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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Oct 21. 2023

보이지 않는 invisible 아시안, 아메리칸

하늘을 찌를듯한 높다란 나무가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고 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오래된 동네로 이사를 하고 보니 너무도 외딴섬에 사는 생각이 들던 차에 진돗개를 키울 기회가 생겼다. 진돗개의 특성상 집안에서 키우는 게 거의 불가능해 집 밖에서 키우기로 결정하고 보니 그 넓은 정원에서 홀로 묶여있다는 게 여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닌 차에 내 눈에 확 들어온 광고가 있었다.     


'INVISIBLE FENCE 보이지 않는 울타리' 옳거니! 바로 내가 찾던 그것이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선이 있다는 훈련만 한다면 개가 아이들과 자유롭게 정원을 뛰어다니며 놀 수 있겠구나! 하지만 네모반듯한 우리 집 정원까지만 전선을 넣으면 아무 무리가 없는데 정원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까지 전선을 넣으려면 옆집과 옆집의 사이로 약 100미터 정도를 깔아야 하는 그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당연히 아무 일도 아니니라 생각되었지만, 영업사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견적을 내기 전에 옆집에 확인을 받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물론 말은 해야겠지만,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데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이뻐 했는데... 그리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아주아주 가느다란 전선이라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땅을 파서 깊숙이 심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지 않게 감쪽같이 넣는 수준이라 누가 상관이나 한다고...그래도 뭐 이웃 간의 예의니까 물어는 봐야지!     


나랑 영업사원은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영업사원이 설명을 했다. 라불라 라불라.. 내가 어설프게 영어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백인끼리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데, 어라? 아주 단호하게 "Nope"이라 말하며 그것도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가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동네 파티를 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동양인이 이사를 왔다며 호들갑을 떨 때는 언제고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일에 단호하게 거절을 하다니...     


왜 보이지 않은 울타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리 장황하게 설명하냐면, '아시안, 아메리칸은 영원한 외국인'이라는 주제로 기사가 하나 실렸다. 미국인 42%는 아시아계 유명인 가운데 단 한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백인 1/3은 아시안 증오범죄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다. 더군다나 아시안은 미국보다 자신의 출신 국가에 더 충성하고 2세기가 넘는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아메리칸은 보이지 않는 '영원한 외국인'으로 인식될 뿐이라는 지적을 했다.(미주 워싱턴 한국일보 5월 17일 자)      


여기서 주목할 점은 Indivisible 이란 보이지 않는 무엇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처음에 내가 만난 이 단어는 보여서 경계를 만드는 울타리가 아닌 경계가 눈에 보이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어서 좋은 단어였고 보이지 않게 숨겨서 음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거 같아서 손뼉 치며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이지 않기에 관심도 없고 보이지 않기에 없어져도 된다는 숨은 의미로 쓰일지 몰랐다.      


김구 선생님이 남기신 말이 있다.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그야말로 김구 선생님의 뜻대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하는 날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성장했다. 싸이를 시작으로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수 주간 올라있었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며 최근엔 조여정 배우가 탄 상까지 이대로라면 곧 영화판도 더 흔들고 K팝으로 세계에 우뚝 설 판으로 실로 대단한 한국이다 싶은 요즘이다.     


그런 우리를 두고 아시안을 싸잡아서 아시안, 아메리칸은 보이지 않는 영원한 외국인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기사는 울분을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숨겨 놓아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고 나를 주장하면 즉각적으로 내 목을 전기로 부르르 떨게 하는 'INVISIBLE FENCE'처럼 아시안 아메리카의 운명도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여실히 알게 된 씁쓸한 기사였다.     


보이는 Visible 아시안, 아메리칸이 되기 위해선 우리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아시아계 증오 방지법에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서명해서 다행이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종차별적인 처우를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우리는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부분이라는 걸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Invisible이 아닌 보이는 Visible인 사람으로 그 사회를 이끄는 한국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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