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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23. 2023

부지런하다 부지런해

배불러도 새로 먹어 보는 마음

부지런하다
어떤 일을 꾸물거리거나 미루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태도가 있다.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한 후 바로 나갈 채비를 한다. 채비라 해봐야 겉옷을 갈아입고 이어폰을 챙기는 일이 전부다.

이때 실장님이 하신 한마디   "부지런하다 부지런해"


뜨끔했다.  주위엔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백 프로 게 하는 말이었다. 평소 나와 어울리지않는 말이라 여겨 할 말은 많았지만 그러기엔 걸을 시간이 부족하다. 짧은 미소만 띄운채 얼른 나간다.  30분 정도의 여유가 주어지는 직장 내의 작고 소중한 유일한  숨구멍 시간. 정말 바쁜 날엔 쉴 여없이 점심 흡입 후 오후근무로  바로 이어져 이 시간조차 사치일 때도 많다.


퇴근 후에도 걷기는 이어진다. 틈날때마다 걷고 틈을 내서라도 걷는다. 거의 매일 만보 걷기를 하는 중이다. 나의 일상에 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일은 생계를 위해 어.쩔.수.없이 해야 하는 일.(너무 의무적인가, 일하는 게 그렇게 고통스럽진않다) 그 외에 나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오로지 나를 위해 하는 일. 걷기를 선택했다.  뭔가 일상의 활력을 얻어보려는 스스로의 다짐이랄까. 하루라도 안 걸으면 옆구리가 허전할 정도.


약간의 동기부여를 얻자면 만보를 걸으며 앱을 통해 적립금을 쌓는다. 이왕 걷는 거 적립금 쌓고 커피도 마시고 일석이조를 이루는 사이클이 참으로 흡족하다. 설거지를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걸었다. 어떨땐 걷고 싶어 걷는지 의무적으로 걷는지 헷갈릴때도 있다.  걷지 않으면 부지런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낙인 시키는 또 이상한 구조가 될만큼 걷기에 진심이다. 그 정도로 만보 걷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할만큼 감히 자부심을 내본다.






'부지런하다'  

요 며칠 이 단어가 머릿속에 정착하지 못한 채  뱅글뱅글 떠다닌다.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왜 그럴까.

걷는거 외의 일로 부지런하고 싶은데 그렇게 동하지 않은 내가 있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다.

나랑은 정말 안 어울리는 말이라 여겼다. 어떤 일을 미루는 대 있어서는 정말 일등 선수같다. 지금도 적극적으로 미루려는 그런 마음이 크다. 특히 비우기.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 버려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요래저래 째려보고만 있다.  


부지런해지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는 건가.  좋은 말로 미루려고 하는 다른 이유는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란 말을 들었다. 머 얼마나 완벽하려고 시작도 못하고 하던 일도 미루게 되는 건지 맺음이 없다. 글을 적으면서 반성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


만보 걷기를 시작한 건 2년이 넘었다. 그 전부터 버스 몇코스 정도 걸어다니는것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러니 이제 하루라도 안 걸으면 이상할 정도로 루틴이 잡혔다. 못 걷는 날이 있으면 실내 자전거라도 대체를 하든 다음날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절로 생긴다. 만보를 걸으며 깨달은 것이 있으니 흐름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한 습성을 알면서 다른 것으로 왜 적용을 못하니.


걷기 만큼 자리 잡혔으면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글쓰기 습관이다. 하루라도 안 적으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매일 내뱉어야 후련해지는 그런 경지에 이르렀으면 한다.


부지런하다. 이 단어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그저 멀게만 느껴졌. 이제는 설거지를 먼저 하고 걸어보는 사소한 습관부터 가져보려한다. 그럼 더 완벽해지려나.(무슨 논리인지)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더 읽고 쓸 수 있는 부지런한 마음 또 먹어보자. 마음만 너무 먹어 헛배가 잔뜩 불러 터질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은 계속 의식적으로 든든히 먹어둬야할  것 같다. 이 무슨 강박관념인지. 채찍질이라도 해야 더 끄적여보려나. 적었으니 발행 꾹!  글도 썼으니  걸으러 나가야겠다. 오늘 나는 충분히 부지런했다고 말할 수 있게끔.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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