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은 생각해본 나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욕심만 많다. 하나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벅차면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슬그머니 들이대 본다. 남편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 딸, 며느리, 직원으로 머 하나 똑 부러지게 제대로 자리 잡은 거 하나 없이 일은 잘 벌인다.(너무 반성했나) 그러면서 또 나는 끔찍하게 여기고 싶다. 한번 더 나를 돌아보기 위해 글을 쓰려한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하니까.
이 제목은 새벽 1시 14분 갑자기 생각이 났다.
작가라는 부캐가 생기게 되면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양치할 때도 걸으면서도 불쑥불쑥 생각나는 단어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제발 생각나길) 빛과 같은 속도로 기록해두어야 한다. 단어 하나하나가 다 생명 같다. 그 찰나를 놓칠세라 꺼진 기억 다시 살리기 바쁘다. 입김을 후후 불어넣어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겨우 살려낸 글감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내용이 산인지 바다인지 갈 곳 잃은 아이가 돼버리기일쑤지만 뭐라도 적어본다. 초고는 쓰레기라는그 유명한 조기교육과혹독한 훈련(?)으로 생각나지 않아도 써야 할 의무감이 생겼다.
작가가 된 후 주어지는 새벽은 그야말로 황금시간. 이 시간을 마음껏 이용해 보기로 한다. 글 100개 발행이 내년의 목표다. 너무 크다. 50개로 하자.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하고 아주 작은 거부터 실행하기로 해본다.
기가 막히게 다음 이어질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일단 저장해 두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생활을 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심정으로 빼꼼히 들여다보면 이 글을 왜 적었나 싶다가도 미래의 내가 다시 살을 붙여주겠지 하며 포동포동 무르익어주기를 기다려본다.
부캐의매력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깊게 파고들고 싶다. 평소 알고 있던 나인 듯 내가 아닌 듯 오로지 글로서 다른 삶을 사는 이중적인 세계로 들어온 이 공간이 참 좋다. 진짜 원하든 원치 않든 하고 싶은 이야기 해보려용기를 내본다.
이제 시작인데 한 시가 아깝다.글 하나 붙들고 있으려니 시간은 또 왜 이렇게나 속절없이 흘러가는지. 이래나 저래나 흘러가는 시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을 글로 담아서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작가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무엇보다 기억을 기록할 공간만 있다면 평생 즐길 놀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앞으로 함께할 부캐가 있어 오늘도 외롭지 않게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노후까지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평생 우려먹을 이야기, 오글거리지만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초보 작가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