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unshine
내가 서양인들에 대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중 하나는 햇빛이 조금만 나도 다들 바깥에 나가지 못해서 안달하는 점이었다. 공부도, 취미 생활도, 노는 것도 모두 집 안에서 해결하곤 하는 집순이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는, 지금 4일 연속 광합성을 하겠다고 밖에 나와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학교 앞 워털루 공원에서 산책을 했고, 일요일에는 바느질 감을 들고 시내에 있는 빅토리아 파크에 가서 인형 만들면서 사람 구경을 하기도 했다. 어제는 기숙사 앞 뜰에서 책 들고 빈둥댔고, 오늘은 시험공부한답시고 학교 와서는 도서관 뒤 뜰에서 이러고 있다. (내일 시험 공부는 언제 하려고 이러나 모르겠다.)
학기 중에도 햇빛이 나는 날이면 꼭꼭 집 앞 공원으로라도 산책을 나가곤 했다. 2월 초였나 한 달 넘게 맨날천날 눈 오는 날씨만 보다가 처음으로 햇살이 나던 날에는 수업 가는 길인데도 콧노래가 나왔다. 그리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햇살을, 조금 많이, 그리워했다는 걸.
눈 오는 거 예쁘다고, 도시가 뭔가 평화로워서 좋다고 했으면서 나도 모르게 밝은 날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옛날에 밴쿠버에서 비가 줄창 쏟아질 때 엄마가 우울증 올 것 같다고 푸념했던 게 그제서야 이해가 갔달까. 그날 만난 친구들은 모두 2월에 워털루에 이런 날씨가 왔다는 걸 믿을 수 없어했다. 그러면서 했던 말이 이거였다.
Isn't it just soooo nice to see sunshine in like a month?
(한 달만에 햇살보니깐 너무 좋지 않아?)
요즘 같이 반갑게도 햇살이 따사로운 날에는 집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도 꼭 밖에서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