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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26. 2024

먹고 자고 싸는 루틴


일주일 중 제일 기다리는 요일이 왔다. 평일 휴무날인 목요일이다. 이날만큼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려고 애쓴다. 예전의 나에게 휴무란 먹고 자고 싸는 게 루틴이라고 할 만큼 허송세월로 보낸 날이 많았다. 오전엔 잘 수 있을 때까지 늘어졌다. 이건 바로 고쳐지지 않더라. 오늘만 해도 아이들 방학이기도 하고 눈을 뜨니 열 시였다. 이미 나에게 진 기분이다. 알람은 분명 새벽 6시에 울린 걸 봤기 때문이다. 이래놓고 매일 미라클모닝을 꿈꾸며 관련된 책을 읽는다는 게 문제다. 그만 벌떡 일어날 것이지. 말은 쉽다.






만보 걷기 나의 루틴이다. 그렇게 걸어댔다. 기적이다 싶을 만큼 새벽에 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아련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되어버렸다. 새벽에는 못 걸어도 점심시간이면 걸었고 저녁을 먹고도 걸었다. 안 걸으면 허전할 정도로 걸었다. 그러던 중 매주 평일저녁 이틀은 줌수업이 생겼다. 거기다 요 며칠 스치기만 해도 아린 칼바람덕에 밤에는 더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곗거리들로 6일 동안 걷지 못했다. 이번 휴일은 걷지 못할 핑계조차 댈 수 없다. 시간 없다는 말은 더욱이나 꺼내지 못한다. 지금 걸을 수 있는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매일 걷는 루틴이 당연시되어 가끔 만태(만보권태기)가 올 때도 있다. 매일 걷다시피 하다 6일 만에 만보를 걸으니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다. 숨 쉬듯 걷는 일상이었는데 안 걸으니 방학숙제 밀린 듯 계속 생각이 났다. 






화장실 청소를 했다. 청소는 나의 루틴이 아니다. 매일도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닌 생각나면 하고 더러워지면 하는 정도였다. 변기 옆과 세면대사이 고개를 숙이니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곰팡이가 있었다. 락스를 뿌리고 잠시 뒤 수세미로 빡빡 문질렀다. 아차 싶었다. 눈에 보이는 일신경 쓰다 보니 보이지 않는 곳을 놓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도 방심하면 느슨해진다. 화장실은 그 어느 장소보다 청결해야 할 곳인데 매일 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었다.



만보 걷기는 이미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잊을 수 없는 강력한 이유가 있으니 바로 SNS인증을 한다. 그래서 걷지 않는 날이 있더라도 굳이 달력에 표시하지 않아도 걸어야 됨을 안다. 화장실 청소는 매일 인증하지 않는다. 요일이 필요했다. 청소루틴을 잡아 의무적인 뿌듯함과 깨끗함을 동시에 만끽하는 날을 정해야겠다.



하던 일은 해야 마음이 편하다. 힘들지만 안정감을 준다. 각자루틴이 있다. 만보 걷기, 화장실청소, 새벽기상하기를 평생 루틴으로 삼고 싶다. 하고 있는 건 더 잘하게 되고 해야 하지만 무심코 스쳐지나 칠 수 있는 일은 의무적인 날을 만든다.



의미 있 루틴을 내 인생에서 만들어 간다. 마음먹어서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남들이 정한 것이 아닌 내가 정한 루틴은 나를 지켜주는 힘이 다. 하나를 하더라도 내 마음이 가는 것. 하지 않으면 자꾸 생각나고 안 하면 찝찝나만의 틴을 만들어 간다. 다른 매력적인 운동이 생기기 전까지 걷기는 생활의 동반자로, 화장실 청소는 만남 뒤의 상쾌함을, 글쓰기는 평생 정신적 친구로 남기고 다. 먹고 자고 싸는 일만큼 일상에 스며드는 루틴으로 자리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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