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안 썼다. 그러니 작가 아니다. 오늘은 쓰고 있다 그러니 작가다.(이런 단순한) 쓰고 있으면 작가라 했다.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의 저자이신 스테르담작가님이.
우리 집 식구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쓴다.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본다면 또 부끄럽다. 혼자 몇 번이고 되뇌어보는 나는 작가다. 글을 쓸 때는 작가로 빙의되어 그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아직도 긴가 민가 작가라는 타이틀이 의심스러우면서도 써두었던 글들이 잘 쓰던 못쓰든 간에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면 내심 든든하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얘기하고 싶다. 아니 너무 일면식도 없으면 생뚱맞다. 나랑 인사나 대화라도 한번 해본 사람에게 슬며시 얘기하고 싶다. 저 작가예요. 절대 못한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 상상이라도 해보자. 그건 자유니까.
혹여나 들킬세라 인스타에도 내뱉지 못한 말. 글 연재하고 있다고 그 한 줄을 아니 브런치 작가 다섯 글자조차도 올리지 못한다. 없는 말 지어내는 것도 아닌데 꼭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된 듯 환장할 노릇. 답답함의 저 깊은 구덩이를 혼자 파고 있다. 이럴 때 소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나와 맞팔되어 있는 작가님들은 글과 관련 없는 운동 인증글만 늘상 올려 되니 의아해할 것만 같다. 팔로워목적이 글로 통한 사이면 더 더욱이나.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작가라 했다가 글 연재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아는 친구 지인 직장동료가 언제 그런 생각했었냐고 그거 너 아니잖아 애당초 거짓말을 하는 이중적인 가면을 쓰고 있는 나라고 쓰고 있는 와중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라는 걱정 덩어리가 있다. 왼쪽 오른쪽 어깨에 덕지덕지 붙어 앉아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굳이 건져내어 사서 걱정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은연중 내비쳤다. 이것도 첫 글 발행 뒤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서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독자를 사로잡아야 할 작가가 내 마음 하나도 갈피를 못 잡는데 누구를 위해 글을 쓴단 말인가. 나로 인해 시작한 건 맞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직도 고민 중인 나에게 현명하신 작가님들의 해답을 듣고 싶다. 결국 독자에게 조언을 구한다.
새로운 계정을 만들려니 여태 쌓아둔 피드가 아깝고(어쩌란 건지) 솔직히 본 계정에 글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다. 대놓고 보여주긴 싫고 안 봐주면 섭섭한 줏대 없는 관종작가가 되고 있다. 답이 보이지 않지만 이미 나와 있다. 결론은 내 마음의 문만 열면 된다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지기엔 아직 내공이 턱없이 부족하다.
응어리졌던 속내를 꺼내놓으니 어느새 만보를 걸었다.
글 한편 나온 것만으로 뿌듯하지만 화장실에 갔다 와도 아직 스르르 배가 아픈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고민을 털어놓은 것만으로 변비약까진 먹지 않을 만큼은 되었다. 읽고 공감만 해주어도 감사할 따름이다. 하다못해 최소 글 50편은 적어놔야 당당하게 작가라고 여기저기 내비칠 수 있으려나. 다른 걱정할 게 없으니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다. 일단 쓰기나 하자.
사진 출처_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