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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Feb 02. 2021

코로나에 걸리면
한국에선 호텔, 미국에선 집콕?

최근 며칠 사이에 나의 지인 두 명이 동시에 코로나에 걸렸다.


그것도 한 명은 한국에서 또 한 명은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두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한국의 지인은 곧바로 호텔 같은 시설로 들어가 친절한 간호사의 간호를 받으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미국의 지인은 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타이레놀을 먹으며 기약 없는 사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삼 일 전 미국 지인의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시작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먼저 코로나에 걸리고 나중에 엄마가 걸린 케이스다. 아이는 아마도 친구와 동행하다가 옮은듯싶고 아이와 동고동락하는 식구 모두 당연히 전염되었다. 아이는 일단 후각과 미각을 잃어 동네 약국에서 어렵게 코로나 검사 예약을 하고 검사를 자가(개인이 직접 면봉으로 코 깊숙이 넣어 채취한다)로 하고 이틀 뒤에 확진으로 판정되었다.


그 결과가 나오기 이틀 안에 가족은 아이가 설마 코로나 확진일까 싶어 특별한 격리 없이 식사도 하고 모든 생활을 함께 했을 것이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다른 가족도 어렵게 검사를 하고 확진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엄마는 계속 미열과 근육통을 겪어야 했고 다른 가족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감기 정도라 현재는 크게 달라지는 증상 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


아는 지인들이 필요한 생필품을 대문 앞에 놓고 가는 상황이지만 만약 이처럼 거의 감기 증상이거나 무증상인 미국인이라면 아마도 마스크만 달랑 쓰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 자가격리를 자발적으로 한다 해도 이삼일 정도 하고 증상이 없으면 그냥 다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의식이 있는 한국인들은 행여 남들에게 전염시킬까 봐 스스로 자가격리를 열흘 정도 한다. 그렇게 열흘 정도 지나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누구의 확인 절차 없이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나왔는데도 정부에서 혹은 지자체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코로나에 걸린 온 가족은 현재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문 밖 출입을 자제하고 오로지 스스로 타이레놀을 입안에 잔뜩 털어 넣고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의사를 만나지도 못하고 어떠한 약 처방도 받지 못한 채 각자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그렇게 각자의 방에서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 지금 미국의 현실이다.     


병원은 이미 환자들로 차고 넘쳐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여력도 없다고 하지만, 한국처럼 시스템이 발달되어있지 않아서 막상 코로나에 걸려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관이 없다. 있다한들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서 엄두도 나지 않을뿐더러 한국처럼 격리를 하게끔 하는 강한 조치가 없으니 생계가 위중하거나 급한 일이 있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고 외출을 한다. 마스크도 쓰지 않는 미국 사람들의 의식을 제어해줄 강력한 장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산소 호흡기를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언론에 떠들면서 정작 코로나로 당장 죽는다 해도 급하게 도와줄 의료인원도 의료시설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나마 백신이 나왔지만 예약 절차가 아주 까다로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예약이라도 할 수가 있다. 예약 후에도 백신 부족으로 예약도 연기가 되고 있는 반면 백신을 냉동에서 해제한 후 소진되는 타임이 맞지 않아 상당 부분 폐기하는 백신도 있다 하니 한심할 뿐이다.


이제는 코로나가 내 주변 아주 가까이에 와 있다.


아는 지인이 병원에서 일을 하는데 어제까지 같이 업무를 보고 일을 하던 동료가 다음날 아침에 전화를 걸어 “나 코로나 확진받았어. 출근 못 해” 하면 “에이, 너도 걸렸어? 조심해" 하면서 남은 동료가 알코올 휴지로 동료의 책상을 닦고 알코올 세제로 방안을 뿌리는 걸로 형식상 그 잔재를 지우고 한국처럼 문을 닫는 일은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아무 일 없는 듯 환자를 돌보는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코로나 담당 공무원이 있기는커녕 아무도 개개인을 케어해 주지 않고 이제는 아니 앞으로는 감기처럼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아이들도 아무런 조치 없이 더 이상 집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여론에 선생님들은 백신을 맞고 출근을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상황인데도 3월부터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이제는 그냥 감기와 같은 일상적인 병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그 며칠 뒤로 한국 지인에게서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아들이 코로나에 걸려 시설로 들어갔다고 했다. 오후 두 시에 전담 공무원들이 나와서 아들을 경기도의 어느 시설로 데리고 갔는데 아들이 가고 난 후 집안 전체를 아주 꼼꼼히 방역하고 방역한 후 청소까지 해주고 집에 있는 개인차들도 모두 방역을 했다고 한다.


시설로 데리고 가면서 열흘 동안 있어야 하기에 개인 물품을 싸는데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을 해주고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깨끗한 시설을 이미 선정해놓고 아무런 두려움이나 공포 없이 정중히 데리고 갔다고 한다.  

   

아래는 나와 내 친구의 대화다.     


“젊은애가 열흘을 어떻게 가만히 갇혀 있는다니... 아무런 증상 없이 방에만 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하나 싶다. 시설은 호텔처럼 너무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한데 기업연수원이다 보니 티브이가 없데” 친구가 코로나도 문제지만 티브이가 없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말했다.


“그래도 호텔 같은 시설에 가는 게 어디니? 여기는 그냥 자기 집에서 꼼짝없이 있어야 하는데..” 나 또한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라 호텔로 들어갔다는 게 신기했다.


“정말 미쳤다. 코로나인데 그냥 집에 있는다고??"친구는 절대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난 한국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데? 그 많은 환자들을 정부에게 케어해 준다고? 비용이 얼만데?”


“무슨 비용.. 당연히 나라에서 치료해 줘야지”


“아... 그게 당연한 거구나. 맞아. 그래야 나라지. 그래야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지...”


“야! 미국이 선진국 아냐? 정말 아무것도 안 해줘? 미쳤다”


“... 근데 넌 답답해서 어쩐다니.. 넌 차 있으니까 휙 나갔다가 와. 아무도 안 만나면 되잖아”


“야야, 무슨 소리. 그러다 들키면 벌금이 천만 원이야”


“헐.... 미쳤다”     


우리는 서로 미쳤다만 연발하며 전화를 끊었다. 실상 코로나로 친구의 아들이 걱정되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처우에 대한 나라의 다름에 놀라워만 하며 안부는 제대로 묻지도 못했다.     


그 뒤로 남은 가족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확진자 가족이므로 무조건 열흘 자가격리 명령에 따라 코로나 앱을 핸드폰에 깔고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매일 담당자가 열 체크를 하는 도중에 내 친구의 온도가 평상시보다 0.5도 높았다 한다. 곧바로 온 가족이 다시 코로나 검사를 했고 불행히도 내 친구만 코로나 확진이라는 청천벽력이 내려졌다.


남은 가족은 그날 이후 다시 연장이 되어 열흘을 더 격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고 또다시 온 집안을 방역하고 청소까지 말끔히 해주었다는 말에 나는 코로나보다 솔직히 방역과 청소에 귀가 더 솔깃했다.     


"정말 방역에 청소까지 해준다고?" 나는 한국의 방역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응, 방마다 꼼꼼히 방역하고 청소하고 차마다 방역 다 해주고..."


"진짜 한국 공무원들 대단하다. 여기에선 이렇게 말을 해도 믿지 않을걸? 나도 믿기지가 않는데.. 아프진 않니?”


“응 감기 정도... 살짝 미열이고 허리가 조금 아프고.. 이게 정말 코로나인지 싶어”


“다행이다. 정말 답답하겠다. 하지만 집안일을 안 하니 그건 좋겠구나”


“그러긴 하는데.. 이번 기회에 살이나 빠졌으면 좋겠다. 경치도 좋고 코로나만 아니면 정말 평생에 없을 귀한 힐링 시간이 될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먹는 건 어때?”


“세끼를 한식으로 주고 커피며 음료수 원하는 건 다 주는 거 같아”


“근데 그 돈은 누가 다 낸다니? 하루 세끼에 호텔 수준의 방에 청소까지... 치료비는 나라에서 공짜로 해준다지만 병원비는 각자가 내야 되는 거 아냐?”


“애야, 이게 모두 공짜지.. 나라에서 모든 비용을 대는 거야. 코로나로 음성이 세 번 나와야 퇴원을 시켜 주고... 내가 왜 돈을 내니? 아픈 것도 서러운데...”


“헐... 아픈 건 개인 사정이고 아픈 사람이 치료비를 내는 건 당연한 거지. 왜 나라에서 그 비용을 내는 건데? 거기에 병원비까지... 신문에서 읽은 건데, 여기에선 한 달 응급실에서 코로나로 입원하고 나온 사람의 치료비가 12억이 나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왜 살렸냐며...”


“진짜? 미국에 사는 친구 덕에 생각하지 않았던 당연한 일에 새삼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 거네... 고맙다.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해야겠다.. ”


“난 한국 친구 덕에 미국 정부의 허술함에 다시 한번 실망을 금할 수 없게 되었네. 에이...”     


이러면서 나와 친구의 서로 다른 나라의 코로나를 대처하는 실상에 대한 이야기만 한참 하며 역시나 아픈 몸에 대해서는 한마디 안부를 전하지 못하고 한국 정부에 대한 부러움만 남은 채 전화를 끊었다.     


자, 여기에서 미국과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처우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거의 같은 코로나 증상을 가지고 어느 나라에서는 호텔 수준의 시설에서 열흘 동안 모든 치료비와 입원비 전액 면제인 정부의 혜택을 받고, 어느 나라에선 의사를 만나 보기는커녕 처방전 하나 받지 못한 채 자기 집안에서 꼼짝없이 타이레놀 하나에만 의지하고 집콕을 해야 하는가?


물론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의 수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이라 병원에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건 안다. 하지만 코로나 초기부터 대응한 실수들이 지금의 화를 더 키운 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환자를 대하는 시스템 자체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시인해야 한다.      


거기에 선진국에서도 할 수 없는 의료보험 제도가 빛이 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으로 국민 모두가 똑같은 수준의 치료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에 박수를 받아야 한다. 의료체계가 거의 후진국 수준이라는 미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특히 보험이 없는 저소득층일수록 사망자가 많다는 통계에 따라 인종 간의 차이뿐 아니라 소득의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코로나로 인해 더욱 여실히 알게 되었다.


의료체계도 고사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국민성의 단합에도 문제가 있었다.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서 온 오류가,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 회귀본능으로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란 곳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강렬하게 회귀하고 싶은 마음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 회귀가 이번 기회로 조금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흰 눈으로 덮인 하얀 세상에 20여 마리의 사슴 떼의 행렬을 보노라니 축복받은 이 땅을 져버릴 자신 또한 없다. 흰 눈에 눈이 부셔 눈을 감으면 드높은 하늘의 저 너머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하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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