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둘은 학교 때문에 타주로 가버리고 남편은 출장이 잦아 집을 자주 비우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나만 이 집을 지키고 있자니 적잖이 외로운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에서 온 강아지 한 마리와 둘째가 잠시 맡겨 놓은 강아지가 컹컹 아마존 아저씨의 방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서 잠시나마 시끄러운 소리를 낼 뿐... 조용한 아들과 그리 재미없는 내가 그야말로 조용히 이 집을 지키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아이들이 오니 집이 북적인다. 집이 집다워지는 일 년 중 몇 번 안 되는 날이다.
옛날 우리 집 식구가 8명이었다.
내가 막내인 관계로 모두가 시집 장가를 가고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나만 엄마 아빠와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학교에 다녀오면 그저 방에 들어가 있었고 친구와 전화 수다로 하루를 보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 엄마도 나처럼 이런 명절에 자식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이렇게 북적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맛있게 먹는 소리만 들어도 즐거우셨을 텐데 그때는 왜 엄마의 마음은커녕 엄마의 한숨 소리, 엄마의 손 한번 제대로 봐주지 않았을까? 조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회귀본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알에서 깨어난 연어가 강을 내려가 드넓은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4년 뒤 다시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꿀벌은 꿀을 찾아 멀리까지 갔다가도 반드시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동물들도 이러한데 집 떠난 자식이 명절마다 선물 꾸러미 들고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기어이 부모님 집을 찾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회귀본능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가 하루 일일권이 된 지 오래되었다.
반드시 내가 태어난 곳에서 산다는 보장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말과 같다. 여행을 하다가 맘에 드는 곳을 골라 자리 잡을 수도 있고 나처럼 배우자를 따라 정착지가 바뀔 수도 있고 일 때문에 혹은 아이들 때문에 지구 어느 한 곳에 정착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즐겁게 내 인생을 사느냐가 관건인 요즘.. 회귀본능 또한 이시대에 맞게 변하는게 맞지 않을까?
20여 년이 넘게 미국의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의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때로는 재미나고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하고 때로는 정중한 인종차별로 울화통이 터져 소심한 글로 복수하고 또 때로는 대자연의 삶에 감복해 눈물을 흘리며 사는 삶 이런저런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나의 브런치 북이다. 조금 앞서 살고 있는 선배, 조금 늦게 뛰따르며 살고 있는 후배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이 글을 읽어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