벽 여섯 시, 알람에 눈은 떴지만 모른 척했다. 여덟 시가 넘어 화장실을 다녀온 후 둘째 방으로 들어갔다. 둘째가 잠든 비좁은 침대에 몸을 구겨 넣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알람 설정도 하지 않았다. 일어날 마음도 없었다. 이불속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오전이 사라졌다. 일어나니 해가 중천에 떴다. 일어나자마자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그대로 책상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었다. 책도 읽어야 되고 글도 써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안다. 시작을 안 할 뿐.


마음만 먹으면 되는데 한 줄만 시작하면 되는데 그게 참 밖으로 나오기까지 빙글빙글 많이도 돌아온다.

말만 글 쓰고 싶다. 운동해야 되는데. 살은 또 왜 이렇게 안 빠지는 거야라는 말을 달고 산다. 온통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들뿐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나오는 게 없다. 뭔가 시작을 하려면 먼저 메모부터 한다. 생각만 하면 생각에서 끝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을 수가 없다.



주말이 되면 배부른 고민으로 하루를 흘러 보낸다. 오전 내도록 잤는데도 책 한 페이지 읽으니 또 눈이 감긴다. 할 일은 많은데 적극적으로 하기가 싫다. 내가 마감을 정하지 않는 이상 무한대로 안 해도 되는 일이다. 당장 책을 읽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고. 글을 쓰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게 뻔하다. 근육도 쉬고 있다. 고통도 없다. 현재 고통이 없다는 말은 미래의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미래에 무얼 바라면 안 되는 거겠지. 그걸 알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쓰기 전부터 힘들다고 징징거린다. 뭘 써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글쓰기를 멀리한다. 다른 사람들은 뭐가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써도 써도 계속 샘물이 솟아난다. 내 우물만 말랐나?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데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하란 말인지. 한탄만 한다고 해서 방법이 나오는 게 아니다. 제 글을 거의 완성했음에도 발행하지 않았다. 춥고 피곤하고 월요일을 맞이해야 하니까.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을 핑계는 백개도 댈 수 있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이유 단 한 가지라도 분명하다면 하면 된다.


큰 성공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아 보인다. 대신 큰 성공 아래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을 적어둔다.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없는 돈이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매달 월급의 일부는 모은다. 생각날 때마다 S&P500을 사모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작게라도 모으기다. 그게 돈이든 글감이든. 무엇이든 시작은 하고 싶은데 뭐부터 할지 고민이 된다면 오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욕심부리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1주 사기. 한 페이지, 한 문장 읽고 그 생각을 파고든다. 첫 줄의 시작은 제목이었다. 내가 막막할 때 시작한 방법이다.




저서:

현실 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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