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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Apr 28. 2020

미국 아이들은,어떻게 집에만 있지?

집에만 있은 지 꼭 6주를 넘겼다.

3/13일 3:30분 트럼프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그래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마트에 가서 콧바람이라도 쏘인다지만, 아이들은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간 적이 없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원래는 학교를 다녀오면 3시가량이고 엄마 없는 두 시간 정도 강아지와 놀고 간식 좀 먹고 내가 오면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다 자는 스케줄이 일상이었다. 오후에 학교에서 늦게 온다거나, 학원에 간다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그러는 일이 없어서였는지 집에만 있는 게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항상 집에만 있었으니 원래대로 갑갑해하지도 않고 왜 집에만 있어야 하는지, 어디라도 나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만 있는 지금 이 생활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처음엔 좋겠지만 갑갑증으로 혈기 왕상한 아이들이 뛰쳐나가리라 예상했지만 완전히 뒤집혔다. 역시 집돌이고 집순이이다.

   

그럴  있는 이유는 물론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그리고 넷플랙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은 하나 마나인 게 지금의 아이들은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태어난 세대이니 굳이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심하지 않은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집 밖 출입을 안 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예 생활이 되어 친구끼리도 '친구 거리'가 생겨버린 지금이 그저 안타깝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개인주의가 팽배해 혼자서도 잘 사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러다가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깜짝 놀랄 거 같다.



영상으로만 보던 사람이 직접 말을 하며 다가오면 '어? 사람이다'라고 소리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이제야 겨우 인터넷 강의를 시도한다는 메시지가 왔고 저번 주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시험 삼아 테스트로 확인 작업을 마쳤고 스케줄을 상의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다음 주부터 그러니까 5월부터 시행한다는 메일을 지금 막 받았다. 하루에 7교시까지 있어서 원래 대로 수업을 하려나 생각했는데 하루에 한두 번 미팅만 한다고 하는데 출석 체크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낼 가능성이 크다.  

        

'Pass or Fail'이라는 제도로
대학교 1학년에게 학점으로부터의 자유를


그래도 대학의 수업은 ZOOM이라는 형태로 200명가량이 동시에 접속해서 원래 강의대로 교수는 집에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은 세계 각지에서 그 수업을 듣는다. 아이에게 들어보니 접속한 학생들의 상의까지는 보여야 하고 만약 시험을 보게 되면 눈과 손이 동시에 보이는 화면을 고정시켜 부정시험을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남은 학기의 학점은 줄 수 있게 된다지만 그 또한 말이 많다. 어떤 학교는 'PASS or FAIL'이라는 제도를 적용시킨다 한다.     



이는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로 큰 폐해(1학년 자살률이 높고 좋은 학교일수록 높게 나온다)가 많아 일정 점수만 넘으면 통과되는 제도이다. 대학을 들어가고 1학년 한 학기나, 한 학년에 제한된다. 커트라인을 정해 놓고 그 점수만 되면 다 똑같이 통과된다. 구태여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생끼리 경쟁하지 않아도 되어 학생 누구나 환영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존 홉킨스 같은 경우 몇 년 전까지는 이런 제도가 있어서 1학년생들은 꿈같은 Fresh man(1학년을 여기에서 이렇게 부른다)을 보냈지만 이를 반대하는 다른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다시 원래의 학점제로 돌아간 예도 있다. 문제는 전체 학점에서 1학년의 점수가 들어가지 않아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1학년 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고 Sophomore(2학년) 때 정신을 차리려면 습관 때문에 원상 복귀가 어렵다는 여론의 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제도인데, 코로나 이후의 대학이

디테일한 점수를 낼 수 없음을 감안해서 이러한 장단점이 있는 Pass or Fail 제도를 도입하는 학교가 늘어났다고 한다. 대학생들은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대체로 좋은 편인 이 제도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음 학년에 차질이 빚어졌다. 새 학기가 되는 가을에도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될 수 없다는 언론의 여론에 따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될 가망성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학생이나 부모님들은 어마어마한 등록금(사립대의 경우, 한 학년의 기숙사비와 식비 그리고 책값을 포함 거의 일억이 든다)을 내면서 이런 온라인 수업은 수업료만큼의 지식을 얻을 수 없는 시스템일뿐더러 진정한 대학 생활을 영위할 수도 없다는 판단에 휴학을 고려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우리 집 또한 대학원생과 대학생이 있는 관계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앓고 있는 문제이고 특히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니 누가 옳고 그름도 없다. 그저 우리의 생각으로 미래를 가늠하며 결정해야 하는데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세에 따르면서 우리의 감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학생들의 수업은 교수와 학생이 얼굴을 대면하고 수업을 한다지만,

아직 중 고등학생들의 수업은 선생님과 한두 번 인사하고 리포트를 제출하고 성적을 매기고 학년이 끝날 거 같다. 의무교육이니 일반 부모들은 별다른 반응을 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학교와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라인도 없으며 특별한 지시사항도 없이 이렇게 방치 수준으로 아이들을 가만히 놔두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전체 학교를 관할하는 기관도 없고

그저 선생님 재량껏 아이들과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그나마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선생님은 이메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수업 재개에 희망의 메시지와 앞으로의 수업내용을 알려 주고 있는데 극히 극소수이다. 대부분 선생님은 형식적인 답변에 형식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다. 문제는 진실로 선생님들도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다른 주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정부에서 일괄적인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한국이 아니고 각개전투로 대처하고 있으니 여기저기가 불안 요소이고 이곳저곳이 허점투성이다. 이런 내용은 지금 여기 메릴랜드의 상황이고 미국 전체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각개전투로 학교 재량껏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라 
의견분분하다


한국처럼 학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부할 양을 내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없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저녁 늦게까지 스마트 폰으로 유튜브를 보다 티브이로 연결해서 게임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점심 먹고 하루 종일 뒹글 거린다. 그나마 개인적인 첼로 수업은 비디오폰으로 실시간 수업을 진행해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수업을 해서 할 수 없이 조금씩 연습해야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고는 또 뒹굴이다.


나 또한 집에만 격리되어 하루 종일 그런 아이를 보며 답답하지만,

그래도 때 되면 밥은 줘야 하고 간식은 챙겨줘야 한다. 한창 커야 하는 성장기 소년이라 건강이 염려되어 강아지 산책이라고 시키라며 다그치는 게 전부다. 원래 6월 중순이면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9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일단 9월에 문을 다시 연다고 발표해서 이런 생활을 8월 말까지는 해야 한다. 앞으로 꽉 채운 4개월 이상을 지금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


그렇다고 공부를 시켜야 하나 생각하지만, 저녁까지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저 학교에서 내주는 프로젝트라고 말하는 숙제만 하던 습관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행여 다른 아이들은 이런 시간을 황금의 기회로 삼아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선행에 열중하는 시간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도 되다가도 '다들 이렇게 뒹굴고 있겠지'하며 안주한다. 그래도 또 우리 아이만  시간에서 뒤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혼자 걱정한다. 정작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말이다.    


모든 학생이 비슷한 입장이겠지만,

우리 아이는 새 학기가 되면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준비 없는 고등학생이 될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시점인 고등학생이 되는 설렘이나 새로운 각오 같은 필수적인 계기가 사라질 게 분명하다. 물론 이번에 졸업식도 못 하는 수많은 슬픈 졸업생도 있을 것이고, 취직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면접을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거에 비하면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어른들이야 중요한 포인트를 모두 지나서 특별할 것도 없는 한해지만 몇 년마다 한 번씩 찍어야 하는 터닝포인트가 있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는 코로나 19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오전 11:45이다.

대학생 딸은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다 늦게 잤는지 지금껏 일어나지 못하고, 중학생 아들도 아직 꿈나라에 계신다. 9월 신학기가 되어야만 학교를 오픈한다고 해도 좋고 이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1년 이상 해야 한다고 해도 좋다. 다만 학교와 학생이 연계되는 수업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져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시간대별로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전수받는 수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전제가 붙는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은 잊어야 한다. 학교 수업도 이젠 그전의 수업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방식을 개발해 홈스쿨링 하는 것처럼 집에서도 학교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었듯 코로나 19가 스마트한 폼으로 세상을 포맷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바뀜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커 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강아지 동생 산책이 급하다 어서 일어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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