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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Jun 10. 2020

미쉘 오바마가 사랑받는 이유

옷을 잘 입어서? 아니면 버락 오바마의 아내라서?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역사적인 날, 우리 가족은 미국에서 싱글하우스로 이사한 해이기도 하고 이사를 하고 얼마 안 된 날이기도했다. 오바마와 미쉘이 유색 인종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듯 우리 가족에게도 성공의 신화를 쓴 해와 맞물려  마치 내가 퍼스트레이디가 된 거처럼 미쉘의 당선은 나에게도 영광스러운 날이었다.     


그리고 4년 뒤 버락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하고 총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미쉘은 백악관 근처는 보고 싶지도 않다며 쿨하게 트럼프 가족에게 백악관을 내어주고 나왔다. 그 뒤로 미쉘은 자서전을 스스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Becoming'라는 제목으로 2019년 세상에 그녀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출판을 위한 전국투어를 하며 사람들과 만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다큐로 만들면서 또 한 번 성공의 신화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 판매량은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라마다 앞다퉈 번역본이 나왔다. 물론 한국어로도 나왔다. 딸은 영문으로 된 이 책을 생일선물로 주었고 몇 장 읽다가 포기, 한국판으로 다시 선물 받기를 원한다며 때를 쓴 탓에 정말 한국판 비커밍 책이 배달되었다. 500페이지가 훨씬 넘는 두꺼운 자서전인데 단 이틀 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 글 실력과 유머감각 그리고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에 한 글자도 건너뛸 수 없었고 단번에 나의 롤모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한국어판 미쉘 오바마의 비커밍책


놀라운 사실은 그녀 어머니의 교육이었다.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미쉘은 자기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교육적인 면이 빛나는 부분인데 가난해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승화했고 그런 교육을 받은 미쉘은 어려운 환경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미쉘만의 오뚝이 같은 정신적인 힘으로 길들여졌다.


가난만으로 힘든 환경이라 말할 수는 없다. 흑인이라는 인종차별 또한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자란 환경도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미쉘과 그녀 오빠의 삶에 커다란 방패막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 환경이라면 누구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워 부모님 탓만 하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도 못해 보고 사그라질 수도 있었다. 어떤 이는 그런 환경을 비관해서 나쁘게만 받아들이고 삶을 포기하는 많은 젊은이도 있었을 것이다. 미쉘이나 그녀의 부모는 그런 환경적 요인을 가족애와 교육의 힘으로 잘 이겨냈고 오히려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아버지의 조부는 노예였다.


미국 최고의 퍼스트레이디의 조부가 노예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미쉘의 당당함은 아빠의 참을 수 없는 지배층의 하대에도 굴하지 않고 올곧게 자식을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그리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반영이 되어 미쉘에게도 전해졌으리라. 미쉘은 말한다. 아빠의 사랑을 진심으로 느꼈고 그의 지식적인 머리는 훌륭했지만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음에, 그것을 인정해야만 했던 아빠의 뼈아픈 시대적 배경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이 말 또한 난 충분히 공감했다.      



미쉘은 흑인이다. 미쉘의 온 가족이 흑인이다.

그 누구도 섞이지 않은 뿌리부터 흑인 집안이다.


그래도 버락은 케냐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계 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완전한 흑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이 되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버락이 상당히 부유한 환경과 엘리트 부모를 둔 덕에 사립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반면 미쉘의 아빠는 시 수도시설 펌프 기사로 더군다나 아픈 몸으로 겨우 일을 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집을 마련할 돈이 없어서 아는 사람의 2층에 겨우 살림을 차렸고 그 뒤로도 시카고의 허름한 곳에서 살았다.


미쉘의 오빠는 운동선수로 스탠퍼드 대학을 나왔고 그 뒤로 미쉘은 오빠와 동창생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를 정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태도에 미쉘은 지금도 욱하는 마음이 있다고 웃으며 말할 만큼 흑인이 아이비리그를 간다는 자체에 인종차별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모두가 같은 색깔의 흑인 학교에서 느끼지 못했던 피부색이 대학을 가고서 피부에 닿았다는 미쉘은 공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전형적인 A학점 범생이가 되었다. 이후에도 하버드 대학원에 들어가고 로펌 회사에 들어가서 운명처럼 버락 오바마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착실하게 공부를 했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평탄한 길을 걸었다. 이때까지는 흑인으로 성공한 대표할 만한 여성상으로 비치는 데에만 그칠 수 있었다. 버락의 미소로 이미 사랑에 빠졌지만, 버락의 고민이 미쉘의 사랑을 뛰어넘었나 보다. 버락의 아내로 살려면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공부가 필요했더랬다.     


특히 흑인 인종차별이라던지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회문제에 직간접적으로 발로 뛰며 오바마를 뒤에서 밀어주는데 전력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남편인 버락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군으로서 자신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변호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데 전력을 다했다고 회상하는 이 부분에서 난 미쉘이 멋진 여자라는 걸 알았다. 여자와 남자라는 성별을 떠나 누가 무엇을 더 잘하고,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서로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었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같이 뛰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선까지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인종차별을 많이 겪었던 미쉘은 정치가 사람을 얼마만큼 황폐하게 하는지 알았지만 버락의 정치에 대한 소신과 인간을 대하는 진심을 이해했기에 남편을 믿고 지지하기 시작했다. 미쉘은 절대적 조력자의 안사람으로 최선을 다했다. 대본 없이 즉석연설도 마다하지 않았고 어디든 버락이 있는 곳에 미쉘이 따라갔다. 특히 재선을 위한 연설은 "미쉘 오바마가 만루 홈런을 때렸다"라고 표현될 만큼 호소력 짙은 명연설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주먹끼리 맞대며 미쉘과 오바마 부부의 인사를 무슨 전사들의 인사로 탈바꿈되었고 말의 꼬리를 물고 떠다니는 악성루머에 정확한 대본으로 다시 무장해야 했다. 버락이 맞아야 할 뭇매를 여자가 나선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에 남녀불평등 차별까지 이겨내야만 했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다고 백인들은 그녀를 남자라고 비웃기도 했다. 흑인으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역사적인 날 그녀는 장신의 키로 그렇게 큰 웃음을 지을 수만은 없었던 슬픈 날이기도 한 이유이다.    


지금 이 책이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이번 플로이드 사태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흑인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미쉘이고 그녀의 생각과 사고를 이 시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고 그 중심이 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에 조명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도 흑인이고 불과 4년 전의 대통령이었지만 왠지 그의 아내인 미쉘의 삶이 지금 시대를 대변하고 떠오르는 인물이 되었을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흑인으로 최고의 엘리트로 정점을 찍기도 했고 부유하게 자란 남편과는 다르게 가난한 환경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멋지게 성공한 강인한 여성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또한 미쉘은 백인 주류의 상류사회에 당당하게 맞서는 마이너리그의 한 사람으로 우리 같은 약자의 편에서 우리를 대변하고 앞장서서 보호해 줄 수 있는 강한 여성이라는 점을 빼트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정치적 세력을 한 곳으로 집결해주는 아내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지금까지의 퍼스트레이디와는 다르게 남편의 뒤에 서서 가만히 관망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편의 배경이 아닌 직접 전면에 나서서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있는 일들을 찾고 숨어있는 사회 이슈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일들이 지금의 트럼프 와이프에게는 왜 기대할 수 없는 걸까?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에서 이민 온 우리 같은 소수민족이다. 하지만 미쉘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서 기대는커녕 백인우월주의에 동조하는 일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 마스크라도 쓰던지...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책에 사인을 하며 시민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그냥 평범한 한 작가로서의 미쉘은 자신을 낮추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많은 이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와 함께 문제 해결하려는 노력이 그 누구에게나 통했나 보다. 길게 줄을 서서 그녀와 마주하기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벌써부터 흥분되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살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으려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미쉘의 눈빛과 미소를 보기 위해 그 긴 줄을 마다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녀와 대화하는 자체에 눈물을 흘리는 많은 팬들에게 같이 웃으며 농담하는 여유로움에서 같은 여자로서 커다란 미소를 함께 느끼고 싶어졌다. 


이번 다큐의 하이라이트를 뽑자면,


어느 질문자가 이렇게 물었다

"백악관에 살다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미쉘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거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바뀐 세상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하루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똑같이 말한다. 예전처럼 돌아가는 게 어렵지만 노력한다고.. 왜?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가? 새로운 날이 돌아오면,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새롭게 살아가는 게 우리의 인생이고 그게  당연한 말이다.


지금의 사태를 보며,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면 바뀌는 게 하나도 없다.

흑인은 이유 없이 백인으로부터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작지만 살며시 인종차별적 시위를 했었고 지금도 목소리만 조금 커졌지 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실제로 하나도 없다. 새로운 삶을 꾸려면 지금부터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미쉘이 트럼프에게 자리를 내주며 절대 백악관에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미쉘 같은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여성이 앞장서서 이 나라를 흔들어야 앞으로 변화된 미국이 될 수 있다. 절대 부정이 아닌 절대 찬성으로 바뀌어 바이든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우리의 우상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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