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진심이었는가

by 햇님이반짝

한의원에 근무한 지 9년 차다. 목과 허리디스크, 우울증, 공황장애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주로 온다. 원장님은 진심을 다해 진료한다. 가끔 그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있다. 급하다. 빨리 낫길 원한다. 나도 환자들이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침을 뽑는다. 최대한 안 아프게 뽑고 싶지만 그게 안된다. 침은 찌를 때도 뽑을 때도 따갑다. 안 아프려고 한의원에 내원하는데 순간적으로는 더 아프게 만든다. 그 찰나가 싫어서 한번 맞고 안 낫는다며 오지 않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며칠 내로 허리를 삐끗했다면 침 몇 번 맞으면 편안함이 금세 찾아온다. 몸도 마음도 깊숙이 곪을 대로 곪은 이들은 치료도 더 오래 걸린다. 기다릴 줄 알고 지금 순간을 참으면 서서히 진짜 고통이 사그라든다. 시간이 걸린다. 진심이 통할 때 몸과 마음이 조금씩 나아져간다. 몸이 먼저 아픈 사람들은 마음도 다친다. 기다리기 어려워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서로의 진심이 맞닿아야 치유가 된다.



내가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내가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주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 한의원에는 몸도 아프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내 마음도 찡하다. 아픈 사람은 예민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말이라도 한마디 더 예쁘게 건네는 거다. 나의 진심이 전달되면 그 순간만큼은 편할 수 있도록.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원장님은 힘들려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을 다해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급할수록 더 답답해진다.



누군가를 낫게 하려면 먼저 나부터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쉽지 않다. 한번 더 생각해 본다.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기. 나에게도 따뜻하게 말 걸어주기. 아프지 않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한 마디 하는 거에 신경곤두서고 예민하면서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은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겨버린다. 나도 내 안에 말은 늘 듣는 말이라서 흘려 넘긴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몸도 그렇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 운동도 하지 않고 막 먹는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다른이 도 아닌 내가 나의 가장 큰 적일 수 있다. 내가 나를 제일 못 살게 굴어놓고 다른 사람에게 빨리 치료해 달라고 말한다.



나는 나에게 진심이었는가.

누군가에게 빨리 낫게 해달라고 하기 전에

나를 가장 오래 방치한 사람은 누군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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