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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04. 2023

내 딴에는 완벽했다

허점투성일지라도


삐죽 자란 앞머리가 눈앞을 가린다.

옆으로 넘겨도 그새 제자리로 돌아온다. 계속 넘기기에도 꽤나 성가신다. 불편하고 안 이쁘다. 가위를 든다. 일자빗으로  몇 번 쓰다듬고 가지런히 앞머리를 모은다.  거울에 비친 나와 똑같은 아이와  동시에 엄지손가락을 마주 보고  둥그럽고 스무스하게 손톱을 따라간다  '싹둑'   오늘은 집에서 자른 티가 많이 나지 않는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이 정도면 됐으 잘했어!!(나만 그렇게 느낄 뿐)


며칠 전부터  거슬렸던 일을 해결했더니 한결 속이 후련하다. 눈앞이 훤하니 온 세상이 다시 밝아 보인다.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분마저 든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의미 부여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하루의 시작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말 사소하기 그지없다.

생각만 해도  즐겁고 하면 기분 좋은 일들은 평소 의식대로 하지 않으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티 안 나고 안 하면 더 티 나는 유독 내 눈에만  더 도드라져 보이는 그런 잡다 나부랭이 일들이 있다.  특히 아침에 마무리 지어놓으면 하루 흐뭇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침대 없는 바닥 이불 걔기, 거실테이블 위(두 아이가 공부하는 곳) 정리하기. 하루만 정리안해도 머가 그렇게도 많이 올라오는지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이 속담이 왜 갑자기 생각난 건지) 설거지거리 없는 멀끔한 부엌 (더 이상 아무것도 손 대기 싫을  정도의), 걸어 다닐 때  발밑에 걸리적거리는 거 없애,  마지막으로 청소기 돌리기까지 (정말 손에 꼽힐정도의 일이다) 끝내면 오전은 그야말로 내 할 일 다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알아도 내 딴에는 완벽했다. 토닥토닥 잘했다며 셀프칭찬해주면 끝.

매일 이런 일을 다하고 출근했다면  글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완벽한 아침은 특별하니까 기록으로 남긴다.



아침 시간만큼 바쁠 때가 또 있을까,  마음이 급했나 보다.  식탁 밑 종이쪼가리하나가 나 여깄지 까꿍 하며 얼굴을 내민다. 바쁜데 너는 거기서 왜 나오는 것이냐



이제는 다른 거 다 제쳐두고 글 한편 마무리하고 출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다른 무엇보다 충족감이 배로 올 것 같다. 몇 날 며칠 동안 품 안의 자식처럼 품고 있던 글을 보내는 날. 오늘이 그날이다. 내 할 일 다한 날. 오후는 쉬어가는 날.




의욕충만 해졌다.  출근하자!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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