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어 단어 중 가장 한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것들 중 하나가 crafts라고 생각한다. Crafts를 네이버 영어 사전에 치면 '공예'라고 뜬다. '공예'하면 뭔가 유리공예, 금속공예처럼 미술 전문점에서 재료를 사서 뭐라 전문적인 느낌이 드는데 crafts는 훨씬 더 포괄적이다. 뜨개질, 코바느질, clay charm만들기도 모두 crafts에 포함된다. '공예'보다는 '공작'이나 '만들기'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워털루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하며 가장 열심이었던 동아리는 헤나 동아리와 c4c였다. C4C는 crafts for charity의 준말로, 평상시에는 동아리원들끼리 만들기를 해서 자기가 만든 결과물을 자기가 가져가지만 특정한 세션 때에는 바자회 비슷한 걸 열어서 팔 상품들을 만든다. 그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기 때문에 charity 동아리에 속한다.
C4C에서 내가 경험한 crafts는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였다. 헤나가 내게 순전히 즐거움이었다면
crafts는 상상력이었고,
친구들과의 시간이었으며, 휴식이었다.
이번 학기 세션들은 코바느질로 하트모양을 만들었던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clay charm 만들기 였다. 제일 첫 세션에서 만든 릴라쿠마는 모자 심이 떨어지기 전까지 나의 열쇠고리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원래는 sushi clay charm이 테마였지만 사람이 예상보다 적게 와서 남은 시간 동안 마음껏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었던 세션도 있었다. 난 그렇게 창의적인 사람은 못 되어서 그날의 목표였던 sushi와 한국에 있는 친구의 생일 선물로 보낸 토토로,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 몰랑이를 빚어내는데 그쳤지만 그 아이들이 내 손 끝에서 탄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했다. 엘사가 올라프를 만들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흰 색의 clay에는 먼지가 묻으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몇 번씩 물티슈로 닦아가면서 만들어낸 아이가 오븐에 들어갔다가 단단해져서 나오는 걸 보면 너무 뿌듯했다.
주변 친구들의 상상력의 결과는 언제나 즐거웠다. 왠 말도 안되는 꼬리는 공작새인 걸 만들어놓고도 이건 앵무새라며 바락바락 우기는 친구도 있었고, 온갖 색의 clay를 섞어서 똥색에 가까운 색을 만들어 놓고는 이걸로 토끼를 만들거라는 친구도 있었다. 한 친구는 무슨 남아메리카 토템같은 얼굴을 빨간색을 덕지덕지 붙여서 만들어 놨길래 "그건 뭐야?"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건 Bongo야. 얜 살인을 저질러서 얼굴이 피로 뒤덮여 있어."
그 뒤로 봉고는 인어 지느러미를 달고 여성인 벵가가 되었다가 머리카락이 추가되고 봉고의 형으로 변모했다가 다시금 봉고로 돌아올 때 쯤에서 봉고는 어느새 우리 동아리의 비공식 마스코트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우린 모두 너무 웃어서 울먹이며 제발 봉고를 그만 망치라며 친구를 만류하고 있었다.
손 끝에만 온 신경을 쏟아 clay를 조물거리는 건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경험이기도 했다. 학기말 자선바자회에서 팔 clay charm을 만들기 위해 모였을 때는 오븐 온도를 잘못 조절해서 토토로 손 끝, 발 끝을 태워먹었는데도 다들 화내기는 커녕 웃어넘겼을 정도였다. 구테타마를 만들면서는
"누군가의 엉덩이를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10분씩이나 공을 들인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Crafts를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 정확할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누가 동아리 뭐 했냐고 물어보면 아직도 그냥 영어 그대로 답하고 다닌다. 한국에 들어가면 clay를 사서 주토피아의 닉을 한번 만들어 보면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