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글쓰기)를 짝사랑하는 중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계속 생각나고 막상 보고 있으면 지금 내 마음이 이렇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막 어떻다 할 딱 부러지게 속마음을 시원하게 내비치지 못한 채 끙끙 앓고만 있다. 한 줄이라도 더 적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닥치고 쓰고 그냥 쓰고 무조건 쓰라는 거의 모든 글쓰기 작가님들의 기본 가르침이 무색할 만큼 시간은 그냥 흘러 가고 있다.
책을 읽다가도 정말 내 마음이랑 똑같다는 문구가 눈에 띌 때면 나돈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는데 왜 나는 그 말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그러니 역시 원래 쓰는 사람은 다르다며 내가 쓰지 못한 이유를 단정 짓곤 한다.
몰라도 쓰는 용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도전하겠다고 과제로 낸 첫 글이 있다.
세상 밖으로는 나오지 못했지만 정말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 담은 글이다. 이불 퀵 글감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 애지중지 다듬어 언젠가는 내보낼 생각인데 지금 생각만 해도 낯 뜨겁다.
움직일수록 작은 성공이 일어난다(블로그)
2년 전부터였을까 블로그에 매일 만보 걷기와 계단 오르기 실내자전거 타기를 번갈아 하며 운동 기록을 열심히 올려 애드포스트 승인까지 받는 기쁨을 만끽했었다.
바디프로필이 목표도 아닌 누가 운동해야 된다며 블로그에 글 올리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1일 1포라는 늪에 빠져 운동하고 기록하는 일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될 만큼 열심히 했었다. 거기에 그날 읽었던 좋은 글귀라도 있으면 끝맺음에 함께 올렸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루틴이었다. 비록 늘 같은 일상일지라도 내가 나를 재촉하며 기록에 힘썼다. 내 글 내가 보며 뿌듯해하며 힘을 받았다.
습관이 되면 단조로워지나
내 것이 되었다고 방심하였던가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못하였다.
어느 순간 기록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한 건 아니다. 여전히 점심시간엔 8층까지 계단으로 오르고 퇴근 후면 6~18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실내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날은 꼭 만보 걷기를 이어갔다. 독서를 하며 내 마음을 흔드는 문장이 있으면 폰이든 노트든 흰 종이만 있다면 어디라도 기록했다. 그런데 블로그에는 올리는 날이 잦아들었다. 서서히 몰아서 올리는 날이 많아졌고 그 길어진 시간은 몰아서 올리는 날마저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랬을까, 왜 올리지 않았을까
스스로도 계속 의문이 들었다.
단지 귀찮아서?
그럴 거면 운동을 안 해야지 글을 안 올리나?
그날이 그날 같았다. 늘 똑같은 운동기록
짧디 짧은 문장들이 연결 지어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표현하지 못했다. 운동은 그냥 몸을 움직이면 된다지만 생각해 놓은걸 글로 나타내기엔 뒤죽박죽 도통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운동인증사진은 올리되 덧붙일 단 한 문장의 글이 부담되었다. 글이로구나. 그래서 멀어졌구나
운동과 블로그 1일 1포 인증하기
너무나도 당연한 환상의 콤비 같았던 루틴들이 하나씩 어긋나자 자꾸 옆구리가 허전하다. 하던걸 안 하니 그 공허함이 계속 내 주위를 맴돌았다.
희한하다. 글이 안 써져서 미루고 방치해 두었던 블로그에 대한 미련을 오로지 하나의 글로 완성되는 브런치로 다시 붙잡게 되다니
짧은 글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서툴렀던 마음을 브런치에 나 이러이러했다고 일러바치듯 이야기하고 있다.
아기가 아장아장 첫 발을 내딛듯이 블로그에 조금씩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었다. 내용은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꾸준함으로 내 글을 품어주었던 블로그는 아련한 첫사랑 같다. 브런치는 나 혼자만 너무 좋아해서 생각만으로 두근대고 설레지만 막상 부딪히면 갈팡질팡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짝사랑 같은 존재.
블로그는 첫사랑, 브런치는 짝사랑
혹여나 발행일 놓칠세라 어디 말도 못 하고 일주일 내도록 속앓이 하다 겨우 고백하는 오늘.
내 마음은 이런데 너는 어떠니라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 하나 없이 여전히 묵묵부답이지만
혼자 좋아하고 혼자 차이고 혼자 추스르는 날이 반복되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만 커지고 있다.
다시 고백하는 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마음 단단해지리
지금도 브런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글감뿐이지만 짝사랑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진출처: (제목)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