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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주는 대한민국의 1/3 면적을 가진 미국 50개 주 중의 하나다
미국은 주마다 집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사는 메릴랜드는 미국의 50개 주에서 면적 면에서나 인구 면에서 작은 주에 속하는데도 대한민국 땅만 하니 계절의 변화가 한국과 비슷한 동부나, 4계절의 변화가 많지 않은 서부의 캘리포니아나, 뜨겁기만 한 남부의 조지아 등 기후에 따라 집 모양이나 생활 전반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음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곳 동부는 높은 산이 없고 거의 평지에 가까워서 토네이도라는 무서운 재앙이 오기도 하고 눈이 산더미처럼 내려 우리 강아지들이 마당을 헤엄쳐 다니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높은 산이 눈이나 비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는 걸 한국에 있을 때는 인식하지 못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작은 땅을 가지고 있는 나라지만 제주도가 섬인 관계로 화산이 폭발해 현무암이 발달되어 집 짓기에도 영향을 끼쳐 다른 지방에 비해 특이한 방법과 모양으로 다른데 대한민국의 100배쯤 넓은 이곳은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발달될까 싶다. 하지만 아무리 땅이 넓다 해도 역사가 길지 않고 이미 발달되어온 이민자들의 사회이다 보니 기본적인 집 짓는 구조는 미국 전역에 걸쳐 비슷한 거 같다.
땅 모양 그대로 짓는다는 원칙에 전체 바닥을 평평하게 하지 않고 정면이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앉히고 뒷면은 앞면보다 더 내려가게 해서 지하처럼 내려앉아 앞에서 보면 1,2층이 보이지만 뒤 베란다에서 보면 지하가 1층이 되어 3층 집처럼 보인다. 아파트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고 관공서나 거의 모든 건물들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다만 북부로 올라가면서 추운 계절임을 고려해 지하를 파고 조금 더 따뜻함을 고려한 설계가 주를 이루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따뜻하므로 굳이 지하가 필요 없기에 옆으로만 넓게 지어 지하 없는 1,2층의 다른 구조이지만 기후가 주는 변형보다는 지리적 조건에 의한 집 구조가 조금씩 다를 뿐 전반적으로는 지하 1층과 지상 1,2층의 구조가 기본이다. 땅이 원체 넓다 보니 지하 주차장이란 걸 본 적이 없고 대형 쇼핑 몰도 전체 건물 면적보다 주차장의 넓이가 훨씬 더 많이 차지하는 걸 볼 수 있다.
지하 바닥과 땅에 인접한 벽면만을 콘크리트로 치고 방수액을 바르고 H빔 하나 없이, 철근을 넣은 콘크리트 기둥도 아닌 동그랗고 얇은 금속 폴대를 바닥 콘크리트에 박고 그 이외에는 모두 나무를 사용한다. 그래서 위층에서 지나치게 뛴다거나 무거운 가구를 올리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선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지 무너질 거라는 상상은 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곳은 피아노도 위층에 놓는 걸 고려해야 할 정도로 나무만을 사용한다.
실제로 내가 처음 미국에 이민을 와서 아파트에 살 때 피아노를 올릴 수 없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남에게 줘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었다. 혹시나 미국으로 이민 오시는 분이 있다면 절대 그 무거운 피아노는 짐에서 빼기를... 말이 옆으로 샜는데 실제로 나무와 나무 사이에 화재방지 차원의 노란 우레탄을 채우고 두꺼운 비닐을 내려뜨려 간단한 방음(?)을 하고 하얀 석고보드를 벽과 천정에 치고 페인트나 벽지 또는 타일로 마감을 한다.
토네이도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집채 날아가 버려 한방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집 전체가 나무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무로 지어서 우리나라의 콘크리트 건축에 비해 약하다?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한국의 20년 이상 된 집들은 재건축이다 뭐다 해서 콘크리트 때문에 철거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드는 것도 감수하고 새로움을 반기는 반면 이곳은 20-30년 된 집은 기본이고 50년 된 집들도 멀쩡히 사고파는 것들에 익숙해져 있다.
20~30년 이상 된 집들도 새집처럼 보이는 이유는 마을 주변의 감시로 잔디 관리나 집 관리를 소홀히 하면 마을 전체의 이미지를 흐리기 때문에 한국의 구청 같은 기관에 투고를 함으로써 벌금과 함께 조용히 동네 관리를 하게 되는 고발정신도 한몫하기도 하지만 거의 24시간 틀어대는 에어컨과 히터로 적정온도를 유지시켜 나무의 약점인 습도와 건조함에서 오는 병충해와 뒤틀림의 피해를 막아 주기 때문에 나무로 지어진 집이지만 100년 된 집들도 멀쩡히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모든 건물의 바닥과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있어 인테리어를 할 때 콘크리트의 면을 고르게 잡고 천정과 벽면의 각을 잡기 위해 콘크리트 위에 석고보드를 붙인 후에 페인트나 벽지로 마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벽이 더 두꺼워질뿐더러 실면적이 조금이나마 작아지는 단점이 생긴다. 그래도 요즘은 콘크리트의 내추럴한 느낌을 좋아하는 추세라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천정의 전등과 환기 후드는 철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쓰는데 전에는 목공 작업이 전체 공사의 70% 이상이고 철 작업이 30%였다면 요즘은 철 작업이 70%이고 목공 작업은 30% 정도로 반대의 공정이 된 거 같다.
더군다나 목공은 나무로 디자인을 잡고 페인트로 마감해야 하니 공정이 둘 이상이라 인건비와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반면 철 작업은 시작부터 마감까지 한 번의 공정으로 끝나므로 시간도 절약하고 공사비도 절약되어 콘크리트 노출 기법은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이나 의뢰인 모두 나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목조 건물이니 위아래층의 소음은 쌩 그대로 노출되고 그걸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 두꺼운 카펫을 깔고 그것도 모자라 그 위에 러그를 깐다. 그래서 외국의 집 대부분이 카펫 문화가 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가구 밑에 러그로만 멋을 내다가 점점 거실 전체를 카펫으로 덮는 양상을 보이다 유행이 바뀌었지만, 요즘은 카펫이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동양문화인 마루로 교체하는 붐이 일어 웬만한 집들은 고급마루로 되어있다.
카펫은 특히나 먼지의 온상인데 여기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만 신발을 신고 생활하니 그 오염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이렇게 오래 산 나도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내가 아파트에서 살 때 아랫집에서 올라와 화냈던 모습이 목조 건물에서 오는 소음으로 시작되었고 미국 사람들의 조용한 성품도, 폐를 끼치지 않는 게 미덕인 메너도 이런 데서 기인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화장실 바닥에는 배수구가 따로 없다.
인테리어를 하는 입장에서 처음에 배수구 없는 화장실을 대하고 적잖이 놀랐다. 설마 하고 샅샅이 뒤졌다. 정말 눈 씻고 봐도 없고 세탁기의 호스도 벽면에 연결되어 세탁실에도 배수시설이 없다. 배수구가 없다는 얘기는 바닥에 물이 없다는 말이니 우리네처럼 화장실 실내화가 필요 없고 오히려 러그를 깔아 타일의 차가움을 차단한다. 처음엔 화장실 청소가 고역이었다.
한국에선 변기에서부터 거울, 세면대까지 물때가 끼기 전에 욕조에 달린 샤워기로 속 시원히 한 번에 화장실 전체를 물청소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욕조 위벽에 달린 샤워기가 탈부착이 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그야말로 물만 나오는 수전이라 사용할 수가 없어서 주방 싱크 닦듯이 세제로 오염을 제거하고 물 타올로 닦은 다음 마른 타올로 물기를 제거해야만 하니 힘만 들고 뽀득뽀득한 상쾌한 청소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다. 일단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 물론 욕조는 어쩔 수 없지만, 바닥이나 벽 세면대 사이에 물이 닿지 않으니 습하지 않으니 벽면이 타일이 아니고 석고보드 위 페인트 마감을 한다. 누군가가 샤워를 해도 욕조에 샤워 커튼이 쳐져 있어 급한 일은 서로 공유할 수 있고 바닥이 축축하지 않으니 슬리퍼를 찾는 일이 없고 오히려 러그를 깐다. 남자들은 서서 볼일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조준을 잘못해서 벽면에 실례라도 하는 날엔 하루 종일 벽을 잡고 씨름해야 한다. 내가 처음에 카펫과 씨름할 때 하얘져라, 하얘져라 했던 것처럼...
지하를 베이스먼트라 하는데 보통 지하는 아이들을 위한 게임룸이나 무비룸을 만들고 Bar나 와인 창고 등 다양한 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하교 시간이 빠르고 학원에 가지 않기도 하지만 교통수단이 없어 혼자서는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아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가장 놀라운 베이스먼트를 소개하겠는데 농구장이 있다는 집에 가본 적이 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쯤 쌍둥이 여자아이들 집에 초대를 받아 파티가 끝날 시간에 맞춰 픽업을 갔는데 쌍둥이 엄마가 나를 지하로 안내했다. 지하실 문을 열고 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는 회전 계단을 내려가는데 어머나?
실제 사이즈의 농구장에 전광판이 있는 체육관 같은 곳에서 우리 아이랑 친구들이 한편에선 농구 게임을 하며 소리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자전거를 타며 농구장 트랙을 따라 뱅글뱅글 돌며 레이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진동이 심해 아이들 노는 소리가 웅웅 귀를 가르고 스포트라이트의 불빛이 너무 강해 눈이 부시고 그렇게 크고 웅장한 농구장이 실내에, 그것도 지하에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도대체 얼마만큼 지하를 깊게 파야 농구장 높이가 되는 걸까? 넓이는? 제일 중요한 비용은? 상상은 우리의 몫이다.
자 1층 메인 층으로 가보자. 현관문으로 들어서면 리빙 룸과 다이닝 룸이 있는데 집의 첫인상이니 그 집에서 가장 깨끗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지만 실은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아무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토록 깨끗하다면 웃길까? 그 안쪽으로 패밀리룸과 주방이 연결되고 집 사이즈에 따라 한국의 서재에 해당되는 오피스도 있고 하루 종일 해가 드는 남향에 사방을 유리 통창으로 되어있는 썬룸도 있고 세탁실이며 파우더룸, 주방 바로 옆 모닝 룸이라 해서 간단한 식사를 할 때 사용되는 공간 등등 사이즈나 개인의 취향 데로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집이나 1층은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2층은 그야말로 개인 공간인 잠을 자고 샤워를 하는 방들과 화장실만이 있다. 보통 집 구경을 한다 해도 주인의 허락 없이는 2층에 올라가지 않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부모의 허락 없이는 마스터 베드룸 (안방)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이 사실을 몰랐던 처음엔 당연히 남의 집 2층 방문을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큰 실례가 아닐 수 없다. 마스터 베드룸에는 화장실과 옷장이 따로 있고 다른 방들에 비해 상당히 큰 면적을 차지한다. 아이들 방이 있고 아이들 화장실이 있다. 하루 종일 1층에서 생활하다 잠자러 2층에 올라가는 일이 귀찮아지면 집을 옮겨야 할 때라고들 한다. 왜냐하면 층계를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는 신호이고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 더 이상 2층 이주는 중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가족 제도의 예의범절과 소가족 제도의 메너로 문화는 다르게 발전한다
집 구조의 다름은 각 가정의 일상생활이 결국 각 나라의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그 나라만이 가지게 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발달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양은 한옥이라 해서 단층이 옆으로 길어지면서 안마당을 중심으로 디긋자 형태로 서로가 부딪기고 어우러져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제도로 한 층의 공간 안에서 화장실이나 방을 공유하며 살았기에 경로사상의 어른 먼저라는 예의범절이 있지만, 서양은 소가족 제도 중심으로 각층을 분리하고 공간을 나누어 남에게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에 경로사상이라는 게 없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메너를 지키는 문화로 발전되었다.
나이나 직위의 높낮이가 우선인 유교나 경로사상이 팽배한 동양의 예절문화로 나이로 공론화가 되지 못하고 직위로 평등하지 못한 상하관계가 되어 발전하지 못하는 면들이 있는 반면 나이나 직위의 높낮이가 없는 개인의 상황이 우선인 서양의 메너 문화는 지나친 평등 만능주의로 만연되어 도덕성에 관한 고찰이 무시되는 면들이 있어 둘 중 어느 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든 게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집의 구조가 다름에서 오는 장점들만을 취해 동양의 예의범절로 나보다 나이 듦에 고개 숙여 살아온 길이를 존중해주고 서양의 메너로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잘난이에게 웃으며 그들을 인정해 준다면 나이나 직위와 상관없이 모두가 모두에게 존중해주고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나에게 제일 먼저 소개해준 사람이 학교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다. 교장 선생님도 옆에서 웃고 있는데 말이다.
Hi, Mr.Devile? 내 작은 어린 딸이 덩치가 큰 남자 어른한테 그냥 막 이름을 부른다.
Oh, my baby.. 자기 아이도 아닌데 베이비라 부른다.
This is my mom, Mrs.Kim 아이들은 자기 엄마 이름도 마구 불러댄다. 참으로 위아래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이름 불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