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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나 Dec 22. 2023

허술한 다짐

#02




밟고 밟고 또 밟은 눈이

단단한 얼음이 될 때가 있지. 

여미고 여미고 또 여민 바람이

평온한 아기처럼 잠잠할 때도 있고.      


그런데 말야, 왜 모든 솔기는 

어떻게 그렇게 허술하게 풀려버릴까.      


햇살의 틈새에 얼음 눈이 녹아버리고, 

방심한 단춧구멍 새로 잠자던 바람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나오면,      


흙으로 돌아가길 망설이는 낙엽처럼

거리를 맴돌고 또 맴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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