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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Apr 19. 2016

#헤나#henna#hennaart

캐나다에 교환학생을 와서 생긴 새로운 취미는 조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헤나다.


사실 헤나 동아리에 처음 가입했을 때만 해도 내가 헤나 그리는 걸 즐기게 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그 옛날부터 나는 그림에 재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난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헤나의 도화지가 되기 위해 들어간 거지 내가 하려고 들어간 게 아니었단 말이다!!


헤나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훨씬, 할 만 했다.


첫 세션 때 일직선 하나 그려놓고는

내, 내가 삐뚤빼뚤하지 않은 선을 그었어...이 내가 이 똥손으로.....

하며 감격에 차 있는 나를 보고 동아리장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I know. I can never draw a straight line with a pencil, but then henna makes it much easier!
(신기하지? 나도 연필로는 절대 똑바로 못 그리는데 헤나로 그리면 훨씬 쉽다니깐!)


그리고 그때부터 매주 내 손등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그리는 헤나의 도화지가 되었다. 동물 헤나에 빠져서 한 달 가까이 몰랑이와 고양이, 코끼리 등등 만 그리고 다녔던 적도 있고,


인도 전통 신부 헤나에 빠져서 복잡한 디자인을 그리고 다니다가 페이스톡으로 손을 본 엄마한테 징그럽다고 쿠사리를 먹기도 했고,

동아리 마지막 세션에는 쿠키 위에 아이싱으로 헤나 디자인을 그려내기도 했으며,

디즈니월드에 간다고 미키마우스 헤나를 그리고 다니기도 했다.



우리 동아리는 출석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한두 번만 나오고 안 나오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꼬박꼬박 출근도장을 찍는 내게 친구가 헤나가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음.... 사실, 왜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쉽다고는 했지만 염료를 넣을 콘을 말고, 디자인을 찾고, 그걸 내 입맛에 맞게 변형하고, 연습하고, 실제로 그려내고, 말리는 동안 그 부위는 꼼짝도 못하고.... 솔직히 귀찮은 작업에 가깝다.


하지만 내 헤나 콘 끝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피어나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심심할 때면 인스타그램에서 헤나 디자인을 검색하고 있는 내 자신은 페이스북에서 농땡이를 피우던 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이런 저런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냥, 헤나 그리기는 그냥 즐겁다. 그리고 나는, 그냥 재밌는 게 논리적으로 이유를 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


오늘 아침에 새로 한 헤나가 거의 다 말라간다. 마른 헤나 염료를 떼어내면 내 손등은 또 어떻게 예쁘게 물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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