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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22. 2022

그리움, 설렘도 잠시

어쩌다 신협 앞에 마음을 두다


"ㄲㅑ~~~  눈이다"


 년째  구경 한번 제대로 못해본 아이들이 밤새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침 등교시간에도  멈추지 않는 눈

온 세상이 하얗다. 특히나 대구에서 이런 광경을 보기란 더더군다나 쉽지 않다.  그야말로 귀하디 귀한 장면이다.

몇 년 만에  펑펑 오는 눈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이들 하교 전에  눈사람 한번 만들어   있으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는 첫째.

딸의 미소를 보니 나조차도 흐뭇해진다.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또 한 번 힘을 얻어  살아감을 느낀다.





출근길을 나선다.  6년간 매일 똑같은 길을 걷는 중 제일  조심스럽고 신중한 걸음걸이다.  뽀드득뽀드득 소리 그 느낌조차도 소중한 순간. 지금 밟아보지 않으면 또 언제 느껴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계속 눈이 오길 바라고 기대하기도 난감한 상황.  어릴 적 눈이 오면 강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눈이 와서 좋은 점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나이가 돼버린 거다.  혹여나  아이들이 길에서 미끄러지진 않을까

남편 운전길은 괜찮은지   부모님 오늘 같은 날엔 집에  계셔야 될 텐데 하며 걱정모드가 발동한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하얀 순백색 인도 위 아무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곳으로 간다. 조심스레  사뿐히 즈려밟는다.  여기가 오늘 내 첫 발자국.  나만 아는 발자국을 남긴다.  나 여기 있다고 알려 주는 것 같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설레었는가 보다.

작디작았던 어린 소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흰 눈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지금 내 마음도 너무 설렌다고 표현하고 싶었다.




출근 길 어쩌다 신협 앞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애틋한 마음을 담아 신협 앞 새하얀 도화지에  살포시 그려내 본다.


짧디 짧은 눈과의 만남

더 길게 만나기엔 현재를 살아야기에  돌아설 수밖에 없다.


눈에 대한 그리움, 설렘도 잠시

흰 눈은 세찬 바람이 되어 사라지고  곧 비가 되었다.

눈 온 뒤 공기는 더욱 차가워져 기온이 더 내려간다고 한다.

남은 건 차디찬 온도지만  아침에 만났던 흰 눈은 메말라가는 감정을 오랜만에 촉촉이 적시기에 충분했다.


출근길 얼떨결에 남긴 사진을 글로 되새기면서  하루종일 눈에 대한 옛 추억을 돌아볼 수 있었다.  신협 직원들도 누군가의 소녀감성을 담은 작은 끄적임으로 잠시나마 미소 지었기를.

 





다음 날 아침에도 눈송이들이 다시 인사하듯 대구의 하늘을 하얗게 휘젓고 있었다. 다시금 오늘도 어딘가 흔적을 남겨둬야 하던 중 어림도 없다는 듯이 햇살의 등장으로  눈송이와 그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사진: 픽사베이, 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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