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카페에 혼자 왔다. 지금까지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남편이랑 친구랑 온 적은 있어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혼자 온건 처음이다. 나쁘지 않다. 이 느낌. 몇 주 전 시어머니가 주신 스벅쿠폰으로 남편이랑 다녀간 이곳. 다음에 올 땐 남편 버리고 혼자 올 것을 다짐했다. 그 틈을 노리고 있던 찰나 드디어소소한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예의상 한번 같이 가자고 물어보았지만 손사래를 흔든 남편이 내심 고마웠다.
박작까님 감사합니다~♡
우리 동네 별다방은 단층이지만 넓다. 그곳을 가지 않고 굳이 버스를 타고 옆옆동네까지 온 이유가 있다. 바로 초록 뷰. 난 초록이가 좋다. 글을 쓰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땐 멍 때릴 곳이 필요하다. 초록이를 보며 다시금 쓰는이유를 찾기도 하지만그 이유조차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한다.
그전에는 남의눈을 의식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게 그리 탐탁지 않았다. 글을 쓰고 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각자 본인들 할 일에 집중하기 바쁘다. 나도 함께 이곳의 분위기에 빠져들고 만다. 이것마저도 새로운 경험이다.직접 해보고 내가 판단하기. 내 눈엔 너만보인다. 세 시간 내리 퇴고만 했더니 눈이 핑글핑글 돈다. 책을 세권이나 들고왔지만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봐도 봐도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내용을 붙잡고 있으니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다.
버스에 승차를 하고 나니 왠지 모를 의무감까지 생기는 건 덤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뭐라도 써내야 할 것만 같다. 가성비 결과물을 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돈이 들어가는것에 좀 민감한 편이다. 그러니 비용을 들지 않고 하는 일에 가치까지 더해지는 일이면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그래서 더욱 글쓰기에 애착과 집착 그 중간 어느 지점에 머무르게 된 지도.그리고 운동도 걷고 달리며 초록이 무성한 자연과 함께 하는 걸 선호한다. 쿠폰을 사용하되 더 좋아하는 음료를 정하고 더 많이 느끼고 싶어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나. 지금의 주어진장소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고싶은 마음이 크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한 후 집으로 돌아올 때는 걷기를 선택했다.버스를 타고 훌쩍 지나온 길을 한 걸음씩 꼭꼭 밟는 발걸음이 그리 가벼울 수가 없다. FT아일랜드의 훈남들과 이 길을 함께 동행한다. Beautiful가사말 그대로 오늘은잇츠 뷰티풀데이그 자체다.같은 곳을 보더라도 글 발행 전과 후에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그리 오래가진 않지만. 그 짧은 순간만을 지금 여기에 담는다. 내 눈 안에. 그리고 이 브런치스토리 나만의 공간에. 아니 이젠 모두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