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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Jan 11. 2021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백인 우월주의를 보는 시선

모두가 우려했던 일이 결국 터졌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부터 부정 선거 의혹과 선거 불복이라는 말을 꾸준히 트윗에 올렸고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환호하며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었다. 결국 1월 6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어 투표 결과를 생중개하며 상하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날, 그들은 야심 찬 계획과 함께  미의회로 진입했다.


트럼프는 미국 시민에게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결집을 호소했고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며 각 주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의회가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로 몰려들었다. 트럼프는 모두 의회로 가서 지지자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극한 시위를 부추기며 연설했다. 그 연설이 결국 트럼프의 발목을 잡아 탄핵의 원인이 되었다는 걸 연설할 때는 몰랐을 것이다.



폭력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트럼프는 시위대에게 특별한 사람들이라며, 사랑한다는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방카도 트윗을 통해 '미국의 애국자들이여, 어떠한 안보상의 위반이나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니 제발 평화를 지켜달라'며 호소했지만, 만약 인종이 다른 트럼프의 반대파가 의회에 침입을 했다면 애국자라는 표현은 절대 쓰지 않았을 것이다.


폭도에게 애국자라니...


미국 역사상 단 한차례, 200년 전 영국군이 전쟁 시 미국 의회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200년이나 지나 이번엔 다른 나라의 적군도 아니고 전쟁 시도 아닌 순수히 자국인에 의한 반란이었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 불복 차원에서 의회 침입이었다. 이는 절대적인 신념을 기반으로 한 정당한 행위도 아니고,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분열 같은 사상이 바탕이 된 전쟁도 아닌 극히 개인적인 백인들의 반란이다. 이 같은 일은 아직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못한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고 자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 민주주의가 200년이나 후퇴된 지구 상 가장 후진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를 계기로 하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안을 결의하게 되었다. 다행한 일이지만 트럼프가 정말 탄핵이 될지는 의문이다. 1월 20일 바이든 취임식날까지 십여 일도 임기가 남아 있지 않고 결국 탄핵이 이뤄지더라도 임기 종료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미국에선 공직자의 임기 이후에도 탄핵이 가능하다.


임기 이후에라도 기를 쓰고 탄핵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퇴임 후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상당한 팬덤(열성적 지지층)을 보유한 그의 2024년 대선 재도전을 막기 위한 것이고 이는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이 되었을 당시 힐러리와 접전을 벌리며 받았던 표보다 더 많은 표를 이번 대선에서 받았고,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한 그의 이상 행동에도 불구하고 47% 이상의 트럼프 지지자가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미래를 두렵게 하는 것이다.


한국은 5년 단임제인 반면 미국 대통령은 4년 연임제임과 동시에 중임이 허용되는 특이한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한 번 대통령을 하고 재선에 도전할 수 있고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번 더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 22대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도 재선에 실패해 한차례 백악관을 떠난 뒤 4년 후 다시 24대 대통령에 취임한 바 있다.


결국 2024년 재선 도전장의 뿌리를 뽑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탄핵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 바이든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 탄핵은 정치적인 부작용이 분명히 따를 것이며 특히 강력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이 탄핵을 계기로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게되면 당장 제일 급한 코로나를 극복하는 난제보다 트럼프의 아바타와 끝임없는 정치게임에 말려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이미 한차례 탄핵 소추되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 반대로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탄핵을 하원에서 결정한다면 미국에서 한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을 소추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탄핵소추 안은 하원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처리되지만, 상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탄핵이 결정된다.



결국 이번 의회 폭동으로 경찰 1명을 포함 총 5명이 사망을 했다.


물론 사망한 이들을 애도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뭐 가까이 우리나라 광주항쟁을 예로 들어보자. 간단히 말해 그 당시 전두환이 반란을 도모하며 군인을 대동하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는가?


여기에 중요한 점이 있다. 대통령을 반대한 혹은 지지하는 세력들이 신성하고도 강력한 한나라의 수장들이 집합된 의회에 반란을 일으키려 진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의회에 들어가는 문이 너무도 쉽고 간단히 열렸다. 들어가서는 의장의 자리에 앉아 다리를 테이블에 올린 사진을 SNS에 날렸다. 한두 명의 사상자가 나왔을 뿐이다. 폭동이었는데? 의회가 개인 집무실이었나? 단순히 문만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의회가 대미국의 현실이었나? 어느 언론에서도 이를 대놓고 나서지 않고 있다.



단 5명만 사망했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은가? 만약 흑인이 미의회에 진입하려고 시도만이라도 했다면? 그 흑인은 온몸이 벌집이 되어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을 가망성이 거의 100%라고 장담한다. 왜냐하면 그런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낯선 자의 작은 낌새만 있어도 철벽수비로 유명한 미군이 땅과 지하로 그리고 하늘로 날아 한순간에 날려버렸을 것이고 이미 이날은 경찰들과 주 방위군들이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병력들이 훈련받은 군인들도 아닌 일반인들에게 밀려 단숨에 자리를 내주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경찰과 시위대가 셀카 찍을 시간적 여유가 있다니..


어느 사회에서나 인종차별과 성차별 그리고 다양한 차별에서 오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그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코로나로 인해 불거져 나온 인종차별을 시작으로 흑인들을 차별하는 인종차별은 BLM(Black Lives Matter)라는 기치 아래 대대적인 운동이 시작되었고 점점 확대되었다. 이민자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했고 트럼프는 점점 세계 질서를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 중심에 중산층의 백인들은 그의 자국민 우선주의에 손을 들고 환영을 했지만, 결국 선거에 참패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의회 난동을 꾀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하나같이 얼굴이 하얀 백인 남성들이다.


거기에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괴기스러운 분장을 한 이도 있었고 모두 한 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있었다. 꼭 한국의 태극기 부대를 연상케 했다. 아마도 그 안에는 민경욱이 태극기를 손에 쥐고 민트(경욱과 럼프)를 결성하자며 외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미 하원의장이 지난 6일 연방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가 아닌 '백인 우월주의( whiteness)'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백인 우월주의를 부축인 트럼프는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 재선에 도전도 해보지 못하게 하는 탄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영원한 역사의 원흉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건 한국에서는 박근혜의 탄핵을 놓고 공방이 되었을 때 모든 국민이 촛불시위로 똘똘 뭉쳐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었던 거에 비하면 미국은 너무도 조용하리만큼 관대하다. 만약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대통령이라면, 인종차별을 떠나 이상행동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티브이만 보고 있었을까?


미국은 앞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은 극히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그저 앞에서 행동하는 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나 먼 산 쳐다보며 불구경만 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 1%의 똑똑한 미국인만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고 나머지 99%의 미국인들은 그저 1%를 믿고 따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반대다. 99% 사람들이 모두 똑똑하고 잘나고 부지런해서 모두가 피곤하지만, 정의롭게 살아가는 모양새다.


결국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밌는 지옥이다. 나는 이런 백인 우월주의가 득실대는 재미없는 천국, 미국에서 살고 있다. 모두가 똑똑하고 잘난 곳에서 살아가는 게 힘들어 보이지만, 불의를 보면 모두가 촛불 들고 거리로 나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는 재미있는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긴 하루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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