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의 폰을 들고 조용히 둘째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메인에 떠 있는 내 글을 보여주었다. 신기한 듯 쳐다본다. 글을 읽어보더니 자기가 한말은 왜 없냐고 묻는다. 딱히 기억이 나질 않아 패스했다.곧이어 큰딸방으로갔다. 내 폰으로 보여주면 엄마폰이라서 뜬 거라고 하고도 남을 첫째이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물을 남기고 싶었다. 올해 중2가 되는 딸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요즘 외줄 타기 하듯 아슬하다. 이럴 때도 있었지라는 추억과 동시에 꽁기해서 폭로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어머니 글이 지금 조회수가 오천을 넘어가고 있어!
그것밖에 안돼?
머래~ 백넘기기도 힘든데
그렇구나. 더 열심히 해~그런데 블로그 말고 어디 글 올리는 거야? 아, 브런치 올리지?
이런, 그래도 관심이 있긴 한가 보네.
저녁쯤조회수가 만이 넘었다. 냉큼 이 사실을 큰아이에 알렸다.
누가 모르고 잘못 클릭했는가 보네.
이런 냉철한 딸내미 같으니라고.적은 내부에 있었다. 사춘기라고 다 이런 건 아닐 텐데쥐어박고싶을 만큼 말을예쁘게 한다.뇌를 스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하는 말 같다.
그 수업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한 날은 큰 딸이 이런 망언을 한 적이 있다.요즘 도무지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 딸이라 나로서도 삐딱서니로 들린다.본인이 듣는 수업은 당연한 거고(그렇게라도 생각해 주면 다행)내가 듣는 수업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터 어미는 일주일에 두 번 글쓰기줌수업을 꼬박 듣고 있다. 걷기 운동은 못 나가더라도 줌강의는 빠질 수 없다.엄마도 배우고 싶은 게 있다.들어도 되고 안 들어도 되는 수업이 아니라는 것을보여주고 싶다.미래이자꿈으로 연결되는 곳임을 끊임없이 쓰면서 알려주고 싶다. 계속 쓰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이 참 좋다.이런 모나는 질문조차도 글로 써낼 수 있으니. 글을 쓰지 않아도 시간은 잘만 흘러가는데 몇 문장이라도 붙들고 있는 순간이 다가오면 그날 밤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 감싸주고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판국에 큰딸을 나의 첫 블랙리스트로 올린다.안티도 팬이라고 언젠가는찐 팬으로 만들 수 있지않을까라는 가망 없는 희망을 꿈꿔본다.딸들에게는 현재 상황을 보고라도 하지 남편에게는 더더군다나 알려선 안 되는기밀 같은 글들만 늘어나고 있다. 그냥 알아도 모른 척모르면모르는 대로묵묵히 그 자리에만 있어주길. 남편이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