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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09. 2024

왜 글을 쓰는가?


제목 한번 거창하다. 이제 와서 왜라니. 앞으로도 글을 쓰는 동안 왜 쓰는지에 대한 물음은 언제 어디서든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유라고 해봐야 단순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모든 진술이 백 퍼센트 진실일 필요는 없으며, 하나의 문장이 나머지 문장들과 모순되어도 상관없다. 아니, 거짓말로 꾸며서라도 계속 끌고 가보라. 설령 왜 글을 쓰려는 것인지 모른다 해도 글을 쓰는 이유를 아는 것처럼 대답해 보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192p


글을 쓰게 되면 오늘이 남고 내가 남는다. 그때 당시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기억력이 좋지 않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다. 생생하게 남았으면 하는 순간들이 잊혔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 잊히는 줄로만 알았다. 순간을 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기록인데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시작했다. 천만다행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인생 반을 남길 수 있다.

글쓰기는 이제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쓰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진다. 여기에 미쳐있다고 해도 좋다. 꿈을 적는다. 내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남기고 내 눈으로 읽게 되니 더욱 선명해진다. 꿈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상상만 했던 일을 적었더니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 아닌 내가 적은 말들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화요일 아침 중2딸 덕분에 강제기상을 하였다. 경주로 당일치기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일곱 시에 집을 나선다고 하여 여섯 시에 아침을 줘야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여길수 있는 일을 딸을 위해 일어난 나 자신에게 칭찬했다. 못 일어나서 빵과 우유를 먹고 가라는 말만 남길 수도 있기에.

아침을 주고 이불속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옷부터 갈아입었다. 당연히 그랬던 것처럼. 오랜만에 아침 달리기를 했다. 며칠 전 마라톤(10km) 참가 신청을 하였다. 걷기만 했을 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마라톤 시작이 오전 아홉 시다. 그곳에 도착하려면 가는 시간이 있기에 여유 있게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꾸준한 달리기 연습과 이른 기상을 동시에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달리기보다 더 걱정이었던 건 새벽기상이다. 여섯 시면 나에겐 새벽이다. 충동적인 손가락 클릭 한 번에 강제 미션이 주어졌다. 은근히 압박이 있었던 건지  일간 일찍 일어났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제 좀 일찍 일어나는가 싶더니 곧 겨울이다. '내 정신은 추위보다 강하다. 추위 따위 나를 막지 못한다.' 원래 반대로 적었다가 말이 씨가 되기에 강하게 남겨본다. 눈으로 읽으니 진짜 강해진 기분이다.



일찍 일어나는 날보다 겨우 출근시간 맞춰서 준비하는 날허다했다. 못한 일보다 잘한 점을 각인시킨다. 나를 위로하고 칭찬하는 방법이다. 

왜 글을 쓰는가? 그날에 따라 쓰는 이유는 달라진다. 소중한 오늘도 남기고 싶고 잘하는 일은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짐을 한다. 속으로 하는 다짐보다 겉으로 내뱉는 다짐의 힘이 있다. 의식된다. 주위의 눈치에 민감하지만 잠만큼은 둔하다. 다시 겨울잠을 자더라도 다짐하고 쓸 것이다. 혹시 아나, 내가 한 말 지키려고 악착같이 일어날지. 제발 알람이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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