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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23. 2024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월요일이 지났다. 자정이 넘었으니까.

20분 전의 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같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였다. 출근을 했다. 오전의 일과를 보내고 직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방학이 되니 나만 진수성찬으로 먹고 있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점심을 먹고 큰딸에게 전화를 하니 할머니가 오늘 늦는단다. 친정엄마가 매일 우리 집에 온다. 붕어빵이라도 사갈까 싶어 나갔더니 날이 너무 추워서인지 붕어빵 포차끈으로 꽁꽁 묶여있었다. 집에 와서 냉동낙지볶음밥을 얼른 준비했다. 달걀도 얹어주었다. 여유 있게 앉아 있을려도 없이 바로 직장으로 돌아왔다. 이럴 때 집이 가까워서 정말 다행이다. 오후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틈날 때 제목도 저장해 두고 몇 줄 끄적이다만 글도 있었다. 결국 발행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저녁을 먹고 걸으려니 꽁꽁 얼어붙은 날씨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운동은 해야 될 것 같아 실내 자전거를 탔다. 이마저도 영혼 없이 페달만 돌리고 있었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끄적이긴 했으나 발행을 못했다. 분명 쉴 새 없이 보낸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 같다. 어떡하다가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된 걸까. 쓰는 건 재밌다. 부담도 다.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해야 할 일로 다가왔다. 아직은 괜찮다. 정신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글쓰기는 이어간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연예인들도 오랜 기간 무명시절을 거쳤다. 가수들도 연습생부터 시작한다. 작가가 되었다고 처음부터 계속 쓰진 않았다. 일주일에 글 한번 발행하기도 전전긍긍할 때에 비하면 분명 잘하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그냥 쓰고 싶은데  더 잘 쓰고 싶은 의욕만 앞서 막힌다. 언제부터 글이 하루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걸까. 은 쉬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몸은 다른 일을 하는데 머리는 글감 생각뿐이다. 글 하나 발행 못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라니 별스럽게까지 느껴진다. 그만큼 나의 일상 깊숙한 부분까지 스며들었나 보다.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중이다. 그만큼 자주 쓰겠다는 의지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써야 됨을 안다. 쓰지 않으면 읽어야 하고 읽지 못하면 왜 써야 하는지 계속 생각한다. 아는 것만으로 끝이 나는 하루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글을 쓰면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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