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난 1박 2일 가족여행 중 이틀째 되는 날이다. 오전부터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바삐 움직였다. 그 와중에 나와 남편의 시간도 마련하였다.(사실 내가 우겼다 가고 싶다고) 아이들과 카페오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나만 좋다고 올 순 없으니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그 중간즈음 포인트를 잘 짚어야 한다.그렇다고 휴대폰으로 타협하진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흔한 남매에 푹 빠져있는 동안
평소 잘 오지 못하는 색다른 장소의 힘을 빌려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려본다. 새로운 취미생활 작가놀이에 걸맞은 그 영감말이다. 영감은 무슨 제목하나 건져놓고 그 바다가 그 바다 같지만 파도의 물결 높이 하나하나 파노라마가 연상되듯 다른 듯 같은 사진만 수십 장 찍어대는 중이다.
영원한 동반자 같은 인스타에 힐링포인트라고 알려준다.
#멍뷰 #바다뷰 #힐링
흡족하다.큰 임무하나를 마친 느낌
그리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책을 읽어볼까 생각해 본다. 그럴 거면 집에서 보지 이런 뷰보기가 쉽더냐. 그렇다. 여기는 영덕의 어느 조용한 작은 뷰맛집카페다. 너도나도 다 아는 대형카페는 피했다. 이곳도 혹여나 자리가 없으면 그냥 지나치려고 했었다. 거기다가 아침부터 찬 공기 가득 몰고 온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이런 날 바다뷰라니.
더 콩닥콩닥거리는걸.
첫째가 10분 만에 자몽에이드를 들이켠다.
흠칫, 설마 벌써 가자는 건 아니겠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다행이다. 아직 남매들에게 볼 일이 더 있는 모양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점.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풍경 눈에 꼭꼭 눌러 담기도 바쁘다. 제 아무리 동영상으로 찍어본들 내 눈앞에서 생생한 장면 하나하나 머릿속 메모리에 담아두는 것이랑비교할 수가 있을까.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엄마도충전 중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멈추었으면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고민거리들일랑 저 넓디넓은 바다에 다 흘려보내버리고 싶다. 오늘이 가장 젊고 빛나는 엄마(나)의 힐링포인트 시간을 지켜주고 싶다.
이미 남매들과 인사를 한 아이는 바깥구경을 하고 있었다. 다가온다. 뒷골이 서늘해진다. 배고프단다.
불현듯 운전연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난다.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때 오기만 하면 반갑게 맞이해 줄 것만 같은 이곳에 오기 위해서. 일어서기 전 아쉬운 미련 가득 담아 바다에게 수줍은 고백을 남겨본다.
바다야, 너와 내가 사는 동네가 달라 자주 볼 수 없어 아쉽구나. 매일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지만 내가 아는 너는 늘 고요하고 잔잔하게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는 아이로 기억된단다. 오늘은 하늘에서 비라는 친구가 내려와 너와 만나는 순간 왠지 모르게 잔뜩 성나보이는 파도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 보이는구나. 너의 모습에 내 마음도 같이 크게 요동치는 걸 느끼게 되었단다.
보면 볼수록 겨울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바라만 봐도 좋다. 모든 걸 이야기해도 좋다. 그저 다 받아줄 너라는 걸 안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뷰 커피 향이 가득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진다. 이 느낌 그대로 간직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영감이 오길 기다리지 않고 그 순간을 마주할 수 있어 또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