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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Jan 16. 2022

'저녁형 인간'의 IQ가 더 높다는데요?

"엄마, 6시 반이에요"

"어머나 벌써? 미안, 넌 준비했니? 좀 일찍 깨우지.."


후다닥 일어나 차에 시동을 먼저 걸고 뛰어들어와 1분 안에 도시락을 싸면서 내 주위를 어른거리는 검은 개가 신경 쓰인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폼이 학교를 다녀와서 소변을 보면 늦을 가망이 크다고 판단,


"미안한데, 띠오 밖으로 데리고 나갈 줄래?"

"아침밥 먹..."

"엄마가 요플래 챙길게. 차에서 먹어. 미안..."


나는 대충 싼 도시락 가방을 챙겨 뛰고 아이는 강아지와 뛰고 새벽부터 10분 안에 모든 걸 처리하고 옆집 노란 친구까지 차에 태우고 어둠을 가르며 가는데,

 

"엄마, 저 핸드폰 안 가지고 온 거 같아요.."

"아뿔싸! 결국 하나는 놓치는구나. 미안, 아들아! 엄마가 늦어서 아침도 못 먹고 핸드폰도 두고 오고 미안하다..."


새벽 댓바람부터 도대체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이런 전쟁이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지만 큰아이와 막내는 등교를 할 때 엄마인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를 깨울 때가 많다. 이런 아이들만 있으면 늦게 일어나서 불만인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왜 엄마가 그렇게 아이들을 힘들게 아침마다 깨우나요?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혼자서 모든 걸 다하는데.. 아이들을 이상하게 교육하는 거 아닌가요?”


하. 지. 만 우리 집에도 복병이 있다. 중간 아이가 딱 나를 닮았다. 저녁에 도대체 몇 시에 자는지 아무도 모르고 아침 또한 몇 시에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저렇게 말하지 못한다. 대신  


"그러게나 말이에요, 도대체 몇 번을 소리쳐도 일어날 생각도 못해요. 오죽하면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편지를 받았겠어요, 이제 한 번만 더 늦으면 졸업할 수 없다고...” 라며 맞장구를 쳐야 한다.


그런 아이가 어찌 대학생활을 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학점은 어찌어찌 유지하고 있는 게 대견하긴 한데 지금처럼 방학이 되어 집에 있는 시간이면 또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와는 다른 생활패턴이라는 걸 잊고 있다가 막상 눈에 보이면 어쩔 수 없이 화가 난다.


저녁 12시쯤에는 집안에 빛이 하나도 없이 고요하길 바란다. 하지만 불빛이 꺼지지 않는 방의 빛의 소음과 아이의 동반자인 띠오의 발자국과 컹컹 짖는 소리는 우리의 꿀 같은 밤 시간을 방해받기에 충분하다. 아침엔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그제야 잠자리에 드는 수면 패턴에 마음껏 아침의 출근길 생활소음을 내지 못하고 잠재적인 소음 절재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당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그렇게 불편한 생활을 며칠 하다 보면 꼭 폭발하는 그 순간이 온다.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널브러져 있는 화장품들 사이에 뒤틀린 치약을 볼 때, 살짝 열려있는 방문을 통해 비친 옷더미를 볼 때, 수북이 쌓여있는 새벽녘에 먹었던 잔재들의 싱크대 등등… 보통날에는, 

'그래 학교 다니느라 애썼는데 집에 와서라도 편히 쉬었다 가렴'하며 불쌍 모드에 있다가도 아침 내내 늘어지게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부아가 나온다.


나 또한 갱년기 아줌마에 속하는 나이라 뭐 이것저것 볼 것 없이 문을 확 내치며, 

"야 너 뭐하는 애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쳐(?) 자는 거니?" 라며 이성을 잃은 척 외치고 싶지만...

또 그러기에는 나의 이미지가 뭐 그리 막 나가는 성질 사나운 엄마가 아니라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푹 쉰다음,

"엄마 출근한다. 몇 시에 잔 거니? 일어나면 띠오 산책해라. 더 자..."


이러고 산다.


내가 이렇게 일단 숨을 한 숨 돌리며 순하게 대하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울면서 말한 적이 있다.

"엄마 나도 이러고 살고 싶지 않아요 만약 나에게 잠이 다른 사람처럼 쉬운 거라면 내 삶은 180도 달라졌을 거예요 삶의 질이 50% 정도는 더 높아졌을 거라 생각해요..."

이 말이 거짓이 아닌 게 잠으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가 생각보다 커서 정신과 치료와 심리치료를 여러 차례 받았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제때에 잠을 잔다면 소원이 없겠다 한다.


단순히 아침에 못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아침과 저녁이 바뀐 삶을 살고 있으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아이로써는 최대 단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아이처럼 낮과 밤이 바뀐 생활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최근 ‘저녁형 인간’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저녁형 인간은 게으르고 느리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오히려 ‘아침형 인간’보다 영리하고 창의적이지만 아침형 생활 리듬에 맞춰진 사회 구조 탓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나부터 저녁에는 늦게까지 집중하며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른 아침엔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후 출근 전 3시간 가량이 참 힘든 시간이다. 아침형 인간 같으면 세 시간을 짬짬이 나누어 황금처럼 알뜰히 쓸 수 있는 귀한 시간일 것이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운동도 할 수 있고 저녁을 위한 식사 준비를 미리 할 수도 있고  내 취미 생활을 하며 하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글을 쓰는 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난 그저 텅 빈 머리로 커피 한 잔에 공허한 하늘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보낸다. 빠릿빠릿하게 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다. 나 또한 그 시간이 귀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저녁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으니 그 시간이 무력하고 재미없다. 그러다 소파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면 그날은 컨디션이 좋은 날이 된다.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하는 단적인 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스페인 마드리드대학에서 청소년 88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녁형이 창의력이 높고 귀납추리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귀납추리능력이란 개별적인 사실 하나하나에서 보편적 법칙을 추리해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는 혁신적인 사고능력과 함께 고소득 직업군과의 연관성이 높고 실제 저녁형 중에는 예술가, 작가, 프로그래머나 발명가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대에서는 청소년 2만 745명을 대상으로 수면 패턴과 IQ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집단의 IQ가 더 높게 나왔다. 이를 ‘사바나 IQ 상호작용 가설(인류의 진화에 있어 지능이 높은 개인이 지능이 낮은 개인보다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더 능숙했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인류가 진화를 이끈다는 내용)'에 적용해 인간은 낮시간에는 생활을 위한 활동을 하고 밤에는 독창적인 작업과 일을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똑똑하고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서 두뇌가 발달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학업적인 성적만 놓고 보자면 아침형이 저녁형 사람보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학교 수업이 이른 아침에 시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아침형은 초저녁에 깊은 잠을 자고 새벽으로 갈수록 얕은 잠을 자는 반면 저녁형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잔다. 저녁형은 매일 아침 꿀잠을 잘 시간에 억지로 눈을 뜨고 등교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생리학적으로도 저녁형은 아침형보다 잠이 자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평균 3시간 늦게 오기 때문에 수면 시작시간도 그만큼 늦다는 것이다.


결국 저녁형은  좋은 깊은 잠도  자고 충분한 수면시간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집중력이 높아지는 시간도 다르다. 아침형은 오전에 집중력이 가장 좋고 오후 6시부터는 급격히 주의력이 분산된다. 반면저녁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침형은 오전에 성과가 저녁형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업무 성과가  좋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저녁형은 아침형보다 늦은 시간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침형 인간을 중심으로 추어진 하루의 스케줄을 두세시간만 뒤로 루어 시작한다면 저녁형의 경우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높은 집중력으로 일의 성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를 반영하려고 고등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시간 정도 늦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일하는 부모들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 공립학교의  학년이 버스로 통학을 하기에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요즘엔 워낙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닌데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여기 동부에서 집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은 미국의 시차로 인해 3시간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냐면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서부와 동부의 시간차가 3시간이 난다. 즉 서부의 업무 시작시간이 아침 8시라면 동부시간으로는 아침 11시에 업무가 시작된다. 그래서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나 7까지 일을 한다.


그가 만약 저녁형 인간군에 속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직장이 없을 듯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11시에 그것도 집에서 컴만 키면 출근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신나는 꿈의 직장이 될까? 저녁형 인간에게는 그저 부러운 삶이 될 것이다.




아침형 인간만이 부지런하고 아침형 인간만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똑똑한 개체라는 고정관념이 있고 지금도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게 현실이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벌레를 잡는다' 는 말로 부지런한 인간만이 먼저 이득을 보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랐다. 미국에서도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이라는 같은 뜻의 속담이 있고 아침형 인간은 Early bird, 저녁형 인간은 Night owl이라는 명칭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 따르면 새들은 일찍 일어나서 벌레를 잡는 게 아니라고 한다. 사실은 오전에는 그냥 정찰만 하면서 먹이의 위치를 봐 두고, 오후에는 그걸 기억했다가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는 것이다. 만일 오전에도 잡고 오후에도 잡는다면 반대로 너무 몸이 불어나 천적들의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에 이런 생활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다행이다.


비난만 받았던 저녁형 인간에게도 좋은 면이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논문도 나오고 특히 창의적인 사람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형태인 데다 아침형보다 머리가 더 좋다고 하니 살짝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 아침형이 무조건 부지런하고 저녁형 인간이 무조건 게으른 게 아니고 단지 다른 수면 패턴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이러한 자료들이 알려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아침잠이 없어진다는데 나이에서 오는 생리적 변화에도 끄떡이 없는 걸 보면 시간의 흐름으로도 원래 가지고 있는 본성을 바꾸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요즘엔 '일찍 일어나는 새가 오히려 빨리 피곤해진다' 는 말로 아침형 인간을 비꼬아 말하는 이도 생겼다 ㅎㅎ. 하지만 늦게까지 혼자 뭔가를 꼼지락 거리다 아직도 자고 있는 딸을 보니 또 분통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좀, 좀, 일어나라... 해가 중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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