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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Mar 16. 2020

'미국 사재기'의 끝판을 뒤집은
코로나 19

3월 13일 3시 30분 공교롭게 3자가 4번이나 들어간 월일시분에, 특히나 공포의 13일의 금요일에 트럼프가 신종 코로나 19 확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 즉시 미국이 요동쳤다.


미친 듯이 사재기를 하는데 대형마트마다 줄을 서서 휴지며 캔이며 냉동식품이며 심지어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마트가 통째로 텅 비어 가는듯하다. 지금의 형태로 보면 모든 경제가 얼음이 되어버린 마당에 마트만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듯하다. 마트의 재고정리는 확실히 하겠다 싶을 만큼 뭐든 텅텅 비어버렸다. 손세정제는 물론 락스며 감기약 등 상비약도 동이 나고 휴지는 왜 사재기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누구나가 창고에 쟁여야 하는 물품 1호가 되어버렸다.


화장실 휴지며 냅킨 심지어 크리넥스도 동이났다


미국의 상징 특히 자본주의의 상징이 무엇인가?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에 걸맞게 넘쳐나는 물건들로 마트마다 산처럼 쌓여있는 온갖 상품들이 일렬로 정리되어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켜 누가 더 잘 사는지를 보여주는 것들이 바로 자본주의의 표본인양 자랑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미국의 모습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왜 이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의 사재기를 하는 것일까?


허리케인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대비한 사재기에는 일가견이 있다. 한국처럼 땅 밑으로 전선 케이블을 묻는다거나 광 케이블이 땅속에서 흐르게 하는 비용이 큰 관계로 여기 같은 시골은 전봇대로 연결되는 전기시설을 하고 있다. 때문에 자연재해가 오면 전기가 쉽게 끊기고 전기가 나가면 화장실의 변기에 물도 내릴 수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전기로 인한 대책으로 사재기를 한다. 겨울엔 난방을 할 수 있는 온갖 것이 사재기의 1호가 되는데 장작에서부터 일회용 가스레인지 양초나 담요 등등이 필수품이 된다 여름엔 얼음이나 냉장이 되는 일회용품들을 사재기하는데 일가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다른 양상이다.

처음엔 휴지를 사재기하더니 소독을 할 수 있는 손세정제는 물론이고 락스를 물과 희석해서 쓰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말이 돌아 락스가 동이 나고 이제 그것마저도 없으니 일반 알코올을 희석해서 쓰면 더 좋다고 하니 원래 1갤런에 $10이면 살 수 있는 것이 지금은 $100을 줘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휴지는 정말 왜 동이 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너도나도 사재기하느라 그야말로 북새통인데 현재 마트엔 단 한롤의 화장실 휴지도 없는 거는 확실하다. 캘리포니아의 사재기 1위 품목은 총이라는 말도 있는데 설마 하는 마음이 든다. 총까지 라면 폭동 수준인데 그렇다면 미국 전체의 안위가 걱정스러울 일이다.


이탈리아의 수순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나라 전체를 봉쇄한다는 두려움에 집에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지 몰라 마시는 물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 휴지를 비상품으로 구매한다는 건데 모를 일이다. 비상사태 선언 전부터 휴지의 사재기가 시작되었는데 마스크를 만드는 원료와 휴지를 만드는 원료가 같다는 가짜 뉴스가 나돌았기 때문이란다. 


우리에겐 화장실 휴지는 비데가,
 물은 정수기가 있다


거기에 비해 우리 한인들의 사재기 품목은 다르다. 일단 미국집엔 절대 없는 비대가 한국 집에는 있어서 휴지가 굳이 필요한 필수품은 아니다. 물도 한국인 집에는 정수기가 있어서 크게 물 걱정이 없다. 설마 전기가 나가고 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상상은 할 수 없는 일이라 물은 정수기로 대처가 되지 싶다. 미국인들은 비대나 정수기 같은  현대인이 가지고 있으면 편리한 가전제품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필요 없다 생각하는데 한국인들은 이런 심각한 사태에 대처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이 이런 일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난리 쳤던 상황에서도 사재기가 없었다. 대단한 시민의식이다. 전쟁의 위협이 많아서 그동안 몇 번의 사재기가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모든 걸 초월해서인지, 정부의 힘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혼자만 잘 살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그야말로 똑똑한 두뇌를 가진 민족이어서인지 몰라도 사재기가 없었다. 마스크 대란이 있었어도 정부의 주도하에 공평하게 살 수 있는 메뉴얼이 마련되고 질서 있게 그 규칙을 누구나 똑같이 지킴으로서 대란이 없었고 폭동도 없었다. 


한국은 희한하고 대단한 나라이다.

평소 한국 사람들은 연예인이 드는 백은 나도 들어야 하고 너만 잘났지 않다를 외치는 모두가 똑같이 해야 직성이 풀려 너무도 획일적이라 비난했다. 정치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상대방만 혜택이 있으면 절대 안 되고  공동체 의식이 있어 튀면 안 되는 사회였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잘나야 하기에 뭐든 경쟁하고 최고를 지향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이번엔 빛을 발했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그런 획일화된 사회의 힘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힘차게 이겨나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단합된 힘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평소의 메너와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가 사는 메릴랜드는 대대적으로 민주당 성향을 가진 주이다. 희한한 건 그런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이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이 되었다. 그것 또한 민주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일이 없으면 모든 게 평화이고 모든 게 좋아 보이다 일이 생기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인종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게 사실이다. 겉으로 보이는 미국인들의 표정은 인자하고 포용력 있는 넓은 마음인양 대하고 그런 모습에서 미국인들의 대륙 기질을 한국이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인들은 그랬던 인자함이 돌변했다.


사재기의 현상과 비례해, 아시안이 마치 잠자는 미국인의 코털을 건드린 것 마냥 일단 아시안을 대하는 눈빛이 달라졌다. 자기들에게 무서운 바이러스를 옮긴 원흉인 것처럼 노려보고 작은 일에도 비아냥 거리는 듯하고 실제로 나나 우리 한인이 겪는 일들이 생겼다.   


우체국에 갔다. 전날 집에서 익스프레스 소포를 받지 못하여 송장에 적힌 데로 직접 근처에 있는 우체국에 갔다. 직원은 내가 내민 송장을 곁눈으로 한번 훅 보더니 송장의 번호를 체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냥 없다는 말만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왜 없지? 내가 물었다. 여기가 아니고 다른 장소를 말하며 거기 있다고 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왜 거기에 있는데? 분명 여기 있다고 송장에 쓰여있잖니? 그리고 왜 찾아보지도 않는데? 그냥 여기엔 없다고 대답했다. 이런 어이없는 말이 있나.. 난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몇 시에 다시 올까? 이틀 뒤에 다시 와봐... 이건 아니지. 그럼 내가 왜 급하게 비싼 돈 들여 익스프레스 메일을 했겠는가? 한국말로 '이런 씨....' 하며 큰소리로 한마디 날리고 문을 꽝 닫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인종차별이다.

그 여자는 최소한 송장 번호를 컴퓨터로 확인했어야 했다. 하기 싫어도 하는 시늉은 했어야 했고 그렇게 내가 싫었어도 최소한 몇 시간 뒤에라도 다시 오라고 했어야 했다. 확인도 안 하고 이틀 뒤라니...


뉴욕에서 길을 걷고 있는 아시안에게 지나가는 차에 타고 있는 미국 사람들이 창문을 내리고 "FUCK YOU" 라며 소리치고 크게 웃으며 갔다는 말을 듣고 머리가 솟는 느낌을 받은 다음날이라 내가 더 흥분한 사건인지도 모르겠다. 


마스크를 쓴 아시안이 흑인에게 얻어맞았다는 보도며 반대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맞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며 잠잠히 숨죽이고 있던 미국인들의 인종차별의 마음들이 이런 악조건의 상황에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사재기의 심리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첫 번째이다.


미국인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극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있는 자는 얼마든지 뭐든 살 수 있고, 없는 자는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사재기를 부축이고 있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일궈낸 최악의
시나리오가 사재기를 부축임


미국인들은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일궈낸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화된 공포에서 나오는 심리적 불안으로 사재기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절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불안까지 겹쳐진 최악의 사태가 불행하게도  지금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없고 쓰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바라보니 더욱 쓸 수없고 정부에서도 마스크가 바이러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를 하니 더욱 쓰지 않고 있다.


제일 중여한 건 정부의 태도이다. 사재기의 불안심리와 함께 국가간, 인종간의 원인을 찾을 때가 아니고 지구 전체의 인류가 살아야 하는 일이 우선인 지금, 자국민에게는 안정적인 조치를 국가 간의 관계는 인종차별 없는 인류애를 발휘할 때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알 길이 없다.

그저 사람 간의 거리를 두고 손만 잘 씻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정도의 이야기들만 난무하다. 아이들이 봄방학을 해서 집에 왔는데 학교가 휴교령을 내리는 바람에 집에서 발이 묶여버렸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것마냥 북적대서 좋긴 한데 언제까지 이렇게 손 놓고 집에만 고립되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미국인들처럼 사재기로 마음을 안정해야 하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이상 지구 상의 모두에게 2주간의 휴교령을 내려 누구든 일하지도 말고, 돈도 받지 말고, 공부도 하지 말고, 선거도 하지 말고 최소한의 먹을거리로 버티다 2주 후에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면 전 세계가 한방에 바이러스를 잡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 지금부터 이틀 뒤부터 2주간 모든 게 정지됩니다. 이틀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료품만 구입하세요. 누구나 집에서 나오지 말고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기다리십시오. 일할 수도 없고, 돈도 벌 수 없고, 집 밖 100미터 내외만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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