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나의 성격이 참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니 그 이상일수도. 그냥 쓴 글을 복사해서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일도 거기다 돈을 준다는데도 제때 움직이지 않는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시간이 없는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쓰고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야 될 일을 미루고 있다.
뻔히 눈에 보이는일임에도 움직이지 않고굳이 급하지도 않은 일을골라서 하는모양새가 딱 청개구리다.스스로에게 이렇게나불만이 많았나싶을정도로 숨도 안쉬고 적고 있다.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마흔이 넘으면 통찰력이 있어 무엇이든 다 꽤 뚫어보는 눈을 가질 줄알았다. 어른은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어느새 겉만 어른인 그냥 사람이 되었다. 가만히있자니 썩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 매력 없어 보인다. 그냥 사람은싫어책을 보며 생각이란 걸 해본다.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만 하는 책을 보니 따라쟁이가 되고 싶다. 줏대 없는 사람이 따라 하려고 애쓴다. 그리 피 터지게 하진 않았지만 조금 해보니 힘들고 하기 싫어진다. 원래 하던 사람이 아니라 빨리 지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또 궁금해진다. 이게 청개구리의 본심인가. 하라 하면 하기 싫고 하지 마 그러면 하고 싶은 마음이 서로 엉키고 설키다 보니결국은 뭐라도 쓰고 싶었나 보다.작가의 서랍엔 해결되지 못한 결론 없는 이야기조각들만 무수히 쌓여있지만 언젠가는 그 답을 찾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 답은 없어도 무얼 이야기하고 싶은지 뜻이라도 공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적다 보면 알려나. 내 앞에 벽이 있는 느낌. 나도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얼굴없는 또 다른 내가 밀어붙치는 것같다. 어떨 때 보면 나에겐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다른 사람에겐 그렇게부처일 수 없다.나는 안돼도 다른 사람은 다된다. 왜이렇게까지 나에게 화가 나 있을까. 매번 그런 건 아니다. 한 번씩 이런 감정이 휘몰아칠 때가 있다. 굳이 결론을 내라 하면 단순하게내일부터 아니 지금부터 생각을 고쳐먹으면 그만이다. 거기서 끝나겠지만.
마치 답지 없는 문제집을 풀고 있는 것 같다. 이젠 그런 생각조차도 조금씩 바꿔보려 한다. 하루에도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브런치와 책을 통해 만난다. 여태 알지못했던 무지함에 화가 날 때도 있고 한편으론 이제야 알게 된걸 다행이라 여기기도 한다. 더 읽고 더 느끼며 그 상황을 이해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적으면서 생각하니 당장에 밤이라도 새울 기세다. 무슨 일을 하든 '원씽'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는데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어쩌면 그 단 하나를 위해 이미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왔을 것이다. 뒤도 보고 옆도 보고 이도 저도 아닌 생활을 해온것에 대한 후회도 해본다. 그래 본들 변한 건 없다. 돌아보는 찰나 시간은 지나가버리니까. 지금 당장 무얼 해야는지에 대해선 내가 가장 잘알 것이다. 해야 할 일과 별개로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 아직도 나는 나에 대해 이해 못 하는 부분이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