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급하게 똥줄이 탄다. 여태 주야장천 글만 써댔다.그 어떤 연결고리하나 만들지 못한 채. 멀 그리도 뜸 들이고 있는지. 글 쓰는 것도 힘든데 북까지 엮으려니 더 골머리가 터진다. 그동안 아예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할 제목 하나 만들지 못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내용마다 엮으려니 이음새가 맞지 않는다. 서로 연관성 있는 것끼리 묶으려니내용이 다 주구난방이다. 두루뭉술한 그럴듯한제목 만들어 깡그리 다 묶어버리고 싶다.잘해보려다 또 방치하게 생겼다.
손가락이 근질근질 거린다. 이 정도 썼으면 뭐라도 비슷한내용을 하나로 묶고 싶은데 어쩌자고 계속 미루고 있는지 제발 좀 묶어란 말이다.글들이 늘어날 수록 고민만 더 짙어질 뿐이다. 이불 퀵 글들만 잔뜩 만들어놓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한 80편이다. 고지가 코 앞이다. 올해 안에 100편까지 쓸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생긴다.(꼭 이런 말 하면 멈칫하던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브런치북을 만들 절호의 기회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창이 버젓이 내 글 바로 위에 있다. 검은 창구는 빨리 응모하라고 재촉한다. 나도 지원할 수 있는데 발만 동동 구르는 중이다. 꼭 이렇게 의무적인 이유가 있어야 움직이는 나.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지만 언제까지 미루다 가는 작품 하나 내지 못한 채 끝날 판국이다. 브런치북 하나 만들고자 이렇게나 뜸을 들이는 이유는 들뜬 마음도 있다. 아니 나의 이야기를 엮어 북을 만든다니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지금을 잠시 만끽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순 없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
글을 쓰면서 굳이 적어야라는 생각을 굳이 안 하려고 한다. 이런저런 거 다 따지기엔 내 코가 석자다. 지금 한 줄 적고 들이대고 있으므로 그다음 한 줄 그다음 내용이 나온다는 걸 안다.내 생각이 문자로 찍혀 나오는 게 재밌는 요즘이다. 내용은 내비게이션으로도 찾을 수 없는 험한 골짜기일지언정. 브런치 북도 손이든 발로 만들든 간에 뭐라도 만들고 싶다 정말. 그 와중에 기가 막힌 제목하나 건져 올리려는 욕망까지 있으니 될 리가 있나.
이렇게 또 설레발만 잔뜩 안고 끝나버릴지 몰라서며칠 전부터브런치북 제목을 종이쪽지에 하나씩 적어두었다. 그리고 가운바지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 바지...어머나 세탁기에 돌아가시네... 나도 돌고 글자도 돌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더니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