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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henna#hennaart

by 펄블B

캐나다에 교환학생을 와서 생긴 새로운 취미는 조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헤나다.


사실 헤나 동아리에 처음 가입했을 때만 해도 내가 헤나 그리는 걸 즐기게 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그 옛날부터 나는 그림에 재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난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헤나의 도화지가 되기 위해 들어간 거지 내가 하려고 들어간 게 아니었단 말이다!!


헤나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훨씬, 할 만 했다.


첫 세션 때 일직선 하나 그려놓고는

내, 내가 삐뚤빼뚤하지 않은 선을 그었어...이 내가 이 똥손으로.....

하며 감격에 차 있는 나를 보고 동아리장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I know. I can never draw a straight line with a pencil, but then henna makes it much easier!
(신기하지? 나도 연필로는 절대 똑바로 못 그리는데 헤나로 그리면 훨씬 쉽다니깐!)


그리고 그때부터 매주 내 손등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그리는 헤나의 도화지가 되었다. 동물 헤나에 빠져서 한 달 가까이 몰랑이와 고양이, 코끼리 등등 만 그리고 다녔던 적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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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통 신부 헤나에 빠져서 복잡한 디자인을 그리고 다니다가 페이스톡으로 손을 본 엄마한테 징그럽다고 쿠사리를 먹기도 했고,

동아리 마지막 세션에는 쿠키 위에 아이싱으로 헤나 디자인을 그려내기도 했으며,

디즈니월드에 간다고 미키마우스 헤나를 그리고 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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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아리는 출석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한두 번만 나오고 안 나오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꼬박꼬박 출근도장을 찍는 내게 친구가 헤나가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음.... 사실, 왜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쉽다고는 했지만 염료를 넣을 콘을 말고, 디자인을 찾고, 그걸 내 입맛에 맞게 변형하고, 연습하고, 실제로 그려내고, 말리는 동안 그 부위는 꼼짝도 못하고.... 솔직히 귀찮은 작업에 가깝다.


하지만 내 헤나 콘 끝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피어나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심심할 때면 인스타그램에서 헤나 디자인을 검색하고 있는 내 자신은 페이스북에서 농땡이를 피우던 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이런 저런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냥, 헤나 그리기는 그냥 즐겁다. 그리고 나는, 그냥 재밌는 게 논리적으로 이유를 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


오늘 아침에 새로 한 헤나가 거의 다 말라간다. 마른 헤나 염료를 떼어내면 내 손등은 또 어떻게 예쁘게 물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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