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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8. 2022

새벽 기상의 두 얼굴

내일 새벽엔 어떤 마음이 오려나


마음 A: 새벽기상의 정석




웅~~ 웅~~ 웅~~

새벽 5시를 알리는 진동벨이 울린다. 남편과 아이들이 깰까 봐 진동마저도 얼른 꺼버린다. 유난스럽게 일어나는게 싫어 벨소리를 하지 않았다. 사실 배려보다 혹여나 누가 깨서 내 시간을 방해할까봐 하는 우려가 더 컸다.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작은 방 한편 공간에 자리를 잡는다. 둘째 방 거의 창고였던 곳을 숨구멍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나만의 은밀한 새벽루틴이 시작된다.

미라클 모닝 514 챌린지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나를 들어 올리는 시간. 자기 계발의 성지, 이곳이 나를 일으켰다. 챌린지가 끝나면 새벽 6시쯤 남편 과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신발끈을 동여 메고 아직 고요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새벽의 공기는 차지만 상쾌하다. 한발 한발 내딛을때의 설레임으로 하루의 시작이 벅찬 순간이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이 시간에 나오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세상. 그 고요한 세상 속엔 이미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숨겨진 운동 고수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나올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남들보다 두배로 알찬 시간을 보내는 그들. 절로 반성하게 된다. 이런 생활이 매일 습관이 되고 하루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얼마나 단단한 내공을 가진 삶을 살게 될까.

 

아침 운동 후 샤워는 그야말로 새로 태어난 듯하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온몸에서 솟구친다.

열정 만땅 충족된 엄마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영어만화를 틀어준다. 나름 엄마표라 생각하고 성실히 빼먹지 않으려 한다. 직접 읽어주지는 못해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8시까지 보고 들으며 등교 준비를 한다. 둘째가 여유 있게 기상하면  언니는 내 안에 잠 재어져 있는 나를 보는 듯 겨우 밥 먹을 시간에 맞춰서 일어난다. 14년간의 요 똥(요리 똥 손)이지만 초간단 요리를 뚝딱 해내어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이 감사하다. 아침만 챙겨주면 고학년인 아이들은 알아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 딸들에게 뜨거운 포옹과 뽀뽀 도장을 찍으며 하루 중 제일 착한 엄마 코스프레를 한 듯 다정한 배웅을 해준다. 직장 앞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여유 있게 출근을 한다. 그렇게 내가 꿈꾸는 아침 루틴을 이어나갔다. 하루하루가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아침. 그런 날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 잘하면 되는데



 

마음B : 늦잠 좀 자면 어때




웅~~~ 웅~~ 웅~~     

새벽 5시를 알리는 진동벨이 울린다.

'일어나?  말아? 챌린지도 끝났는데 좀 쉬어도 되잖아, 지금 안 일어난다고 뭔 일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잘까 바로 일어나는 건 좀 아쉬우니 딱 10분만 더 누워있자'  알람과 함께 일어날 건지 의문가지는 순간 의지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10분 뒤... 이미 저세상 꿈나라에 허우적거려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다시 울리는 진동은  모른 체 한 뒤 어쩔 수 없이 아이들 기상시간에 겨우 맞춰 눈을 뜬다. 영어만화는 개뿔. 아침을 줘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있지만 이것마저도 귀찮을 때는 시리얼이 최강이다. 아이들에게 알아서 꺼내 먹으라 한다. 나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도 않은 채 아침을 챙겨주고(?) 다시 포근한 이불속에 몸을 구겨 넣는다. 아니 애초에 일어날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미안했다. 나가는 것도 못 봤다. 등교한 후에도 잘 수 있는 최대한으로 줄다리기하듯 끝까지 버텨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지각 마지노선이 코앞인 마지막 알람이 울린다. 그제야 겨우 눈을 뜨면 빠듯한 시간에 맞춰 후다닥 머리를 감고 늘 교복 같은 옷을 입고 허둥지둥 나선다. 아침먹는건 사치에 불과하다. 이럴 때 엎어지면 코 닿을 직장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렇게 정신 나간 아침을 마주하게 되면 첫 알람에 일어났어야 했는데 하는 의미 없는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내일은 이러지 말자며 또 다시 결심한다.





      

웅~~~ 웅~~ 웅~~~

어김없이 새벽 5시를 알리는 진동벨이 울린다. 지금도 새벽형 인간이 되길 매일 같이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진동이 울릴 때마다 내 마음속 두 자아가 아직도 나를 내버려 두질 않는다. 간절하지 않은가보다. 아직 꿈이 없는가보다. 절실하지 않은거보니 배가 부른게 맞다. 애가 타들어가는 그런 마음이 없어서 느긋한가보다. 내 마음의 이상과 현실이 계속 싸운다. 어느 선택이건 정답은 없지만 하나의 답을 정해놓고 계속 나를 채찍질하게 만든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적으면서 새벽기상을 해야 될 목표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다시 몰입해서 글을 쓸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원한다. 이제 더이상 새벽기상의 두 얼굴이 아닌 하나의 모습으로 정착하고 싶다. 진정 내가 원하는 시간을 찾아 머물길 바란다.


내일 새벽엔  A와 B 중  또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게 될까.  알람과 내 마음의  하모니가 잘 어우러지길.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는 당신이 열심히 일했으니 성공할 거라는 신호가 아니다. 그 시간에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당신 안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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