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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10. 2023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열경기에 식겁당한 초보 엄마


그저그런 하루의 시작. 

의미를  더 부여해 보자면 일주일의 시작

다이어트 시작 적게 먹기 많이 움직이기

다시금 마음의 준비를 시도하는 그런 월요일이다.

그래서 또 는다. 걸으면서 적는다.

한 줄이라도 적으면  조금이라도 뭔가 달라질까 싶어 글쓰기창을 열어본다. 감사가 절로 생각나는 월요일이다.




평범한 일상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요일.

실내에서도 마스크가 해지가 되어 모처럼 마음 편하게  목욕탕멤버들(친정식구)이 모였다.  오전은 냉탕을 전세내고 놀았다.  오후는 집에 가기 아쉬워하며 바깥 활동을 이어갔다.  둘째는 마스크 없이 자유로운 영혼인양 겉옷도 벗은 채 인라인을 타며 즐겼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자고 일어났더니 열이 다. 목이 아프단다. 멀쩡한 게 이상할 정도로 차가움에 노출되었던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도 38도를 찍어 학교엔 못 갔다. 다행히 코로나 검사는 음성. 해열제를 먹은 후 촉촉한 땀을 흘리며 자더니 다행히 그 뒤론 열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 둘째의 열이란 온 신경세포가 나대는 일이다.




1층엔 작은언니네  2층은 우리 집.  저녁거리가 없을 땐 어김없이 쪼르르 내려가 저녁을 나눠먹던 날이었다.  메뉴가 삼겹살이었던 것도 기억난다. 언니네랑 삼겹살과 함께 간단하게 이슬도 곁들인 날.  이때까지만 해도 독박육아의 뒤풀이처럼 그저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는 날로 마무리될 줄 알았다.  몇 시간 뒤 미쳐 날뛸지도 모르고.


둘째가 돌이 지날 무렵이었다. 저녁을 먹고 2층으로 올라와 평소처럼 기저귀를 갈았다. 아무미동이 없다. 칭얼거림도 없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검은 눈동자는 자리 잡지 못해 치켜세우고 흰자만이 보일뿐. 의식 없이 팔다리는 축 처져 있었다.  오빠!!! 지온이가 이상해!!!  너무 놀라 뒤도 안 돌아보고  남편어깨에 들쳐 매고 뛰어나갔다. 나도 그 뒤를 이어 같이 뛰었다.

119 부를 생각조차 못다.  남편어깨 위에 맥없이 걸쳐진 아이는 종이인형처럼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이미 이 세상 아이가 아닌 것만 같았다. 이거 머야 이렇게 간다고? 이건 아니잖아! (이때는 정말 딱 이 심정이었다)  큰 도로까지 가는 시간도 멀게만 느껴졌다. 마침 인도 위에 퀵아저씨인지 오토바이가 한대 서있다. 뒷자리가 비어있다. 다짜고짜  뒷자리에 정착 후  빨리요 제발 빨리 가톨릭 병원으로 가달라며 외쳤다.


영문도 모르는 아저씨는 이내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사거리 신호등에 걸렸다. 아저씨 우리 아이 숨을 안 쉰다며 제발 빨리 가달라고 엉엉 울며 소리쳤다. 때도 손이 시리고 발이 시린  입김 나는  겨울이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팔은  담요에 대충 감싸진 아기를 안고 오른손은 생명의 끈을 잡듯 아저씨 허리춤을  꼭 부여잡는 방법밖엔 없었다. 위험하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빨리 큰 병원으로 가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더 백번 천 번 위험하게 느껴진다.  




처음이었다. 초보엄마가 열경기에 호되게 당했던 날.

두 번 다시 격고 싶지 않은 일이다. 38개월이 되는 첫째 아이를 키우고 있었지만 예방접종과 정기검진 외에는 병원 찾을 일이 없어 원래 이렇게 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토바이 사건으로 인해 둘째에게 열이란 나의 예민보스를 건드는 격이다.


물론 그때 큰 경험을 하고서야 한층 더 단단해진 건 사실이다.  그 뒤로 한번 더 열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니. 그래도 긴장은 늦출 수 없기에 둘째에게 열만 나면 그날 당직근무 당첨은 기본이며 하루면 감사할 지경이었다. 다음날 남편도 출근 나도 출근을 하지만 당직근무는 여전히 나의 몫이다.


당장 어제 한 일조차 기억이 가물한 내가 10년이 지난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일을 생각하며 적는 순간에도 코끝이 찡해진다. 지금 옆에 건강히 있어주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퀵 아저씨에게도 너무나도 감사하고 죄송하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응급실로 뛰어들어갔고 뒤를 이은 남편이 잊지 않고 감사의 사례를 표했단다.


평범하다고 특별한 일이 없어 투덜거리지 않는다.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무사무탈하여 지난 일을 곱씹어 볼수록 감사함이 배로 느껴지는 월요일이었다.


지난 일요일 날은 많이 풀렸지만 공기는 차가웠던 날.   그저 좋단다.





사진 출처: (제목)픽사베이, 내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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