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쉬는 날이면 종종 카페를 찾는다. 거의 같은 자리에 앉는다. 구석지고 충전이 가능한 곳이다. 개인 자리가 아닌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녀는 나의 오른쪽 대각선에 마주 보고 앉아있다.옆으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 테이블을 같이 쓰고 있었다.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보고 있던중 뜬금없이 소리를 켠다. 카페 안은 대화소리로 시끌벅적했지만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라 신경이 쓰였다. 기본 잡음이 있었기에 굳이 소리를 줄여달라할 수 없었다. 극대문자 I는 입안에 말만 맴돌 뿐 혼자 속으로 꽁한마음만 담고 있었다.그래봐야 나만 손해다. 글로 쓰면 좀 나아지려나 싶어 새로운 백지 창을 열어 분노의 타이핑을 두들긴다.
40분 동안 소리 켜놓고 보더니 이내 꾸벅꾸벅 고개가 내려갔다 올라갔다한다. 결국 그 자리에 고이 엎드려 단잠에 빠져들었다. '감사합니다'
숙면을 취한 그녀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후 드디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시간이 꽤 지나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가방에서투명 비닐봉지를 꺼낸다. 그 안엔 빵이 있었다. 여기서 산 건 아닌 것 같았다. 허기를 달래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온몸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손이 분주하다. 오른쪽 왼쪽 손바닥을 허공에 찔러댄다. 안무를 따라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왜 그러는지' 그 와중에 빵을 크게 한입 우걱 넣는다.
따뜻한 물을 가져온 모양이다. 두 손을 컵에 감싸고 또다시 웨이브를 타기 시작한다. 어깨가 들썩인다. 그녀의 동작을 보고 무슨 노래인지 맞춰야만 될 것 같았다. 상체가 신이 났다.
그녀가 하는 모든 동작이 거슬렸다. 나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해서였다. 그녀는 본인의 시간을 충실히 사용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시간을 뺏긴 느낌? 이곳은 모두의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얼굴을 마주할 순 없지만 온몸으로 그녀의 행복이 묻어나 보인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아니었다. 내 글에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그녀가 신경 쓰인 거다. 이대로는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낼 것 같아서 정리하고 나오려는데 마침 단독 공간에 자리가 비워져 있다. 바로 나가기 아쉬워 조금 더 머물다가기로 했다. 자리를 바꾸니 분위기 전환이 되었다.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하고싶지만 맞은편에 앉아있을 때는 도대체 왜 저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의 뒷모습은 여전히 흥이 넘친다.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언제든지 방해하는 내 안의 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집중하려다가도 재미난 게 있으면 눈이 가고 몸이 근질거린다. 사실 나도 여유롭게 유튜브 보며 쉬고 싶고 몸이 가는 대로 춤을 추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지 내가 하지 못하는 걸 그녀가 대신해 주었던 건 아닌지 그래서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그녀는 볼 수 없지만 내 안의 방해꾼은 수시로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불편한 감정 담아두지 말고 글이라도 끄적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랬구나 그래서 불편했구나. 나라도 내 마음 알아줘야겠다. 언제 어디서 불시에 꽁한 마음이 생길지 모른다. 그럴 땐 자리를 바꾸거나 산책 혹은 설거지라도 해서라도거리를 두어야겠다. 마음이 불편할 땐 뭐라도 끄적이며 몸을 움직이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