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듯 글쓰기

by 햇님이반짝


밥은 먹고살아야지. 하루라도 끼니를 거를 순 없다. 밥 먹고 나면 설거지는 누가 하나. 돌아서면 컵은 또 왜 이렇게 쌓이는지. 식기세척기가(없지만)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 손은 반드시 한 번은 거쳐가게 마련이다.


사실 설거지하는 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쌓여있는 그릇들을 보자니 정렬되지 않은 쓰다만 문장들 같다. 일단 시작한다. 음식물 찌꺼기들을 뽀득뽀득 씻어내어 마무리된 걸 보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설거지를 끝낸 개운함은 글쓰기를 발행한 순간과 일맥상통한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식사를 하고 다시 설거지를 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고 오늘 굳이 끝내지 않아도 될 일들이 있다. 밥 먹고 설거지는 꼭 해야 한다. 원래는 좀 미루긴 해서 뜨끔하지만 하루만 지나도 냄새가 나니까 글은 쓰지 않는다고 냄새가 나거나 어떻게 되는 일은 없다. 아무도 모른다. 가끔 내 마음 길 없지만 나는 작가라는 마음을 굳게 믿은 체 써 내려간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니까 쓰려고 작가신청한 거니까. 하지만 그 마음을 유지하기란 꽤나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늘 생각해야 한다. 안 쓰더라도 읽어야 하고 읽지 않더라도 오늘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기라도 해야 한다.





설거지는 하지 않으면 안 되고 해야 한다면 내가 해야 한다. 아니다. 내가 안 하면 남편도 하고 정말 게으를 땐 친정엄마도 가끔 한다(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적고 싶었지만 많이 찔리기에) 돌고 돌아 씻은 그릇을 정리할 사람은 역시나 나뿐이다(이건 맞다) 글쓰기도 같다. 정말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어쩌다 가끔 아이들 덕분에 글감이 생기긴 하지만 결국 시작과 마무리는 내 손을 거쳐야 한다. 설거지하듯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나는 연식만 15년 된 아직도 어설픈 주부에 1년도 안된 초보작가니까. 살림도 글쓰기도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늘겠지라고 믿고 싶지만 아직 갈 길이 천 리다. 철들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 들면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마음은 늘 잘하고 싶지만 욕심만 가득 낸다면 오히려 탈이 난다. 한 번에 이것저것 못하는 사람인지라 일단 하나씩만 물고 늘어져본다. 지금은 글쓰기 너와 절친하고프다.



글쓰기가 내 밥줄이 되진 않지만 반찬줄이라도 되는 그날까지 매일 설거지하는 마음으로 글도 씻고 헹구어 물기가 빠지면 예쁘게 정리해 놔야겠다.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