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20년지기 인생동지 남편과 공원을 걸었다. 저녁에 줌으로 독서모임이 있어오늘 내로 최대한 읽어야만 했다.책 두께도 꽤나 있어 마음이 급했다.한참을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진도가 안나간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발표할 생각에 긴장되었다. 몇 시간째 앉아있으니 좀이 쑤신다. 공원은 갔다 왔으니 집 근처 운동장에서 뛰기로 마음먹었다.
힘듦을 분산시킬 수 있는 달리기 동무를 찾는다. 월급쟁이 부자들 TV에 '이 두 가지로 남들과 격차가 벌어집니다'를 선택했다.뛰다가 귀에 박히는 문장만 간단히 남겨 보았다.(초반엔 그랬다)
파도를 탈 수 있는 준비. 기회를 잡는 방법. 잘 되고 싶은 마음 왜 잘 돼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딱 한 가지의 성취 경험만 있으면 된다.
현재 내가 해야 할 것은 일상을 붙잡는 일이다.나에게 기회를 잡는 방법은일상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일상이 곧 인생이다. 왜 잘 돼야하는물음에 한참을 고민했다.생각의 꼬리를 물어 가족으로돌아왔다. 나만 생각해선 불행하다. 결국은 가족과 함께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따지고 들면 온통 실망투성이만 보인다.이럴 때일수록성취경험을 쌓아가고 싶었다. 걷기와 달리기 글쓰기까지 내 의지로 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알아가는 요즘이다.
5km를 설정했다. 과했다. 3km에 최적화된 내 몸은 정확하게 이 지점을 지나 빠른 고비가 왔다. 그만둘까를 몇 번이고 생각했다. 기록이고 머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공원을 뛰면 대략 어디까지 인지가늠이라도 할 텐데 학교 운동장은 아무리 돌아도 4km가 되었다고 말을 안 한다. 앱이 정지됐나싶었다. 기록을보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한 번쯤 그만둬도 될 텐데지금껏 뛴 게 아까워서라도 멈추지못했다.숨이 턱끝까지 차 올랐다. 다리와 정신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오늘따라 유독 더 힘들게 느껴졌다. 갑자기 높아진 기온도 있었지만 재미가 없었다. 몸도 정신도 힘드니 더 이상 유튜브도 못 듣겠다. 똑같은 길만 뱅글뱅글 돌았다. 정체기 같았다.
달리기 하기에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학교운동장이라 쉽게 봤다. 굴곡 없다고 힘들지 않은 게 아니었다.그새 오전에 걸은 공원이 그리워졌다.오르막이힘들다고 투정만 부리지 말아야겠다.오늘 멈추었다면 다음에 운동장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굴곡 있는 하루도 그저 그런 하루도 지나고 나면 모두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의자!!러닝목표를 완수하고 다급히 쉴 곳을 찾았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그 자리에 벌러덩 눕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는데 봄바람이 힘들었지 하며쓰다듬고 간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그 모습을 본 활짝 핀 철쭉도 고생했다 하였다.어떻게 재미있는 것만 있을까.바람이 꽃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게 가당키나 할까. 내가 듣고 싶은데로 해석하고 행복하면 그만이지.
달리기를좋아하는 사람들이 체력만 기르려고 뛰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가끔 뛰는 달리기에생각이 많아진다. 하기 싫은데 잊을만하면 생각난다. 달리기에 빠져드는 이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