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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나 Jul 22. 2016

저 먼 별의 꼬마여행자,
사랑을 일깨워주네

017_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잊지 마. 네가 길들인 것은 영원히 책임져야 하는 거야.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여우는 말했지.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두기 위해서 계속 되뇌었어. 

사막은 우리 가슴 안에 있는 거 아닐까? 불시착한 비행사도 아닌데 사람들이 다 외롭고 쓸쓸해하는 건 그래서일 것 같다. 모두들 ‘사막의 고독’에 몸서리치고 있는 것 같고. 고독한 비행사는 저 먼 별의 꼬마 여행자를 만났고, 그에게 반해버린다. 어린 왕자가 순박한 말로 일깨운 ‘사랑’의 온기가 가만히 우리 마음을 정화한다.  7월 31일은 생텍쥐페리가 우리 곁을 떠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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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대를 견딜 수 없다. … 가슴은 차갑고 머릿속은 캄캄하다. 모든 것이 시시하고 보기 싫다. 이 지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 비행 대원들은 친절하지만 나는 너무 슬프다. 말을 나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살아 있기는 하지만 너무 고독하다. … 나는 가장 어두운 세계로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1944년 7월 31일,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라이트닝 p38기를 타고 오전 8시 45분 정찰에 나섰지만 귀대 예정 시간인 오후 한 시가 되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기지의 미군장교는 다음과 같은 보고를 상부에 올렸다. 

“비행 중대장 생텍쥐페리 실종.”

위에 적은 글은 생텍쥐페리가 마지막 비행을 앞둔 하루 전날의 일기다. 

생텍쥐페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말끔하게 정화해주는 순수한 어린 왕자를 우리들 곁에 남겨놓고, 막상 자신은 ‘사막의 고독’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어린 왕자>는 그가 실종되기 일년 전인 1943년에 발표한 작품. 생텍쥐페리의 실종은 그래서 더 슬픈 환상으로 다가온다.  마치 지구를 떠나버린 어린 왕자의 마지막처럼 슬픈 여운을 남긴다. 

<어린 왕자>는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사가 만난, 어린 왕자에 관한 얘기로, 그는 외로운 비행사에게 자신의 여행담을 들려준다. 자신이 차례로 방문한 여섯 개의 별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를. 임금님, 허영덩어리, 술고래, 실업가, 가로등 등지기, 지리학자가 살고 있는 행성들 얘기. 지구는 그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어린 왕자의 여행담은 이 행성들에서 만난 우스꽝스러운 어른들에 관한 에피소드인데,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책임에 대해 아주 커다란 깨우침을 선사한다. 

<어린 왕자>는 온 세계인이 아는 작품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조차도 비행사가 어린 시절 그렸다는, 코끼리를 꿀꺽한 보아 뱀 그림과 작은 소행성 B612에 앉아 있는 황금빛 곱슬머리의 어린 왕자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라고만 어렴풋이 생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책을 다시 한 번 펼쳐보면, 그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내가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을 때는, 보아 뱀 그림을 못 알아먹는 어른들을 덩달아 흉보고 싶어했던 아이였다. 어린 왕자만큼 섬세하고 순수하지는 못해도 거리를 재면 어린 왕자 쪽과 훨씬 가까운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보아 뱀 그림은 물론, 양을 그려 달라는 어린 왕자의 주문에 빈 상자를 그려준 비행사만큼도 순박하지 못하다. 아무리 애써도 상자 안에 있는, 보송보송한 어린 양 한 마리를 떠올릴 수 없는 어른이 돼버렸다. 아이들 말도 금방 이해 못해서 만날 설명해달라고 하는, 아이들을 피곤하게 하는 그런 어른이 돼버렸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어서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 안에는 이처럼 우애와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잠언이 빼곡하다. 그러나 찬찬이 다시 읽어본 <어린 왕자>는 사람과 사회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었다. 어린 왕자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얘기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진지한 고찰이었고. 어린 왕자는 낡은 영혼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투명한 영혼으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아가 담백하고 쉽게 우리들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만들고.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어.” 


어린 왕자가 비행사에게 한 말처럼 마음으로 어린 왕자의 얘기를 듣지 않으면 그저 그런 지루한 얘기가 되고 말지도 모른다.     


√ 소행성 B612호에 사는 ‘어린 왕자’

아이가 사는 곳은 소행성 B612호.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해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별이다. 이 별에서 어린 왕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 검댕을 털어내고, 또 그냥 둬버리면 별 자체를 파열시킬지 모르는, 무지막지하게 자라는 바오밥 나무의 종자를 솎아내면서 부지런히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날아든 종자 하나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어린 왕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 마음을 빼앗겼다! 왕자는 서투르지만 마음을 다해 정성껏 그 꽃을 돌보았는데, 아름다운 그 꽃은 거들먹거렸고, 까탈스러웠으며, 거만했다.


이처럼 어린 왕자는 진심으로 꽃을 사랑했지만, 얼마 안 가 ‘꽃의 진심은 도대체 뭐지?’ 하며 의심을 하게 되었지. 마음이 여린 그는 꽃이 별 의미 없이 그냥 툭툭 내뱉은 말에도 많은 생각을 했고, 상처를 받게 되었던 거야.


왕자는 이 꽃과의 ‘관계’를 잘 맺을 수가 없었고, 끝내 자기 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꽃과 이별하기로. 어린 왕자와 꽃의 이별을 보면서 이런 사랑과 이런 이별은, 우리도 참 빈번하게, 지금껏 주구장창 해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남자와 여자 사이는 말할 것도 없고, 친구와 친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랑을 하고, 이런 이별을 해온다는 생각. 물론 그 과정은 몹시 아프다. 어린 왕자는 어리석은 우리처럼 사랑을 시작했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지키고 책임져야 하는지 아직 잘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어린 왕자는 B612호를 떠나 근처에 있는 여섯 개의 별들을 여행할 생각을 하게 된다.(맨 마지막에 찾은 지구까지 합하면 일곱 개의 별이다.)  

어린 왕자는 이 여행에서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게 된다.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보니 정말로 바보 같고, 흉을 보고 싶은데, 그 광경을 마냥 함께 비웃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바로 나였고, 내가 사는 세상이었으니까. 순수함을 잃은 오염된 어른들의 영혼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허욕과 천박함으로 가득 찬 어른들과 그들의 사회를 어린 왕자는 맑고 순박한 영혼을 통해서 보고 겪게 된다.


√ 우스꽝스러운, 허욕에 찬, 천박한 세상에 대한 고발

소행성 325호,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

어린 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찾아가서 임금님, 허영심덩어리, 술꾼, 실업가, 가로등 등지기, 지리학자를 차례로 만나는데, 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상해!”

아이와 어른은 어쩌면 서로에게 외계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로 어른들은 이상해보인다. 천진한 아이의 그림도 못 알아주면서 대신 “지리, 역사, 산수, 문법에나 관심을 가져 보라고 충고”해서 화가의 꿈을 짓밟는가 하면, 아름다운 집을 보았단 말에 얼마짜리냐고만 묻는. 여섯 개의 별에서 만난 어른들도 똑같다. 자신의 권위를 존중하는 누군가가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는 임금, 늘 찬양을 받으려고만 하는 허영심덩어리, 술 마시는 게 창피하단 사실을 잊어버리려고 만날 술을 마시는 술꾼, 소유만을 위해 소유하는 사업가, 지시에 따라 쉴 틈 없이 불을 켜고 끄는 등지기, 변치 않는 것을 기록한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믿을 수 없어 하는 지리학자.  

어처구니 없고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모양새로, 인간 어른들의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어린 왕자의 여행은 본질적인 가치에는 전혀 관심없는, 천박한 속물주의와 허욕이 난무하는 세상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다. B612호를 발견한 터키의 천문학자를 보자. 천문학자가 터키 옷을 입고 발표하자 아무도 들으려고 안하면서 서양 차림을 입고 발표하니 그제야 믿어주는 황당한 세상. 탐욕과 허영과 오만이란 악덕이 가득 찬 어른들의 사회에 대한 한 편의 우화다.    

어린 왕자는 단 한 사람, 등지기에 대해서만큼은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 찾아가는 행성마다 등장하는 어른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그였지만 ‘등지기’에 대해서만큼은 다르다.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인정했고, 열심히 일하는 등지기가 허영심덩어리, 술꾼, 사업가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한다. 등지기는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일하는 사람들의 표상인 셈이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기도 하는, 관계의 중추이다.  


√ 지구에서 만난 사막 여우의 가르침

어린 왕자가 얼마나 우울했을까? 찾아간 행성마다 하나같았고, 우수에 찬 어린 왕자는 마지막으로 지구라는 별, 그 한 귀퉁이 사막에 닿는다. 어린 왕자가 본 지구는, “온통 메마르고 뾰쪽뾰쪽하고 정말이지 이상한 곳”으로, “자기 생각이라고는 없는지 사람들이 남의 말만 따라하”는 그런 곳이었다.  

한참을 걷던 어린 왕자는 장미꽃이 만발한 어느 집 정원에 닿는다. 자기 별에 두고 온 꽃과 똑같이 생긴 꽃. 그때 그 꽃은 어린 왕자에게 이 세상에 자기처럼 생긴 꽃은 자기뿐이라고 말했는데, 똑같은 꽃이 오천 송이나 피어 있다! 어린 왕자는 자기가 사랑한 꽃이 그냥 흔해빠진, 평범한 꽃이란 사실에 놀라 울어버린다. 그때 사막 여우가 등장해서 관계를 맺는 것, 길들여지는 것, 책임지는 것,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길들여지는’ 게 무슨 뜻이야?”

어린 왕자가 물었어.

“그건 사람들이 너무 잊고 사는 건데…,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세상엔 수많은 장미꽃이 있지만, 왕자가 바람을 막아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물을 주면서 소중히 키운 장미는 오직 그 꽃 하나다. 똑같은 수십, 수만, 수천 장미와는 그래서 다르고 각별하다. 나도 종종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람들이 많은 레스토랑에 앉아서 친구나 친한 사람들을 기다릴 때. 수많은 얼굴들이 아무 느낌 없이 그냥 바람처럼 지나다니는데, 그 안에 섞여 있는 낯익은 사람들, 내겐, 그리고 내 눈엔 그들만 의미 있는 존재들로 다가온다. 종종 그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낯선 저 많은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모두 익숙한, 길들여진, 관계 맺어진 존재들일 테니까. 그러고보면 ‘길들인다는 것’은 바깥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사랑의 얽힘이다. 

그대는 누구에게 길들여져 있는가? 그대는 누구를 길들이고 있는가? 

잠시 나와 관계를 맺는, 나와 길들여진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그 얼굴들을 떠올리니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사막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진정한 소통이, 관계가, 사랑이 무엇인지 깨우쳐주고, 어린 왕자는 그 깨우침을 사막의 비행사에게 전해주었고, 우리들 마음에도 전해진다. 


√ 동심의 인간, 연대의 인간, 사랑의 인간

어린 왕자가 못견뎌했던 것들, 장미꽃이 준비한 네 개의 가시와 어린 왕자의 마음을 괴롭혔던 손톱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진짜 마음을 숨겨둔, 자기 방어본능 같은 것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든 어른이든 ‘관계 맺기’다. 진심을 나누는 소통을 잘하기란 참 어렵다. 대부분 장미의 가시, 깜찍한 속임수, 교만, 고약한 자존심 같은 것들 뒤에 진짜 마음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뒤에 숨어 있는 건 사랑을 갈구하는 여린 영혼인데 말이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 꽃을 판단했어야 하는 건데. 그 꽃은 내게 향기도 주고 마음도 환하게 해주었는데. 절대로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꽃의 괜한 심술 뒤에 가려 있는 진심 어린 애정을 볼 수 있었어야 했어요.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예요.

어린 왕자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정말로 깊은 이해가 필요한 거라는 걸 몰랐다. 그리고 그 사랑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바보 같은 우리들처럼. 어린 왕자는 이제 여행을 마치려고 한다. 고독, 단절, 고립감, 우수 같은 것으로부터 탈출할 힘을 얻은 까닭이다. 물론 그 힘은 당연히 ‘사랑’이다. 

어린 왕자는 사막의 비행사에게 말한다. 


“아저씨가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고, 내가 거기서 웃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아저씨에겐 별들이 모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되는 거죠!”


별을 본 적은 있었던가?… 아, 오늘 밤에는 별을 한번 봐야겠다. 사막의 비행사처럼. 소행성 B612호가 내 눈에 기적처럼 보일지도 모르니까. 어?… 그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번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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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1900~1944)

정식 이름은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 프랑스의 소설가. 몰락한 귀족의 후예로 태어났다. 귀족적인 가톨릭계 학교에 입학했고, 중고교 시절엔 스위스로 유학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녔다. 그곳에서 그는 개인보다는 집단, 변화보다는 안정과 질서, 경쟁보다는 상호 이해와 존중, 돈보다는 명예와 존경심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 

열두 살 때 프랑스 최고의 비행사 베드린의 비행기에 오르는 영광을 얻게 된 후 ‘비행조종사’란 꿈을 갖게 되었다. 스물한 살에 비행사가 되기 위해 공군에 들어간 생텍쥐페리는 비행사라는 꿈을 이루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 대전 말기에 정찰비행 중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는 비행사로서의 체험을 살린 소설을 많이 발표했다.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전시 조종사> 등의 체험 소설 외에 <남방 우편기>를 시나리오로 각색했다. <어린 왕자>는 그가 실종되기 일년 전인 1943년에 집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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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어린 녀석”

1942년 초 뉴욕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생텍쥐페리는 흰 냅킨에 장난 삼아 그림을 그렸다. 식당 종업원이 옆에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던 출판업자 커티스 히치콕이 생텍쥐페리에게 뭘 그리는 것인지 물었다. 생텍쥐페리가 답했다. “별거 아닙니다. 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어린 녀석이지요.”

히치콕이 그림을 살펴보며 말했다. 

“이 어린 녀석 말입니다. 이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시면 어떨까요. 어린이용 이야기로 말이지요. 올해 성탄절 전에 책을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입니다.” 

며칠 뒤 생텍쥐페리는 친구 레옹 윈체슬라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날보고 어린이 책을 써보라는 데, 날 문방구에 좀 데려다 주시오. 색연필을 사야 하니 말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착상을 색연필로 그려보았지만 신통치 못하다고 생각했고, <전시 조종사>의 삽화를 그린 베르나르 라모트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라모트의 데생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생텍쥐페리는 점점 더 이 일에 몰두했다. 

1942년 여름 생텍쥐페리 부부는 뉴욕에서 기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롱아일랜드 노스포트 근처 이튼 네크에서 식민지풍의 하얀 삼층집을 세내어 살았다. 이 집이 <어린 왕자>의 사실상의 산실이 되었다. 그리고 1943년 4월 6일 레이널앤히치콕(Reynal & Hitchcock) 출판사에서 영어와 불어로 출간되었다.

_<네이버캐스트>(표정훈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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