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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엄마 Feb 17. 2023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힘들었던 9박 10일의 기록

분만 후 입원실에서 2박을 보내고 조리원으로 내려와 9박 10일을 지냈다. 코로나 시국이라 남편은 출입금지되어 오로지 혼자 아니 밤토리와 둘이 조리원 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출산 후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마음이 참 이상해졌다. 낯선 곳에 아기와 나 둘이 남으니 우울감이 너무나 컸던 것.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밤토리만 봐도 눈물이 났다. 


우선 조리원에서의 하루 스케줄은 모유수유, 유축, 밥, 마사지, 모자동실 이렇게 나눠지는데 굉장히 바쁘다. 배고파하는 아기를 위해 2시간에 한 번씩 모유수유를 해야 하고,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3시간에 한 번씩 유축도 해야 한다. 밥 먹고 돌아서면 간식이 나오고, 아침과 저녁 모자동실 시간에는 아기를 돌봐야 한다. 기저귀 가는 법조차 모르는 내가 혼자 아기를 보려니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음보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조리원으로 내려오고 처음 며칠은 두려운 마음이 너무 커 방에서 계속 울기만 했다. 하루 두 번 모자동실 시간에 그 작디작은 아이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이를 낳으면 행복한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마도 호르몬 때문인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작은 아이를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등등. 나중에 친해진 조리원 동기(일명 조동)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방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처음 해보는 일(아기 보기, 모유수유, 유축 등)들을 하려니 마음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루 만에 짐 싸서 집에 가고 싶었으나, 뿌린 돈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는 슬픈 사연이. 


왜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임신 시간 동안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부를 좀 해둘걸 그랬다. 모든 과정이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로 모를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난 모유수유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다. 출산 후에 몸이 모유수유할 준비가 되면서 젖몸살이 오는데, 이것 또한 너무나 힘들다. 출산하고 2-3일 후에 가슴이 딱딱해지면서 부풀어 오르고, 열이나 가만있어도 끙끙 소리가 절로 난다. 출산 전부터 남편과 공동육아를 하기 위해 '초유만 먹이고 분유수유하자!'라고 결정을 했던 터라 조리원에 가서도 초유만 먹이고 단유를 하겠다했는데 모든 조리원이 그런지는 몰라도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단유를 하려니 뭔가 눈치가 보였다. 우선 아기가 젖을 물어야 초유도 빨리 나온다며 며칠 동안 수유콜을 받으며 지냈다. 밤토리가 꿀꺽꿀꺽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그 며칠 동안 모유수유와 분유수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충분한 고민 끝에 조리원에서 단유를 하고 나왔고, 현재는 분유수유를 하고 있지만, 모유 분유 둘 다 쉬운 게 없다는 것. 안 맞는 분유로 밤토리가 고생을 했던 터라 모유수유를 더 시도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있다. 


단유를 선언하고 다른 엄마들이 모유수유 하는 동안 나는 울어대는 밤토리를 안고 신생아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분유를 기다리곤 했다.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보는 사람마다 왜 단유를 하냐는 질문을 참으로 많이 받았다. 자격지심일까? 그래서인지 뭔가 반감이 생겨 더 단유에 대한 마음이 굳어지기도 했다. 무슨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유로 확정한 날에는 아기한테 미안해서 종일 방에서 엉엉 울었다.


조리원에서 단유를 하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컸던 터라 조리원과 연계된 에스테틱에서 단유 마사지를 4회 받았다. 퇴소 후에 알게 된 사실은 모유 수유 전문 선생님이 아니었다는 것. 돈낭비, 시간낭비 제대로 한 조리원 라이프, 나에게 조리원 천국은 없었다.


어찌어찌 9박 10일이 지났다. 조리원 천국이라는 말은 밥도 주고, 아기를 케어해 줘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남편 출입 금지에 면회도 일절 안 되는 상황이 감옥 같다고 느껴졌다. 출산으로 호르몬까지 날뛰는데 정말 너무나 힘든 열흘이었다.


눈물의 9박 10일 조리원 라이프를 끝내고 밤토리와 함께 집으로. 이제 우리에겐 어떤 날들이 펼쳐질까? 아들, 서툰 엄마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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