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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16. 2023

마누라 글이 다음에  떴네

딱 오늘만 만끽하자


저히 입이 근질근질해서  못 살겠다.



봤어?  마누라 글이 다음에 떴다고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니, 남편은 브런치 앱도 없고 내 필명은 아는가 몰라)

알려주지 않았다. 글은 안 보여주고 자랑만 했다. 작가가 된 초반에 돈이 되니 마니 헛소리를 한 과거가 있어 또 실없는 소리 할까 봐 미리 선수 쳤다. 그리고 더 이상의 말은 사양한다며 단단히 일러두었다.

혼자 떠들고 혼자 기분 좋았음을 통보했다. 결국은 모를 거야. 마누라가 무슨 글을 썼는지.




얘들아 단톡방 작가님 한분이 내 글이 다음에 떴다고 캡처해 주었다.  보는 순간 울컥하여 눈시울을 붉힐뻔했지만 직장 안이라 애써 감정을 삭혔다.  처음이라 감격스러움이 몇 배로 차올랐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된다. 되는구나.  정말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만 백 번도 더 다. 쓰지 않았다면 없었던 일이라 더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그 누구보다 얘들아 동기분들에게 생일날 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거기다가 동기작가님들과 함께 메인에 올라  더욱더 든든했다.  내 글이 떴다고 스스로 몇 초간 부정의 의심으로 작은 불씨를 키울뻔했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이런 기회를 줄 때 넙죽 받아야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음 메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짜 한 번만 올랐으면 좋겠다고 매번 상상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행운. 온 세상이 밝아 보인다. 백 프로 긍정에너지가 차고 넘친다. 입꼬리가 실룩거리고 어깨춤이 절로 나대려 한다.  이런 기분이구나.  일을 하다가도 평소보다 한층 더 업된 목소리로 안내한다.  설문지를 하다가도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달라며 이야기한다. 이게 뭐라고  사람마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지 그냥저냥 보통 일상에 활기와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동기부여 한번 제대로 못을 박아둔다.



내 글도 읽어줄까  내 글만 쏙 빼놓을까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글을 몇 날 며칠씩 읽고 또 읽고 외울 판.  한 문장,  단어하나 마침표하나도 찍고 안 찍고를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정답은 없지만 내 마음이 허락되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스스로 내린 결론으로 힘차게 발행까지 누르지 손가락이 참으로 기특하다.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손길이 무거우면서도 속 시원한 이중적인 마음과 함께 어여 내보내기를 서두른다. 가서 어느 누구 한 명이라도 공감과 위안되는 글이 되어주라고 한다.  기분과 감정이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파격적일 줄이야 몸소 실감한 날이다.




하루종일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조금의 빈틈이 보이면 조회수를 확인하고 다음에 뜬 글을 찾았다. 너무 찰나로 지나가버렸다. 아직도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픽 당한 내 글이  이상 수십 번 새로고침을 해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잠깐 스쳐 지나간 한 번의 바람이었구나라며 이내 숙연해진다.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이미 하나같이 족족 다 캡처해 놓고 애지중지 모셔두었다.



분명 평소의 앳되고 앙증맞은 조회수에 비하면 엄청난 일이다.  사람마음이란 게 간사하다. 글 떴다고 감사할 땐 언제고 그새 다음을 기약하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건 만족으로 끝내선 안된다.  



손흥민 아버지께서 그러셨다. 골을 넣어 경기에 승리를 하더라도 그 순간 자만하지 말고 그다음 경기를 바로 준비하라고 말이다.(반납한 지 꽤 되어 겨우 꺼낸 기억으로 남긴다.) 파도가 크게 한번 일렁일지언정 일희일비하지 말고 다시 다음 글에 집중하자.  (누가 보면 책 한 권 낸 줄 알겠네. 또 ) 



내일은 또 어떤 글감으로 요리를 할까 상상해본다. 진짜 요리는 만들고 먹으면 그만이지만  글감재료로 완성시킨  요리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나만의 메뉴를 또 만들어낸다.  진짜 요리든 가짜 요리든  역시나 만드는 시간은 엄청 걸리는구나.



일상을 글로 써낸 경험으로 불꽃처럼 반짝이는 하루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의심의 불씨가 아닌 확신의 불씨를 키워내보자.  이 기억으로 또 힘나는 하루를 살아내보자.








사진출처: 다음, 내 갤러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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