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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22. 2024

일상이 그런 거지 뭐


나의 휴무일인 목요일이었다. 남편은 아침 일찍 건강검진센터에 가기 위해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검진이 끝나고 집으로 온 남편은 어젯밤부터 모든 걸 내어놓았기에 기운이 없어 보였다. 밥 하기 싫은 핑계로 데이트를 가장해 오랜만에 둘이서 집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든히 배를 채운 뒤 공원 한 바퀴를 걸었다. 두 시까지 카페로 가야 해서 소화도 시킬 겸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특권(?)으로 스타벅스는 1+1 가격으로 낮 세 시간 동안 7일간 행사를 다. 마침 남편이랑 같이 있었기에 괜찮은 찬스였다. 그사이 남편은 다른 가게에서 빵을 샀다. 며칠 전 이곳에서 내 세상인 양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기에 자연스레 명당자리를 물색했다. 남편이랑 카페데이트까지 하기엔  이미 오래 있었다. 이제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눌러앉고 싶었지만 노트북도 책도 아무것도 없었다. 빵도 먹어야 했기에 에 가기로 했다.


어제는 폭염이었다. 오늘은 태양보다 구름이 가득한 날이다. 더위가 한풀 꺾여 거실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틀었더니 꽤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트북을 열어 쓰던 글을 이어보려고 하지만 이내 문장은 명절연휴 고속도로 정체구간인 듯 이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올해 휴가 갈 곳 숙박을 물색 중이었다. 중간중간 여긴 어때라는 질문에 대답하랴 문장 보랴 몇 시간째 같은 구간만 맴돌고 있었다.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이내 눈꺼풀은 추를 달아놓은 듯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30분만 자기로 했다. 앉아있어 봤자 도저히 답이 없었다. 큰방에 선풍기를 틀고 양옆으로 돌고래와 펭귄인형을 곁에 두었다. 허리가 곱게 펴지면서 온몸에 긴장이 풀려 스르르 잠이 들었다. 분명 꿈속 어딘가를 다녀왔는데 기억이 안 난다. 잠시 눈을 뜨니 15분이 지났다. 좀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심봉사 눈 떠지듯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깥에서 바람이 살랑 불어 들어오는 순간 거실 한쪽 벽면에 자리한 초록이들이 기분 좋은 듯 흔드는 몸짓에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예쁜이들 같으니라고. 낮잠의 힘으로 뒷심을 발휘하여 한 문장씩 밀고 나갔더니 여기까지 다.




마무리를 짓고 싶은데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덮어두었다. 자연스레 TV를 보았다. 마침 < 퀴즈 온 더 블럭> 방송이 나온다.

출처: 유퀴즈 온 더 블럭

수학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교수가 나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콕 집어주었다. 글은 쓰고  있는데 도통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는지 조차 몰라 3일 동안 앓았다. 이 글을 적을 때 오늘 있었던 일이 술술 적히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내 멋진 마무리를 짓고 싶은 욕심이 났다. 평범한 일상 속에 대단한 결론을 내고 싶었다. 상을 결론 내려니 어려웠다. 오늘 무엇을 하였 똑 부러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같이 쉬는 바람에 아침 운동과 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괜한 투정이다. 휴일의 목적은 잘 쉬었으면 되었다. 이날 조금이라도 적어놓은 것이 있었기에 오늘에서야 발행할 수 있었다. 일상이 그런 거지 뭐.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다고 다독여본다.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어놓는 것도 용기라고 하자. 요한 단계일 수도 있으니. 다음엔 같은 결론은 내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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