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고 싶어 씁니다

이 느낌 그대로 영원했으면

by 햇님이반짝


조금씩 글의 맛에 빠지기 시작한다.

하고 싶은 말 바라는 생각 느낌 이야기를 정말로 생각이 나서 적는 건지 생각이 안나도 그냥 적는 건지 알 수 없다. 지금 글쓰기 책 보다 갑자기 생각나서 적는 거다. 어떻게 보면 참 대책 없이 보일 수도 있겠다. 그것보다 그냥 적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후루룩 써 내려가본다.


뽀대 나게 자판기에 손을 올려 타닥타닥 일하는 여성처럼 보이고 싶은데 현실은 모양 빠지게 독촉 문자 보내듯 엄지손가락만 바쁠 뿐이다. 그게 뭣이 중헌디?!! 쓴다는 게 중요하다.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지금 보고 있는 책내용 중 왜 쓰려고 하나?

방법보다 더 중요한 건 왜라는 것이다.


작가 소개에서 말하듯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 소중하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냥 그저 그렇게 흘러갈 하루를 꼭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다고 매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초보작가로서 그 성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단 두루뭉술한 변명을 투척해 본다.


에피소드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뻔한 걸 특별하게 표현하거나, 뻔한 걸 뻔하게 보지 않는 게 바로 실력이다.


안타깝다. 없다. 그런 에피소드

아니 지금 굳이 쥐어짜 내고 싶지 않다.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거다. 본능이 이성을 장악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뻔한 걸 특별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밀린 과제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분이다.


매일의 일상은 소름돋게 한결같다. 직장, 집, 운동 한 가지 늘었다면 독서시간을 늘려 한 줄이라도 적으려는 노력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아직 그 시간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 아쉬울 뿐이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걸. 쓴다고 달라지나 안 쓴다고 달라지나 이렇게 적기 전까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지금 한 줄 적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런데 굳이 안 써지는 글 붙잡아 앉혀놓고 자꾸 질척거린다. 뭐가 미련이 남아서 내버려 두질 못하고 한 줄이라도 더 붙잡고 앉아있는지 이제 놓아주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또 그게 안된다. 그러면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글쓰기 책을 부여잡는다.

어떻게든 한 줄이라도 더 써보려고 애쓴다.






왜 그렇게 쓰고 싶을까

존재감. 그렇다. 존재감이다. 그렇게도 관심을 받고 싶은 나였던가 관종인가 그렇다고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말만 걸어도 두근거리는 날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누가 봐도 소극적인 A형에 극심한 I 성향을 가진 내가 싫을 때가 있다. 어떠한 상황에 마음속에 담아 옹알이던 말들. 맞닥뜨리던 상황에선 왜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지나면서 후회가 밀려온다.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들을 몰라봐주면 또 알아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글이 써질 때는 재밌다. 안 써지면 힘들다. 이 갈팡질팡한 마음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으려나 스스로의 유효기간이 궁금해다. 맛을 알아버렸다. 발행 눌렀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하루만큼은 온전히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마감날(내가 정한)까지 다시금 조여 오는 그 느낌저도 쫄깃하다. 발행일 지나버려 어쩌나 하는 발동동거림의 순간이 있어 또 쥐어짜 낸다. 마른걸레는 아무리 쥐어짜도 물 한 방울 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에 담가야 한다. 나를 글 속에 담가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 글 쓰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또 낯설게 느껴진다. 늘 곁에 두어 애지중지 소중히 다뤄야 할 존재다. 빈틈을 주는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도 글과 멀어지려 한다. 자기만 바라보란다. 애증의 관계. 너만 바라볼 순 없으니 잠시만 그냥 그대로 있으라 한다. 그렇게 글과의 밀당이 계속 이어져 간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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