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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Mar 22. 2023

임플란트, 미국에서 하지 마세요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임플란트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미리 계획 세우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교정을 하고 있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예약을 덜컥해버렸다. 임플란트에 앞서 이 나이에 무슨 '이교정'이냐 싶겠지만, 이제서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투명한 교정기를 밥 먹을 때 빼고 하루 23시간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본을 뜨기 전에 들었어야 했는데 하루 23시간이라니... 누군가 나에게 하루 24시간 중 밥 먹고 양치할 시간만을 빼고 하루종일 끼고 있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을 했더라면 나는 절대 이 교정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으니...


나의 식습관은 하루종일 먹을 걸 입에 달고 산다.


입이 짧아서인지, 위가 작아서인지, 한 번에 쭉 많은 양을 먹지 못한다. 한 번에 많이 먹으면 꼭 뒤탈이 나기 때문이다. 한두 번 나랑 같이 먹다가 급체하는 걸 보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나에게 '그만 먹어라'는 말을 꼭 하게 된다. 그만큼 급체는 생사를 가르는 무서운 병임을 그들 또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커피는 물처럼 나와 한 몸이 되어 늘 항시, 아무 때나, 어디든, 내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친구인데 한 번에 쭉 마셔야 하고 과자도 수시로 먹고 빵도 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먹거리인데 어찌한단 말인가? 암튼 나의 식습관이 이러할진대 하루아침에 바꾸게 생겼으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암담한 현실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는 법!


한 하루 이틀은 지켰던 거 같다. 하루 23시간을 지키려니 밥도 안 먹게 되고 커피도 못 마시게 되고 습관적으로 입에 달고 있던 군것질도 못 하게 되는 현실을 깨닫고 최대한 먹는 시간을 줄이는 게 방법이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니.. 슬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교정기를 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뭐 그리 급하다고 1년 안에 교정을 하려고 애쓰는 걸까? 그래, 나는 천천히 가자. 남들은 23시간하고 1년에 끝내고 나는 하루에 15시간쯤 끼고 2,3년 길게 교정하지 뭐.ㅎㅎ"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8 월이 지난 지금은 어떠냐면...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주 느리게 가는 것은 아니고 남들보다 약 2배 정도는 느리다며 2년 정도 하면 될 것 같다며... 그 정도면 나로서는 성공!!!


그런데,


망할 그 사이에 임플란트를 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또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썩었으니 이제는 뿌리를 살릴 수가 없다는 말에 "그럼 임플란트 할까요? 하는 김에 살짝 섞은 다른 쪽 어금니도 빼고 임플란트 하죠 뭐..." 내가 무슨 의사냐고..


이렇게 임플란트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고, 양쪽 어금니 한 개씩을 발치한 채로 그것도 교정을 한답시고 아래위가 야무지게 다물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것도 소화를 잘 못 시켜서 조금씩 먹어야 하는 망할 위장을 가지고 음식을 먹고 산다는 게 이리 고역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누가 말을 좀 해 주었다면... 아니지,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되고 툭하면 컴맹은 문맹이라며 매번 사람들에게 닦달하던 나는 어디로 가버리고 만 걸까?


 교정에 임플란트를 위한 치아발치 8개월 ,


드디어 임플란트를 하기 위한 기다림이 끝났다. 즉 발치한 잇몸이 모두 정리가 되었고 이제는 그 자리에 쇠를 박는 과정을 해야 했다. 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히고 엑스레이를 먼저 찍었는데 나의 잇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인공 뼈 이식을 해야 한단다.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스페셜하지도 않단다. 하지만 인공 뼈의 양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수술을 하면서 알 수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이왕 하는 거 한 번에 끝내는 게 좋지'라는 마음에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아픔의 정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둔한 경향이 있어요. 수술 경험도 많고 주사도 그렇고 감기도 잘 안 걸리지만 빨리 낫는 편이고 이래저래 그냥 한 번에 두 개 다 해 주세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도 있듯이 어차피 해야 할 거면 한꺼번에 해버리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일단 마취는 양쪽 다 하는데 수술하면서 환자분 상태가 양호하면 두 개 다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하나만 하고 다음에 하나를 하겠다고 하셨다.


난 마지못해 대답은 했지만, 내 건강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은근 두 개 모두 한꺼번에 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의사는 역시나 다른 사람보다 잇몸이 좋지 않아 뼈가 배 이상이 들어갔으니 그만큼 힘들 거라는 이유로 하나만 수술하기로 혼자서 결정을 하셨다.


할 수 없었다.


말만 건강하다고 주장하면 뭐 하나? 내 잇몸 상태가 안 된다니...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 그러니까 약 두 시간 동안은 살짝 의사를 원망했다. "이렇게 수술을 하면 항생제도 7일이나 먹어야 하고 어차피 밥도 잘 못 먹을 건데 그냥 한꺼번에 다 하지, 왜 두 번 고생을 하게 만드나.. 참 맘에 안 드네..." 그러나 두 시간 후에 마취가 풀리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수술 없이 순산으로 세 아이를 출산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전신마취도 여러 번 했고, 몇 번의 위중한 수술을 했었고, 일 년에 한 번 정도나 되지 싶게 감기에 걸리고, 코로나에 걸렸어도 무증상으로 넘어갔고, 특히나 10년이 넘게 비즈니스를 하면서 갑자기 아파서 오픈하지 못한 날이 한 번도 없는 강단 있는 몸임을 나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상했다.


1시간마다 진통이 시작되는데 약을 먹어도, 먹어도 진통이 계속되었다. 계속 주워 먹다 보니 그새 9시간에 300mg짜리 진통제를 14알이나 먹었다. 하루 진통제의 치사량을 찾아보니 3400mg인데 난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이미 2700mg을 먹었고 그래도 낫기는커녕 계속해서 이가 욱신거렸다. 아픔 중에 으뜸인 치통의 경험이 없는 자가 없지 싶은데 정말이지 치통은 얼굴 전체가 욱신거리고 머리가 쑤시고 온몸에 한기가 오고 딱 죽고 싶은 심정으로 그 저녁을 하얗게 지새웠다. 두 개를 다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역시 의사 선생님은 천재야!


그러고 3일이 지나 그나마 살아 있는 내가 대견했다. 다행히 망치로 두들기기 때문에 멍이 든다거나 심하게 붓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는 무시되었지만,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는 경고는 듣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임플란트를 하고 나처럼 거의 죽다가 살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너무 몸이 약해서 그런가? 수술이 잘못된 건가? 한꺼번에 10개를 해도 끄떡없다고 하던데? 진통제를 안 먹어도 될 정도라는데? 무성한 의심의 목소리만 남길 뿐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 미스테리한 일로 남겨졌다.


그러던 며칠 후 한국에서 임플란트를 3개 하고 오신 분을 만나게 되었다.


웬걸, 한국의 임플란트의 기술력과 수술 비용을 듣고 말도 되지 않는, 기절하고도 남을 만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단 그분은 한꺼번에 3개의 임플란트를 잇몸에 심고 오셨다. 그것도 나처럼 인공 뼈 이식을 모두 했고 그 수술 방법이 미국과는 다르게 최첨단임을 아주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수술 의자에 앉아 미리 촬영한 CT를 의사와 함께 보며 수술을 했단다. 미국의 초라한 의료기계는 어디에 내놓을 수 없는 비루한, 그냥 기계에 불과하기에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다.


한국의 병원처럼 으리으리한 인테리어는 고사하고 그저 방마다 칸막이를 설치한 깔끔한 시골 동네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엑스레이 기계가 딱 한 대 있어서 서서 한번 찍고 나면 그 사진으로 이리저리 살펴본 후 뼈 이식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일단, 


미국 병원은 완패!


더욱 중요한 건 임플란트 3개를 수술하고도 하나도 안 아팠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거의 충격이었다. 항생제는 먹었지만, 진통제는 먹지 않았다고 했다. 안 아프니 먹을 필요가 없었다며 되레 나에게 묻는다. "아팠다고? 진짜?", "이건 뭐지? 수술했는데 어떻게  아플 수가 있지? 그게  이상한  아닌가?" 나는 되려 안 아픈 게 이상하다는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갔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한국이 의료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몸은 똑같은데 어찌, 수술하고 몸이 안 아플 수 있단 말인가? 그분의 몸이 이상하던지, 아니면 의사가 잇몸 안에 마약을 넣어 놓고 수술을 하는 건가???


하지만 여기에서 나에게도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그분은 얼굴 전체가 누구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한 일주일은 밖에 나가지 못하셨다고 했다. 여기에서 내가 승!!! 그래도 난 속으로는 이렇게 조용히 말했다. "에이, 안 아프고 멍만 드는 게 낫지, 나처럼 죽다 살아나면 뭐하나? 멍은 곧 사라질 텐데 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사안이 남았다.


여기에서 심장이 거의 멈출 뻔했다. 내가 물욕이 아주 심한 건 아닌데 이번처럼 비용으로 확실한 차이가 난다면 나 또한 다시 한번 고려해 보아야 할 일이다. 미국에서 나는 (물론 지역마다, 환자마다 다를수 있다) 임플란트 하나에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임플란트만 2,871500원, 뼈 이식에 3,524000원, 약 6백만 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했다. 그러니까 두 개면 천이백이 넘는 돈인데 한국에선 '하나에 860,000원 3개를 하는데 2백5십만이 들었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다. 정리하면 미국은 하나에 6맥만원이 넘고, 한국은 하나에 86만원 거의 7배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정말 믿기지 않아 직접 그분이 수술하셨다는 병원에 문의를 해보았다. 시골도 아니고 강남 한복판에 위치했다. 가격은 정확히 맞았다. 오히려 뼈 이식하는 데 필요한 양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가장 비싼 가격이 860,000원이므로 더 싸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담하시는 분의 말에 의하면, 외국에 계시는 분은 자기 병원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플란트는 기간도 오래 걸리고 혹시나 있을 의료 사고에도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수술받기를 권고한다며 정중히 예약을 사절했다.


맞는 말이다.


한 번 하고 말 수술이 절대 아니다. 수시로 점검을 받아야 하고 쇠를 잇몸에 심고 아무는 과정을 거치고 이를 만들어 심어 놓은 쇠에 맞추어야 하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때마다 외국에 있는 환자를 어찌 치료할 수 있겠는가? 전화 통화를 하고 눈물을 머금고 포기를 했지만, 포기하는 그 상황이 정말 안타까웠다. 일차는 수술 후 아프지 않았다는, 누구도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는 후기가 너무 부러웠고 두 번째는 비용 차이가 많이 나서 속상했다. 임플란트는 보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똑같은 가격이다. 한 개만 수술해도 비행기 비용이 나오고도 남을 금액이라 그 차액이 손 떨리게 아까웠다.




그 뒤로 마저 한 개를 며칠 전에 했다. 설마설마했던 두 번째 수술이 아니나 다를까 또 죽을 만큼 아팠고 오늘은 그래도 4일 차라 여전히 진통제는 먹고 있지만, 얼얼한 기운은 빠져서 천만다행이다. 한국에 가는 비행기 두 번은 타고도 남을 금액을 미국 치과에 수납하면서 손은 떨리고 속은 쓰렸지만 그래도 그 아픔을 이겨냈다는 사실 하나로 다행이다 싶다. 65세가 되면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다는데 그때에는 한국에서 편안히 임플란트를 받을 수 있으려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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