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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30. 2024

내가 사랑하는 공간

코딱지만 한 거실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 피아노 자리에 있었던 이단책장을 맞은편으로 옮겼다. 에어컨 바로 앞에 있는 6인용 식탁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에어컨 앞에 앉아서 창문을 열려고 하니 블라인드 줄이 반대편에 있어 번거로웠다. 공간을 바꾸는 게 소소한 취미다. 식탁 위치만 바꿔도 기분이 전환된다. 

 

오른쪽 거실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행복이 별거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요일 오후 내도록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청량하다. 차소리가 빗소리에 묻혔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평안하다. 오직 나와 내리는 비만 존재한다. 가족들이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 같다. 큰아이는 시험공부를. 둘째도 큰방에. 남편은 옆에서 잔다. 자기만의 공간 속에 있다. 몇 시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만 앉아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없던 책임감도 느껴진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른다. 글만 써지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가족들이 오가는 거실 한편이 나의 자리다. 돌아가며 면담하듯 앞자리에 앉는다.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본다. 나도 여기에서 미래를 그린다. 글을 쓰며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는 곳이다. 지금은 언제든지 와서 앉지만 6년 뒤면 더 이상 북적하진 않을 것 같다. 금방이다. 그때까지 나의 자리를 지키면서 소소한 추억 쌓아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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