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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29. 2022

돈 되면 얘기하란다

내 발등 내가 찍었다


4일 동안 글감 찾아 삼만리 중 이야깃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4일인데.. 너무 답답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흔하디 흔한 더 길어질 날이 많을 텐데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 생각나는 데로 이어가고 싶었뿐인데 이것마저도 욕심이었나 보다. 그동안 막연하게 적어야지 하며 작가의 서랍에 머물러있던 10개 이상의 맺음 짓지 못한 제목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 와중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 일어난다.


감사는 잠깐이고 생각할수록 열받는. 그렇게 글쓰기 강의할 때 신신당부 염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남편에게는 절대 이야기하는 거 아니라고 좋은 소리 못 돌아온다며 분명 들었건만. 설마 하는 마음을 기대한 건가.


작가 된 걸 얘기해 말아 혼자 그 틈을 많이 노렸다.

오빠 나 작가 됐어 그 말 한마디. 일 하다가도 짬날 때  톡 보내말아,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차 안에서, 저녁 먹을 때 그렇게도 잘 참아왔는데  그냥 나 혼자 알고 있었을 때가 더 설레었던 거 같다. 열흘동안 근질거렸던 입을 너무나도 잘 버텨왔는데 그 몇 잔의 술로 한방에 무너질 줄이야. 1600ml 피쳐가 반쯤 사라질 때까지는 몰랐다. 결국 허무하게 그 막을 내릴 줄은. 이러려고 이야기한 건 아닌데 절망 그 자체다.




아이들은 큰 방에 있고 나와 남편은 거실 테이블에 조용히 주말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노트북을 켰다. 글쓰기와 맥주 요상한 조합과 함께 수정할 서랍글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순간 적막을 깨는 한마디,


"오빠 네이버에 블로그가 있다면 다음에는 브런치가 있어"


브런치는 블로그처럼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작가시험에 통과를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함께하는 우리 동기들이 있다며 자랑스럽게 단톡방을 소개했다. 동기들은 일취월장으로 다음 메인에 글이 뜬다고 했고 목표도 다음 메인에  뜨는 거라고 했다.

아뿔싸, 고삐 망아지마냥 실컷 떠들어대고 아차 하면 누가 수습하는데  작가 됐다는 이야기만 하면 되었을걸  너무 많이 갔다.

 

내가 작가가 돼서 그런 걸까) 그럼 아무나 글 올리는 거네 자기들끼리 희희낙락 거린다며  돈 되면 얘기하란다.


 싸울까,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했지만 생중계로 들으니 더 충격적으로 와닿아할 말을 잃었다.  이미 엎어진 물 뭘 엄청난 걸 바랐다고. 늘 그렇다.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해서 후회하고 다 내 잘못이다. 


그리곤 가슴속에 담아두어서는 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 바로 글로 옮긴다. 이것이 작가의 본능인 건가

울화통이 터진다. 이 이야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세상 착한 남편으로 자리 잡았을 텐데(?)어 차피 남편은 내 글을 보지 않을 터 상관없겠지.


"좀 꺼져줄래?"(심했나  천만에)

한번 씩 웃더니 방으로 사라진다.

진짜 이 악물고 메인에 올려줄 테다 생각은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 멘털 지키는 건 나 일뿐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직 기포가 꺼지지 않은 맥주를 목이 칼칼할 정도로  벌컥벌컥 마신 후 매콤 달짝한 불갈비맛 쥐포를 고추장에 홀짝 찍어 씹으면서 남편도 같이 질겅질겅  씹어준다. 이 글에 공감하는 소수의 인원들만 볼뿐 욕해봤자 남편 일상전혀 지장이 가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까발리나.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풀지 않고 속병앓이 하면 결국엔 누가  골병들게


두 딸은 알고 있다. 엄마의 꿈을

예비 중학생이 나와 한줄기 빛을 선사한다.

도움 안 되는 말은 그냥 무시해 버려

역시 엄마 딸 고마워 

나의 단짝 안주 불갈비 쥐포를 챙긴 뒤 하는 말,

어머니 맞춤법 검사해 봐요.

그래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무슨 미련이 남아 질척거리듯 거실에서 실내 자전거 타고 있는 남편에게 물어본다.

"오빠 그래도 작가 된 거 잘했제?"

(실시간 이 글 적고 물어본다. 대답 잘해라, 나만 긴장된다 다음 문구, 심호흡 한번 하고)

"그래 축하한다 뭔지는 몰라도,  브런치가 있는지도 몰랐다.

노력한다는 게 중요하지.  돈이 되면 더 좋겠지만."

아놔... 그놈의 돈... 이젠 타격감 제로다.

리얼 답변 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일주일 전 언니집에서 물어봤었다.

"브런치가 뭐게?"   

"아침과 점심 그 사이에 먹는 "

언니 조카  남편다 한결같은 대답

그리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솔직히 관심도 없다.

이게 더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나도 몰랐으니까




나 혼자 열심히 해볼게  

고맙다.

축하한다 그 말 한마디조차


오늘따라 삐그덕 삐그덕 실내 자전거 소리가 왜 그렇게 나는지 계속 거슬린다.

"우리 마누라 작가생활하는데 내가 너무 시끄럽게 했네"

이미 꼬일 대로 꼬여버린 마음 때문인지 곱게 들리지 않는다.


악착같이 글을 써야 하는 계기임이 분명하다.

언제 무슨 말을 하든 내 멘털훈련이 먼저다.

글쓰기와 금주를 동시에 해야만 하는 동기부여 한번 제대로 심어주는구나.




사진 _ (제목)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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