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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Sep 28. 2019

두분! 이제 그만 이혼하세요
쾅 쾅 쾅!

#56 법적으로 10년에 한 번 이혼하라고 했으면 좋겠다...

시한부 결혼, 몇 년 정하셨죠? (판사가 부부에게 묻는다)
그 당시에 10년 했어요(부부가 대답한다)
그럼, 다음 달이 시한부 만기네요
네, 맞아요 그런데 10년을 더 연장하면 안 될까요?
안됩니다. 법적으로 10년을 정하셨기 때문에 연장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그토록 원하시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셔야 합니다. 그렇게라도 연장을 원하십니까?
아니요... 다시 생각하고 오겠습니다.    
여보, 우리 이제 어떡하지? 비밀연애라도 해야 하나? 그러다 들키면 다 털리는 건데...
그때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 이렇게 계속 좋을 거면 한 20년 정도 시한부에 사인할 걸...
그러게 누가 이렇게 오래 잘 살 줄 알았나 다들 평균적으로 10년 하니까 그렇게 한 건데.. 그래도 우리는 나은 거지 최소 5년을 사인한 00네는 정말 걱정이겠다 하긴 그 집은 1년 만에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사나 걱정했으니까 아마 잘한 일이라 생각할 거야
그래도... 여보, 나는 내 친구 00가 요즘 제일 부러워 시한부 최대 30년에 사인했잖아 처음 결혼할 때 다들 미쳤다고 했거든 근데 둘이 너무 행복하잖아 30년도 모자란다고 난리야 좋겠어! 최대 50년은 돼야 하는데
암튼 어쩌지? 1년밖에 안 남았으니...
여보, 우리 내일 여행사에 가 봅시다 세계여행 스케줄이라도 알아봐야겠어
그래요 시간이 없네요 우리가 사랑할 시간이...     




알다시피 모든 게 허구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결혼제도다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한다 치면 30세에 결혼하고 요즘은 100세 시대이니 배우자와 약 70년을 한 사람과 살아야 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혼인 서약서는 70년의 삶을 송두리째 한 사람에게만 옭아매는 말이다.     


생각해 보자.

과연 누가 지금 같은 결혼제도를 만들었을까? 결혼이란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인한 법적 구속 절차이다. 한 나라로 본다면 가정이란 가장 작은 집단이다. 가정이 모여서 사회공동체가 되고 국가를 구성하고 가정이 튼튼해야 국가도 튼튼하다. 국가 차원에서 본다면 안정된 가정이 나라의 안정으로 직결됨으로 결혼을 조장하는 면도 있겠지만 세금이나 인구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지금의 결혼제도가 정착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그나마 간통죄의 폐지로 이혼을 할 때 남녀의 바람남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슈도 생길 수 없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미국에서는 간통죄라는 죄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가차 없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삶이 이혼사유가 성립한다는것은 이혼이 주는 아픔보다 불행이 주는 아픔에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어찌 한평생 딱 한 사람 배우자만을 사랑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것도 그 어린 나이에 어찌 판단할 수 있을까?

70년을 살아야 하는 사람을 단 한 번에 고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내 코앞의 일도 모르는 나이인데.. 살다가 상대가 맞지 않을걸 알면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데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주홍글씨가 이마에 새겨진 것처럼...     


흔히들 결혼제도가 잘못되었다고들 한다.

잘못되었다는 게 고작 여성이 남성에게 구속될 수밖에 없는 사회제도라던가, 일부일처제가 가장 합리적이라든가, 동성애의 합법적인 결혼에 동의를 해야 한다고 한다던가, 양육권에서의 불합리함이라던가, 요즘에 핫한 졸혼 제도를 논한다든가 하는 결혼제도에 대한 탁상공론만을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과 죽을 때까지 영원히 산다는 전제하에 제도를 보완하고자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그에 따르는 법도 진화되고 바뀌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달나라에 갈 수도 있고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운전해주는 로봇 차가 버젓이 있고 카드 하나만 있으면 공중에서 블루투스로 기름을 넣어줄 수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런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고 사용하고 있는 인간은 가장 바뀌어야하고 가장 크게 걱정해야하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은 회피하고 있다.     


물론 가정이 편안해야 국가도 세계도 잘 돌아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지만 이 나라에 얼마나 많은 결혼한 부부들이 이혼을 하는가? 미국과 한국이 부동의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한국과 미국만을 오가는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하다. 가정이 건강해야 나라도 건강하고 그래야 부강한 나라가 될 텐데 이혼에서 파급되는 폐해가 얼마나 많은가?     


왜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이처럼 많을까?

 

이혼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고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이 이혼을 감행한다는 건 거의 좋은 부모임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고 나는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오죽하며 이혼을 했을까...     



또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이혼이라는 제도가 없으면 되지 않을까? 이혼제도가 없다는 것은 결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혼이 아닌 졸혼을 법적으로 하게 하면 이혼이 아니라 졸혼을 하고 다시 결혼을 하는, 이혼이 아닌 졸혼을 법적으로 정하자는 이야기다. 의사가 환자에게 몇 년 남았다고 시한부 인생을 정해주듯 결혼할 때 얼마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지 서로 정하고 판사에게 시한부를 명 받으면 어떨까?



다시말해 결혼을 서약할 때,

서로가 깊이 상의하고 몇년동안 결혼생활을 할 것인가를 즉 결혼 시한부 기간을 정한다. 최소 5년에서 최대 30년 정도를 정하고 판사의 판결을 받고 서로 시한부에 사인을 한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의견을 먼저 존중하고 능력이 있는 부모가 키우고 양육비는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내용을 미리 작성하고 그것 또한 사인을 해야한다.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결혼을 한후 정한 기간이 되면 반드시 졸혼을 해야 하고,

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수 있다.

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때도 시한부 결혼 기간을 정해야 한다. 법적으로 졸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모두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하지 말라는 거에 열광하는 사람인지라 그렇게 되면 결혼이 중요 사항이 아닌 졸혼을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의 결혼 유지에 들어가는 힘이 졸혼 방지에 들어가는 힘으로 전환될 것 임이 분명하다.           


길이가 정해져 있는 비비 꼬인 밧줄과

무한대로 죽을 때까지 풀 수 없는 헝클어진 실타래와는 다르다.

1년만 고생하면 반드시  부자가 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오히려 기쁘게 1년을 보낼 수 있다. 문제는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해도 부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에, 확신이 없기에, 변할 수 없기에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린다.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한부 인생이 정말 마지막이라면 시한부 결혼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위에 재미있게 에피소드를 가장해 적었지만 결혼할 때 10년이라는 결혼 시한부에 싸인을 한 부부가 있다고 하자. 단 10년을 산다고 했기에, 기간이 정해진 부부이기에 설령 살다 보니 장단점이 드러나 힘들어 한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조금만 참으면 법적으로 남남이 되어야만 하니 끝까지 치닫는 싸움은 안 할 것이다. 의사가 당신에게 10년만 살다가 죽을 거라고 한다면 내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더불어 같이 사는 사람과 다툼으로 힘을 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5년이 남으면 더 소중해질 것이고 1년이 남으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며 좋은 추억이라도 만들려 노력할 것이고 한 달이 남았다면 사랑하기에도 모자라 더 애틋해지지 않을까?     


법적으로 졸혼을 해야 하니 누구나 또 다른 결혼을 꿈꿀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 있고 좋아한다 해서 뭐라 할 수 없다.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을 해도 그 기간은 채워야 하니 그 기간을 책임져야 한다. 서로를 잃지 않으려면 서로를 존중해야 하고 아무리 사랑을 한다 해도 졸혼을 한 후에는 사랑하는 친구로 남아야 한다. 다시는 결혼할 수 없으니까 딱 지금의 불륜 관계로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시한부 결혼의 기간이 너무도 중요하다.  행여 불륜의 관계로 되지 않으려면..    


특히 아이들의 자유로움을 이야기해야겠다.

 

아이들은 생물학적 부모가 따로 있게 된다.

생물학적 부모는 한 사람이지만 아빠가 정말 많을 수도 있다. 부자 아빠도 있고 지식이 많은 아빠도 있고 다정한 아빠, 재밌는 아빠가 있을 수도 있겠다. 꼭 한 명의 아빠만 있어야 정상적인 가정으로 정해져 버린 지금의 결혼제도에서는 더군다나 한 집 걸러 한 집이 이혼한 가정의 이혼 자녀가 되는 이 시점에 아빠가 여러 명 있는 아이가 당연하고 한 명만 있는 아이가 고개 숙이는 날이 올지 누가 아는가?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세계적인 이슈가 인구문제인데 특히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국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시한부 결혼은 인구 증가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3년 이상을 넘기면 눈이 먼다는 정설을 그대로 믿자면 최소 5년의 시한부로 살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기 탄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졸혼 후에 또 다른 사랑의 결실로 아이의 탄생이 교육비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전에 탄생 자체의 기쁨으로 승화되지 않을까? 그럼 인구감소의 걱정도 사라질 것이다.     




하하

큰아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앞으로 75년을 살아야 하는데... 지금도 매일 싸우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 엄마는 어떻게 알고 아빠랑 결혼했어?"라고 물었다
"데이트를 하다가 서로 집에 가기 싫어지면 같이 살고 싶다는 거야 너도 곧 그럴 날이 올 거야 "라며 대답했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결혼이라는 무서운 세계로 들어왔다.

그때 70년을 혹은 50년을 한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한다는 걸 알지 못했고 우리 딸이 물어본 그런 의문을 갖지도 않았지만, 만약 알았다면 진지하게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다.


철이 없었고 지금처럼 인터넷에 쏟아지는 결혼이나 자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단지 우리 부모의 경험치가 다인 그런 시대에서는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대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우리가 한 자녀 혹은 두 자녀만 낳았고 자녀가 많지 않다 보니 한 자녀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지나쳐 독립적이지 못하게 키웠고 컴퓨터 세대가 되어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졌으며 핸드폰 시대는 ‘혼자서도 잘해요’를 넘어 혼자만 있어도 행복한 ‘혼술’에 ‘혼밥’이 유행하는 세대가 된 마당에 70년 이상을 단 한 사람과 피를 나눈 가족도 힘들 판에 남남이 만나 어찌 100년 해로의 꿈을 꿀 수 있단 말인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웃자고 말한 것이 글로 사실화되어 공론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나 남편이나 이웃이나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나 싶다. 법적으로 10년에 한 번씩 이혼하라고 했으면 좋겠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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