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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Kim 김지나 Feb 20. 2017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지진

04 이미 와 있지만 우리는 모르는 세계 <2>


알파고에 이어 장바닥 돌멩이마냥 여기저기 발길에 채이는 말이 ‘4차 산업혁명’이 아닐까 싶다. 이를 입에 올리지 않고서는 현실과 미래를 ‘1도’ 설명할 수 없는 듯이 격렬하게 회자되고 있다. 2016년 초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화두 역시 4차 산업혁명이었다. 다보스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혁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생활방식, 업무 방식을 비롯한 모든 일상을 모조리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잠시 이전의 혁명을 살펴보자.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이었고,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통한 자본주의 등장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출현에 따른 정보기술혁명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이전의 산업혁명은 보통 일정 시점이 지난 뒤에 가서야 그 전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판단한 다음 그 변화의 파장이 막강해 ‘혁명’이라 구획지었는데, 4차 산업혁명은 이와 달리 진동이 시작된 순간부터  ‘혁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전 인류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지진대 속에 살고 있다. 인류의 발전을 추동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해 나는 왜 지진이라는 비유가 떠올랐을까? 환희의 빛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빛은 아득하게 멀고 불안과 두려움은 코앞에 다가온 느낌 때문이다. 이제 막 태동한, 현재진행형인, 미래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종잡을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이란 게 뭔지 궁금하다. 그것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기술의 진보를 둘러싼 이 논쟁은 너무나 해묵은 것이므로. 그러나 지금 이것이 나와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는 알고 싶다. 


4차 산업혁명과 138년 전통의 제조업 GE의 변신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설명할 만한 전문성은 없으므로 이래저래 귀동냥으로 이해한 것들에 대해 얘기해볼 생각이다.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정의에서 출발하자.  ‘정보통신기술(ICT)이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며 지금까지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 막연한 정의다. 이 정의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GE(제너럴 일렉트릭)다. GE는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회사다. 냉장고와 오븐, 세탁기(십여년 전에 산 우리 집 냉장고도 GE 제품이다)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CT, MRI, PET, 초음파 등의 의료기기, 자동차와 비행기 엔진까지 전기가 들어가는 제품은 거의 만들어올 만큼 대단한 제조회사다. 

그러나 이제 제조사 GE의 이미지는 접어둬야 할 것 같다. GE는 2008년에 이미 전 세계 가정집에 촘촘히 상품을 판매해온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듯 가전 부문 매각을 시도했고,  2014년에 마침내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했다.  

GE 회장 제프리 이멜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제조업 직원으로 잠들지만 내일은 소프트웨어기업 직원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다”라고. 

무슨 뜻일까? GE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IT의 융합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GE의 혁신이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융합하는 기업으로 변신 중인 GE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레딕스’가 무엇인지 감을 잡아야 한다. 프레딕스는 세계 최초의 산업인터넷 운영체제(OS)다. 모든 제품에 센서를 부착, 데이터를 모아 오류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산업용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은 각종 물건(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해서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프레딕스는 개인용 사물인터넷이 아닌, 기업을 위한 산업용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다.  

현재 GE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이라는 쌍두마차를 잘 굴리고 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이 뭔지 알아보자. GE는 항공기 엔진, 발전기 터빈 등 ‘물리적인’ 제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들에 센서를 부착해서 판매한다.  항공기 엔진 한 개에는 수백 개의 센서가 부착된다. 이 센서가 하는 일은 뭘까? 항공기의 각종 운항 데이터를 집적하는 역할을 한다. GE는 이 빅데이터로 엔진의 유지·보수부터 연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와 조종법을 제안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언제 엔진이 부식될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 제품을 산 고객 기업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에 대해 통보해서 정비를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서비스는 급작스런 항공기 운항 중단 같은 상황을 미연에 막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을 줄여준다. 

어떤가? 다른 항공엔진회사와 차별성이 분명하지 않은가? 더구나 이렇게 집적된 빅데이터 자체를 금맥으로 삼아 다른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 GE는 프레딕스만으로 올해 약 7조 1700원을 올릴 예정이라니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138년 전통의 제조업 GE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페이스북보다 더 많다고 한다. 제조업 직원으로 잠들었다가 소프트웨어기업 직원으로 눈 뜬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은 참으로 창조적이다. 전통적인 산업 간의 경계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할 판이다. 제조업 GE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진화 중이고, 소프트웨어 기업인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를 만들며 제조업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무인자동차를 움직이는 기반 기술이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했으니 이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이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택시회사 우버를 보자. 그러나 이 택시회사는 단 한 대의 택시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세계적인 미디어의 원천으로 손꼽히는 페이스북은 어떤가? 페이스북은 자체로 어떠한 콘텐츠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최강의 소매업인 중국의 알리바바를 볼까? 소매 유통을 하는데 물품 재고는 제로다. 그저 플랫폼만 있을 뿐이다. 기존의 관념을 박살내지 않으면 이 변화에 몸을 싣기 어렵다. 몸을 싣기는커녕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버겁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이런저런 차이는 보이지만 40년 전 우리 세대의 교육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와 미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부모들은 허리가 휘고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혼밥’을 먹으며 과도한 학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중요 지점은,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D프린터, 나노 기술’, 이 여섯 군데 분야에서 매일매일 신기술이 무섭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이 진료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3D 프린터로 지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으며, 무인차의 등장은 시간 문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Lowe’s 라는 건축 및 가정용품 유통점이 있는데 이곳에는 점원이 아닌 로봇이 손님을 맞는다. 혼자서 신나게 매장을 쏘다니며 고객의 쇼핑을 돕는데, 인공지능으로 언어를 학습한 덕에 모든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사람보다 훨씬 유능하다. 도미노 피자의 경우에는 작년에 세계 최초로 피자 배달을 하는 로봇개발을 시험 운행했는데 성공적이라고 한다. 또한 3D 프린터는 점차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르는 장막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마법의 세계처럼 신기하고 놀랍다. 어릴 때 그리던 과학 공상 속 미래 모습을 뛰어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눈부신 발전은 마법처럼 매혹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궁색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초조하다. 이미 지금 현재, 너무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더구나 이 추세는 더 가파를 것이다. 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전체 일자리의 80~99%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그 말이 지나친 과장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만일 이런 추측이 현실로 옮겨진다면 얼마나 파괴적이가. 혹자들은 일자리를 둘러싼 미래 전망 자체가 두려워 아예 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인간에게는 발전하는 기술을 억누를 재간도, 기술을 되돌릴 재간도 없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진동 속에 살고 있다. 기술을 무조건 두려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융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갖춰 이 새로운 혁명에 맞서고 싶긴 하지만 쉬운 일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을 아는 것은 중요한 일 같다. 다음 호에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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