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함의 끝판왕. 오묘하게 사로잡는 마음까지 녹여주니 달짝지근한 그 맛을 외면할 수가 없다. 늦게 마시는 죄책감이라도 조금 덜어보고자 저녁보다 아침에 너와 마주하는걸 더 반가이 여긴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 순간만큼은 파이팅 하라는 무언의 응원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1일 1봉이라는 믹스커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름의 어느 날 1봉으로 허전한 그때 약간의 도를 넘은 2봉에다 우유까지 황금 비율로 맞춰준다. 그리고 각진 얼음으로 넘칠 듯 차가운 텀블러 안을 가득 채운다. 한동안 이 맛에 매료되어 허우적거리다 겨우 아메리카노와 라테로 빠져나왔다. 가끔 그 맛이 그리울 때도 있어 타보지만 첫사랑은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좋을 만큼 그런 알맞은 비율 섞기가 그리 쉽지 않다. 물과 우유 조절이 관건이다. 그리고 믹커는 역시나 따끈하게 타먹어야 제 맛이다. 왠지 종이컵에 마셔야 그 느낌 아니까라며 연설하고 싶지만 특히나 추운 겨울 미리 데워놓은 유리잔에 타먹는 믹커는 더 은은한 풍미(?)를 안겨준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 바리스타들도반한 맛이라고도 할까.
믹스커피와의 인연은 끈질긴 생명력과 같다. 작별을 고하고도 싶지만 아직까지는널 놓아줄 수가 없다. 예전에 한번 잠깐 이별한 적이 있다. 잠시 생각이 나지 않은 게 신기하리만큼 그 마음을 숨기고 있었던가. 불현듯 스쳐든 너의 생각에 그리웠던 마음이 한꺼번에 분출하듯 다시 만난 날 평생 너와 헤어질 수 없다며 그날은 1일 3봉의 격한 만남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건강이 허락되는 그날까지 무한대로 함께 하고픈 마음이 크다.
달달한 만큼이나 그 유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혹여나 힘든 상황일수록 멘털이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그 어떤 이가 달콤한 말을 내게 건네온다면 나도 모르게 넘어가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달콤한 맛과 말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한동안 너와 헤어질 마음은 없지만 하루 세 번 뜨거웠던 우리 사이일 때보다는 조금씩 거리를 두려 한다.그래야 더 오래도록 긴 만남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커피친구는 가리지 않는 편이다. 쉬는 날 고요하다 못해 적막이 가득한 집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향과 쌉싸래한 맛은 책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또 다른 근사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 외에 별에서 온 분위기 좋은 곳에서의 그대를 만나러 갈 때도 있다.
안 마시면 계속 생각나고 하루 한 번은 꼭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커피처럼 글쓰기도 내 삶에 그런 존재로 남기고 싶다. 그러고 보니 둘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