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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06. 2024

우리 며느리 매일 술 뭇나?


퇴근하고 집에 오니 시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 오셨어요"  내가 좋아하는 감자볶음과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달걀야채 전을 만드는 중이었다. 따끈할 때 주먹어야 제일 맛있다.

한 시간 전에 남편과 주고받은 대화내용은 오늘 저녁은 짜파게티를 먹자고 하였다. 리 해놓은 말이 있었기에 같이 먹기로 했다. 남편이 짜파게티를 끓이는 동안 거실테이블에 먹을 음식을 옮겼다. 잠시 앉아 휴대폰을 보는 사이 시어머니가 나에게 불쑥 건넨 한마디.


우리 며느리 매일 술 뭇나?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네" (그랬었네요) 죄인은 아니지만 고개는 들려지지 않았다. 이 위기(?)를 면하고자 남편이 다급하게 정적을 깼다.

"내랑 같이 마셨다. 많이 마신 건 아니고. 지금 말고 예전에~~~"

고마웠다. 나름 그럴듯하게 대변해 주었다.






그렇다. 시어머니는 지난달 출간한 나의 책을 읽고 건넨 말이었다. 책을 보셨다니 굳이 다른 변명은 하지 않았다. 지금이 중요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한 달 전 어머니에게 책을 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을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대략 난감했지만 첫 책의 설레는 마음이 앞서 널리(?) 알릴 수밖에 없었다. 책 몇 권 더 팔아볼 심산은 결국 신상만 털리고 말았다. 시댁 쪽으로 얼마나 더 알려졌는지 알 수는 없다. 브런치에 쓴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하였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시어머님의 공도 크기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마신 건 맞네"라고 하시며 다 읽어간다고 바빠서 하루 만에는 못 읽겠다고 하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책을 읽고 던진 한마디는 굵고 짧게 뇌리에 스쳤다.

더는 묻지 않으셨다. 그리고 늘 그랬듯 설거지를 해주신다. 놔두라고 하면 "내가 하는 게 마음에 안 드나?"라며 섭섭해하신다. 예의상 드리는 말이지만 해주고 가면 편한 건 사실이다.

 

 

가끔 내 마음도 모르겠는데 어머니 마음까지 다 알 수는 없다. 같은 여자지만 서로 다른 상황까지 헤아리려니 어려운 거다.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지금 편하면 된다. 오늘 어머니의 질문이 잊힐 수 있도록 며느리로 또는 가의 모습으로 내년에는 또 다르게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싶다.



우리 며느리 또 책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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