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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24. 2023

1400원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선낙금 얼마 들어 있지도 않는데 칼로리보소.

믿었던 아이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랄까.

눈꼬리와 입꼬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을 향해 한없이 내려간다.




휴무날 아침부터 바지런히 달리기 15분과 더불어 만보를 걸었다. 먹은 거라곤 사과 두 조각뿐.

공원을 걷고 달리며 세상 뿌듯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얼 먹을까부터 설렌다. 예전 같으면 바로 캔맥을 따도 모자랄 판인데. 워워 나 관리하는 여자야. 그래도 곧 글을 쓸 거니까. 커피 먼저 쟁이고 얼른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 앞 마트. 꼭 그 앞을 지나간다. 아니 옆으로 지나가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자연스레 발길이 옮겨졌다. 오늘은 캔맥 아닌 과자 한 봉지만 딱 사기로 했다. 눈알이 마구 돌아간다. 이럴 때 우유부단의 결정체. 빠른 선택을 하지 못했다. 감자맛도 양파맛도 다 기지만 계속 손이 갈 것만 같은 새우과자를 골랐다.



뜨헉. 칼로리가 465다. 운동하고 온 칼로리보다 112나 더 높다. 집에 오자마자 몹시 허기가 졌다. 3분 만에 조리되는 짜장밥을 김치까지 올려가며 야무지게 비벼 먹은 터라 칼로리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지만 새우과자의 칼로리엔 영 언짢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도 역시는 역시다. 솔솔 풍기는 새우향에 고소함과 바삭바삭 씹히는 게 과자의 조상(?)답다. 새우과자를 고른 이유가 분명 있었는데 1400원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아점을 먹어서 망정이지 과자 한 봉지 다 먹어도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사악한 가격에 비해 양은 줄어든 것만 같칼로리는 폭탄 맞았다. 






하루라도 새우과자를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돗느냐는 엉뚱한 질문엔 단호히 아니다. 새우과자는 그냥 과자일 뿐 별다른 감정이 들어가 있진 다. 과자는 좋아하지만 매일 달고 살지는 않는다.


거기에 비해 커피가격 2000원이 아깝게 느껴지느냐. 그건 또 아니다. 한 모금을 마시더라도 오만가지 의미 다 부여해 가며 마시는 커피를 생각하니 새우과자는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 큰 의미는 없었다. 그저 쉬는 날 입이 심심해서 먹어볼까 했더니 오늘따라 새우과자의 본태가 유난이도 거슬린다.






래 생각했던 것과 다름에 실망하게 된다. 늘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길 바란다. 새우과자의 맛은 늘 그대로인데 지금 여기에 살아남기 위한 가격상승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있고 더 쓰더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 단돈 얼마를 쓰더라도 한번 더 미소 짓는 곳에 쓰고 싶다. 더 가치 있는 곳에 지갑이 자연스레 열리기를 바란다.



새우 과자를 먹는 동안 바삭함에 집중한다. 그전에 나의 글을 읽는 동안엔 그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으며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지금의 내 글이 1400원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사진출처: 햇님이반짝 갤러리.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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